김우진과 배우는 갑골문자 이야기<3>
김우진과 배우는 갑골문자 이야기<3>
  • 강진신문
  • 승인 2015.03.27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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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골문자(甲骨文字)는 중국 고대 문자로서 거북이의 배딱지(龜甲)와 짐승의 견갑골(獸骨)에 새겨진 상형문자를 말한다. 거북이 배딱지(腹甲)를 나타내는 갑(甲)자와 짐승의 견갑골을 표현한 골(骨)자를 합하여 갑골문(甲骨文)이라고 말한다. 발견된 지역의 명칭을 따라 은허 문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갑골문자는 상형문자이고 한자의 초기 문자 형태에 해당한다. 한자의 원류를 알 수 있는 갑골문자를 통해 한자에 대한 기본을 알아본다. /편집자 주

 

仁 義 (인의)


어질  인(仁)
仁(인)은 두 사람이다. 논어에서 공자는 인(仁)을 사람에 따라 다르게 가르쳤다. '자기를 이기고 예로 돌아가는 것'(克己復禮), '그 말을 조심하는 것'(其言也&#35346;), '사람을 사랑하는 것'(愛人), '자기가 하고 싶지 않는 것을 남에게 베풀지 않는 것'(己所不欲 勿施於人)을 仁이라고 했다. 仁의 개념보다는 구체적 실천에 관심을 두었다. 인간관계속에서 지켜야할 도리로 인(仁)을 강조한 것이다.

다산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그 도리를 다하는 것을 인이다.'(凡人與人盡其道, 斯謂之仁) 그리고 '인의 이름은 행사이후에 성립 한다'(仁之名, 成於行事之後)고 말했다. 다산 역시 인간관계속에서의 실천을 중시했다. 다산은 공자의 사상과 맞닿아있다.

 

옳을  의(義)
공자가 仁(인)이라면 맹자는 仁義(인의)를 말했다. 갑골문을 보듯 義(의)는 我(나 아) 위에 양(羊)머리를 올려놓았다. 我(아)는 '톱니모양의 날이 세 개 달린 창'이다. 적을 무찌르는 창이 아니라 공동체 내의 배반자를 처단했던 창이라고 한다. 이러한 창은 집단으로부터 공인된 위엄과 권위가 있어야 했다.

당시 신성한 동물로 여겨졌던 양(羊)의 머리로 장식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나라의 흥망을 내부결속력의 여부로 판단했던 시절, 배반자를 처단하는 일처럼 바르고 옳은 일은 없었을 것이다. 義(의)의 뜻인 '옳다' '바르다'는 이러한 배경에서 나왔다고 본다. 그 후 보다 엄격하고 방정한 느낌이 드는 정의(正義)나 의리(義理), 예의(禮義)나 법도(法道)등의 추상적인 뜻이 파생되어 나온 것도 義(의)가 지닌 태생적 속성 때문이 아니었을까 여겨진다. 

 

 

眞 理 (진리)


참  진(眞)
'참 진(眞)'은 숟가락과 솥으로 만든 글자다. 위의 비(匕)가 숟가락을, 나머지는 솥을 상형한 정(鼎)이다. 숟가락과 솥에서 어떻게 '참'과 '진실'이라는 뜻을 도출해내었을까? 솥은 밥 짓는 도구이고 숟가락은 밥을 먹는 도구이다. 모두 밥과 관계가 있다. 眞(진)이라는 글자가 만들어졌던 시대는 청동기 농경사회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말라'는 말이 '참'으로 통했을 것이다.

'밥'의 쓰임을 보면 재밌다. 예를 들면 '밥줄'은 일을, '밥술이나 뜬다'는 생활수준의 정도를 나타낸다. 밥은 사람의 심리상태를 대변하는 말로도 쓴다. '밥맛 떨어지다' '밥알이 곤두서다'가 그 예이다. 한편 '밥값도 못 한다' '밥벌레' '밥도둑' '밥통'등 부정적인 의미로도 쓰인다. 이에서 보는 것처럼 '밥'은 쓰임에 따라 있는 그대로를 숨김없이 드러내곤 한다.

 

다스리다/이치  리(理)
'다스릴 리(理)'는 '세 조각의 옥을 실로 엮어놓은 모양'인 '구슬 옥(玉)'과 '마을 리(里)의 합체자이다. 里(리)는 밭(田)이 있는 땅(土)이다. 사람들은 논밭이 있는 곳을 터전으로 삼는다. '마을'의 뜻이 나오게 되는 배경이다. 理(리)에서의 里(리)는 발음기호 역할을 한다. 따라서 理(리)는 形聲字(형성자)이다.

본래 理(리)는 옥을 돌에 갈았을 때 드러나는 '옥의 결' 즉 무늬를 의미했다. 돌을 가는 것에서 '다스리다'가 고른 옥의 무늬에서 유추하여 '이치(理致)'나 '도리(道理)'의 뜻이 생겨났다. 이치(理致)나 도리(道理)라는 말의 탄생에 里(리)도 한몫 했으리라는 생각도 든다. 여러 사람이 한 마을을 이루고 살려면 당연히 이치(理致)나 도리(道理)는 있어야 되지 않을까.


 

牛 乳 (우유)


소  우(牛)
갑골문을 보면 牛(우)는 양쪽으로 뿔이 난 '소머리'를 그렸다. 옛날부터 소는 사람들에게 매우 유익한 동물이었다. 농사일을 함께 하는 파트너였으며, 신에게 제사를 지낼 때는 최고의 희생물로 바쳐졌다. 제수용 소는 신들이 흠향하고 나서 사람들에게 내린 최고의 선물이었다. 제사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 오랜만에 고기 맛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제사라는 종교적 축제의 정점에 소가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떤 소는 사람의 자존심을 높이고 즐거움을 선사하기까지 한다. 가끔 TV로 청도소싸움축제를 보면서 이 감정을 느낀다.

 

젖  유(乳)
젖 유(乳)는 세상에서 사랑이 가장 듬뿍 담긴 글자이다. 갑골문은 '엄마가 간난 아기를 품에 안고 젖을 먹이고 있는 모습'을 그렸다. 3300년 전의 엄마와 아기를 만나고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다. 엄마의 선명한 젖꼭지와 젖을 빠는 아기의 입, 아기를 감싸 안고 있는 엄마의 두 손이 너무도 사랑스럽다. 이보다 아름다운 그림이 세상에 또 있을까싶다. 진한 모성애를 느끼게 한다.

牛乳(유유)는 소젖이다. 소는 자기 새끼가 먹어야할 '젖'까지 사람들에게 내어주고 있다. 사람들이 유익한 동물로 여기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이 또 하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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