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부과장들의 수감태도
[사설]일부과장들의 수감태도
  • 강진신문 기자
  • 승인 2003.12.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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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사무감사는 군의원들이 군의 업무를 감사하는 법적인 절차다. 감사 시작 때에는 5급 이상 전 공무원들이 군의회 본회의장에 나와 선서도 한다. 주민들에게 진지하고 정직한 감사를 받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군의원들이 주민의 손으로 뽑힌 대표이기 때문에 행정감사는 주민들에게 받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이번 행정감사에서 보인 일부 과장들의 수감 태도는 이같은 의미를 정면으로 뒤집고도 남는다.

몇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모 군의원이 군의 한 사업에 대해 담당과장에게 타당성 여부를 물었다. 설전을 주고 받던 중 담당과장이 “전문가들이 그만한 적지도 드물다는 판단하에 그곳에 정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이 다 알아서 결정한 것인데 왜 문제삼느냐는 의미로 해석됐다. 군의원과 과장의 공방은 이 한마디에 거의 정리돼 버렸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 답변속에 끼여들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주민도, 군의원도, 그리고 누구보다 공무원도 끼여들 수 없었다. 오직 전문가만 있을 뿐이였다. 그렇다면 강진군의 모든 일은 전문가집단에 맡기면 될 텐데 왜 군정이 있어야 할까. 

한 군의원이 모 과장에게 국책사업과 관련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정부부처로부터 미리 정보를 제공받아야 한다고 질문했다. 담당과장이 여러가지 근거를 제시하며 주민들이 접할 수 있는 정해진 순서가 있다는 말을 했다. 비슷한 질문과 답변이 여러차례 반복됐다. 이 과정에서 질문의 핵심이었던 주민 불편은 부각될 수 없었다. 당연히 대책도 나오지 않았다.

질문은 약화되고 주민들에게 전할 수 있는 답변은 아무것도 없었다. 당시 질문은 군 사업도 아닌 국책사업에 관한 것이었기 때문에 군의원과 관련부서 과장이 지역주민들을 위해 진지한 대책을 주고 받았어야 했다는 주변의 평가가 옳다. 그러나 과장의 칼날 같은 답변속에 이같은 분위기가 들어설 틈새는 없었다.

그뿐이 아니다. 몇몇 의원은 권고나 권유성 질문을 하려다 오히려 역공을 당했다. 또 의원들의 질문에 대해 “그게 아니고요”를 우선 던져 놓으며 이런저런 실무적인 단어로 분위기를 선점하려는 시도가 많았다.   

이러한 현상은 그동안 주로 군의원들의 질문준비 부족으로 해석돼 왔다. 또 의원들이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았다는 논리도 뒷따르곤 했다. 공무원들이 잘못된 답변을 하면 더 많은 지식으로 역공을 하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그같은 요구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많다. 군의원들이 해당분야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보다 그 업무에 정통할 수는 없다. 군의원들은 어디까지나 주민들의 기준에 충실하면서 그들을 대변하면 되는 사람들이다. 도의원이나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다. 그에따른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의회나 국회, 의원이 많은 시.군등은 상임위원회를 두어 의원들이 한 분야에서 문제를 따지도록 한다. 강진의 경우 의원숫자가 적어 상임위원회를 구성할 수 없는 조건이기 때문에 감안돼야할 상황이 많다.

읍.면단위에서 많은 주민들을 접하고 있는 군의원들은 독특한 시각이 있기 마련이다. 이는 공무원들의 직무논리나 실무지식과는 비교해서는 안 될 독립된 ‘현장의 세계’이다. 풀뿌리민주주의는 바로 그러한 독립된 영역을 자치단체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목표로한다. 다시말해 주민들이 따로따로 말하면 문제해결도 안되고 사회만 혼란스러워지기 때문에 대표를 뽑고 의회로 보내 그곳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하자는게 지방자치제도의 취지다. 

그런 의미에서 군의원들이 주민들로부터 전해들은 조그만 지적도 행정감사에서 소중하게 규명되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 군의원의 문제제기가 다소 하자가 있더라도 그 부족한 부분은 오히려 공무원들이 채우면서 해결해 주는 모습이어야 한다.

자치단체에 공무원들의 실무논리만 횡횡하게 되면 그 지역사회의 미래는 밝다고 할 수 없다. 공무원들의 실무지식이 자신들의 문제를 해명하는데 명약으로 통용되고, 군의원의 부족한 실무지식이 자치단체의 문제를 제기하는데 장애물로 등장한다면 강진군의 모든 일은 그야말로 전문가집단에 의뢰해야 할 뿐이다.

한마디 실수하면 끝까지 밀릴 수밖에 없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답변은 요즘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같은 답변 방식이 부하직원들과 윗사람들에게 능력있는 과장으로 평가받는 다면 그것 또한 강진의 미래를 위해 불행한 일이다. 그것은 단지 의원들의 질문을 봉쇄하는 효과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알다시피 문제는 여전히 남게 된다. 주민들의 아쉬움도 그만큼 쌓이게 된다. 그렇게 되면 궁극적으로 그 부담은 부하직원들에게 돌아가고 짐은 윗사람이 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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