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화재... 강진은 안전한가?
아파트화재... 강진은 안전한가?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5.01.16 20: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부 아파트서 안전불감증 심각..옥상폐쇄도 일쑤

소방장비는 10~11층이 한계'현실성 있는 소방대책 필요'

지난 15일 오후3시께 읍 소재 한 아파트관리사무소. 건물 안팎에서 '삐~삐~'하는 굉음이 울렸다가 멈추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경비원 A씨는 내부에 설치된 'P형1급복합수신기(자동화재탐지설비)'의 덮개를 열어둔 채로 연거푸 한숨만 내쉬고 있었고 얼굴에는 꽤나 지친 듯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는 사이에도 원인 모를 소리는 계속 반복됐고 A씨의 입에서는 끝내 거친 소리가 새나왔다.

A씨는 "최근 3개월 동안 벌써 두 번째다"고 말하며 수신기에 또다시 손가락을 갖다 댔다. 아파트에서 불이 나면 이를 신속하게 알려주는 시스템이 오작동을 일으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10년 이상 되다 보니 노후에 따른 것이라는 게 A씨의 설명이다. 경보기 오작동에 주민들의 민원이 생기는 것도 수차례였고 수신기의 선을 잘라버리라는 막말까지 듣기 일쑤다. 수시로 오작동을 일으키는 아파트 화재경보기가 주민들의 안전 불감증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인근의 또 다른 아파트. 주민 B모씨 집의 현관문을 열자마자 2.5㎏분말수동식 소화기가 눈에 띄었다. 오랜 세월 방치돼 있었던 듯 소화기의 손잡이와 몸체 윗부분은 먼지로 뒤덮인 상태였다. 소화기의 '제조(충전)년월'을 살펴보니 2003년 6월로 돼있었다.

B씨는 "입주 당시 건설사가 각 세대에 배치해 놓은 것"이라며 별다른 관심은 두지 않았다. 지난 13년 동안 점검은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제 기능에 대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근 아파트 화재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관내 아파트 몇 곳을 둘러본데 따른 결과다. 말 그대로 고약하고도 전형적인 안전불감증이 강진지역에서도 만연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층 아파트의 경우 불이 났을 때 옥상으로 대피해야 하지만 상당수는 안전상 등의 이유로 출입문을 통제하고 있는 것도 이번 취재 결과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가뜩이나 좁은 도로가 주차장으로 돌변하기 일쑤거나 소방도로변에 차량이 줄지어 주차하고 있는 일부 아파트의 모습도 화재진압에 있어 걸림돌로 작용할 우려가 컸다.  
 
강진소방서 관계자는 "소방당국이 안전을 강조하고 예찰활동을 펴지만 주민이 스스로 생활화하지 않으면 한계가 따르기 마련이다"며 "기초소방시설 마련과 함께 대피 요령만 정확히 숙지한다면 화재사고가 대형 참사로 이어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강진소방서는 지난해 100여세대가 머물고 거주하고 있는 관내 한 아파트를 대상으로 소방안전교육과 대피훈련 등을 실시했으나 참여인원은 고작 4~5명에 불과했다며 아파트 주민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안전불감증의 상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고층화되는 아파트 건설추세를 화재진압 장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강진소방서에 따르면 지난 2014년도 기준 관내 아파트 현황은 5층 이상 10층 이하 아파트가 13개 단지 16동, 11층 이상 15층 이하 아파트는 8단지 20동으로 지난 2012년와 2013년도 사이에 그 수가 크게 증가했다. 15층을 두고 있는 건물만도 11동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러한 고층아파트에서 고립된 인명을 구조할 수 있는 고가사다리차 등의 장비는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현재 강진소방서가 보유하고 있는 장비로는 27m짜리 굴절차가 유일한데 10~11층 높이가 최대 한계다. 15층 높이까지 닿을 수 있는 고가사다리차 등의 진압장비는 단 한 대도 없는 것으로 드러나 이에 대한 소방훈련이나 현실적 대응방법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강진소방서는 "현재 고층아파트의 현황을 파악해 대대적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며 "고층아파트의 화재발생 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현실에 맞는 소방훈련을 새로 실시하거나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