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금을 대납해 주면...
[사설]세금을 대납해 주면...
  • 강진신문 기자
  • 승인 2003.12.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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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납없는 면으로 선정되기 위해 체납자를 무리하게 무재산자로 처리하거나 고질체납자의 세금까지 납부해 주고 있는 사례가 있다는 군의회의 지적은 강진군 행정이 빨리 개선해야할 사항이다. 이 문제는 일반 공무원들 사이에 오래전부터 비밀이 아닌 비밀로 통용돼 왔다.

얼마 남지 않은 체납액을 정리하기 위해 공무원들이 십시일반했다는 이야기에서부터 부서회비를 사용했다는 일, 체납액을 없애기 위해 면장이 판공비를 썼다는 소문까지 각 읍면사무소가 그동안 체납액을 정리했다는 푸념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또 어떤 주민은 자신이 틀림없이 지방세를 내지 않았는데 자신의 주소가 있는 면사무소가 체납액 없는 면으로 지정됐더라는 말을 무용담처럼 소개하더라는 말도 있다.

적게는 수백명에서부터 많게는 수천명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체납자가 한명도 없다는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경제적 상황에 따라 지방세를 내지 못하는 주민은 있게 마련이고 공무원들이 이들과 때로 줄다리기를 하는 것 또한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체납주민들은 도저히 세금을 못내겠다고 두손을 들고 있는데, 상부에서는 실적을 내고 이런저런 점수를 매겨 대니 일 선면단위에서는 이를 대납하거나 무재산 처리하는게 상책이 됐다.

이런식의 체납정리는 장기적으로 체납자를 양산하고 체납액을 증대하는 효과밖에 없다. 재산이 있으면서도 이러저리 도망다니던 고질체납자가 자신의 세금을 공무원들이 해결해주는 것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 것인가. 무엇보다 그것을 지켜보는 주민들이 느껴야 하는 허탈감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이렇게 체납액이 정리되면 상부에서는 잘했다며 상을 주고 있다니 한심한 일이다. 체납없는 면으로 선정되면 전남도가 1개면당 숙원사업비 2천500만원과 함께 포상금을 100만원 지급하고 군에서도 4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면에서 대납하는 식으로 적당히 체납액을 정리하면 2천650만원의 포상금이 쏟아지니 이 정도의 알짜베기 베팅도 찾기 힘들다. 위험요소가 전혀없는 돈놓고 돈먹기식 베팅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gm트러지는 납세질서하며 장기적으로 조세저항에 따른 지방자치제도의 타격은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무엇보다 이런 일을 보면서 주민들이 갖는 허탈감은 자치단체에 대한 불신으로 직결돼 주민과 공무원, 주민과 행정기관의 총체적인 불신을 야기할게 뻔하다.   

체납액 정리가 이렇게 모순된 과정을 걷기까지는 전남도의 책임이 크다. 전남도는 그동안 일선 부군수를 통해 채납 정리를 강력히 추진해 왔다. 일선 부군수들은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도지사의 지시나 마찬가지 이기 때문에 실적을 보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지난해 강진은 11개 읍?면중 10개지역에서 체납 없는 곳으로 선정됐는데, 이는 전남지역에서 최고수준이라고 한다.

부군수들이 강진에 오면 도지사에게 보일 수 있는 능력이 체납액 정리밖에 없는지 모르겠지만,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체납자들의 세금을 ‘선처’하는 것은 행정기관이 정직한 다수의 주민들에게 휘두르는 조세폭력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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