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멀리서 바라본 고향 강진의 경쟁력을 무엇인가
[독자투고]멀리서 바라본 고향 강진의 경쟁력을 무엇인가
  • 특집부 기자
  • 승인 2003.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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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강원도에 거주하는 한 출향인 독자가 ‘출향 언론인’이란 이름으로 본사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려놓은 글이다./편집주 주


강진신문이 배달돼왔다. 짭짤한 소금기가 느껴진다. 신문을 받아보면서 고향 바닷가를 연상하기 때문이다. 강진신문을 정기구독하면서 새롭게 나타난 변화다.

'지역특산품을 팔자'라는 제하의 기사와 '청자문화제 일정이 잡혔다'는 기사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일면에 실렸으니 당연한 것 아니냐'고 한다면 변명이 궁색해진다. 그러나 이 두 가지는 '내 몸을 만들고 정신을 만든 것이기에 그렇다'는 변명은 굳이 하고 싶다.

강원도에서 알려진 강진의 특산품은 '메생이' -정확한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 다. 김대중 전대통령이 즐겼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이 곳 강원도에서도 그 이름이 많이 알려진 것이다. 특히 다른 지역에서는 거의 생산되지 않고 청정한 바다환경을 가진 강진에서만 생산된다고 알려졌기 때문에 강진으로서는 '맛있는 음식'과 '청정한 바다'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애석한 일은 기름지고 고소한 그 요리를 이곳에서는 좀체로 맛볼 수 없기 때문에 그냥 잊혀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그 음식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없다. 김대중 정권시절 적극적인 맛 홍보를 했었다면 상당한 효과를 얻었을 거라 여겨진다. 못내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청자문화제의 경우, 강진을 비롯한 서남해안의 축제에 그치고 있다는 데 아쉬움이 크다. 강원도에서 '청자'라고 하면 '신안 앞바다'를 연상한다. 그 곳에서 자주 청자 유물이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작 생산지인 강진을 기억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 또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개의 경우 지역축제를 기획하는 사람들은 행사지를 비롯해 주변 대도시까지의 방문객의 수를 기준으로 축제의 성과를 판단하는 것 같다. 강원도의 대부분 지자체에서도 비슷한 실정이다. 따지고 보면 3,000여개에 이르는 지역축제 중 하나에 불과한 '강진청자문화제'를 기억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그리 녹록한 일은 아니기에 일면 이해가 간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볼 때 지역적 역사성과 정통성을 가진 지역축제는 그리 많지 않다. 이는 '강진청자문화제'는 국가적으로 의미있는 축제이고, 이런 맥락에서 '강진청자문화제'는 전 국민이 '반드시 알아야만 하는 축제'라는 것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지역축제가 '만들어진 행사'라는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강진청자문화제'와 관련해 많은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겠지만 한 가지 제안하고자 한다. 대대적인 홍보를 통해 당시 짐꾼들이 입던 옷과 운송수단을 재현해 '가마터에서 왕궁까지 청자옛길체험단'을 만들어 행사 전에 청자가 구워진 대구면 가마터에서 경복궁에 이르는 '옛길 체험'을 통해 전국적인 행사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방학을 맞은 학생부터 지역 문화인에 이르는 '옛길체험단'이 국토순례와 같은 형태의 모집과 프로그램으로 진행한다면 상당한 홍보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뱃길을 통해 인천항과 목포항, 제주도는 물론 부산항으로 이동하고, 육로를 통해 서울에 이르는 행사는 강진을 '청자골'로 인식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여겨진다. 다양한 방법을 통해 역사성과 예술성이 강한 '강진청자문화제'가 진정으로 의미있는 지역축제가 되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한편 강원도의 경우 수도권인구의 주말여행지로 손꼽히고 있다. 동시에 수도권 사람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통해 지역관광을 활성화시키고 지역경제발전의 계기로 삼고 있다.

수도권 인구의 소비패턴은 80년대 미국의 키워드였던 '건강, 레저, 비공식, 젊음'으로 나타나고 있다. 건강을 우선 고려하고 레저를 즐기는 데 주력한다. 또 틀에 맞추기보다 비공식적인 자유로움(다양성)을 추구하고 젊어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이에 강원도에서는 특징적인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황토방이 한풀 꺾인 사이 펜션이 갑작스레 증가하더니 빈 터에 '옹기'가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강원도 어느 곳에서나 쉽게 발견되고 있다. 또한 그런 곳에는 손님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옹기가 '경쟁력'인 것이다. 칠량은 옹기의 주산지이다. 옹기의 힘을 자연친화적 사업을 구상하는 투자자들이 인식하기 시작했다. 강진은 이러한 수도권 인구의 소비패턴을 잘 연구하여 지역경제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또한 강원도 사람들은 '전라도 음식'에 주눅이 들려있다. '음식은 전라도음식이 최고'라는 데는 아무도 이의가 없다. 물론 비릿한 젓갈 냄새를 싫어하지만 한 두번 맛을 들이면 금새 익숙해진다.

춘천은 닭갈비로 유명하다. 막국수와 함께 춘천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다. 몇년 전부터 전국적으로 닭갈비 체인점이 많아졌다. 전국적으로 1,000여개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춘천이 본사인 곳은 그 중 5%도 안된다. 대부분의 체인본부는 서울 및 수도권 사업자들이다. 춘천사람들은 닭갈비를 장사의 수단으로는 생각했지만 사업의 수단으로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춘천사업자들은 지금 후회가 막심하다. 이제서야 전국적으로 사업자를 모집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늦은 일이다. 강진에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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