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 나라고 별 수 있나
[다산로] 나라고 별 수 있나
  • 강진신문
  • 승인 2014.10.17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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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요한 문화공동체 드림마루 대표>

가을, 어김없이 계절은 찾아온다. 늦은 감 없지 않으나 지난 봄부터 계속된 쓰라린 고통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코스모스, 메리골드, 단감 노랗게 익어 풍요로움 더하는데다 들녘은 온통 황금빛 물결이다.

그래도 여전히 마음 한구석은 날카롭고 큰 돌멩이 하나 들어차 시시로 생채기 낸다. 누우면 누운대로, 걸으면 걷는대로, 숨쉬면 숨쉬는대로 찌른다. 나만 그러겠는가 이 시대를 사는 사람이라면 다들 그리하겠지 하며 애써 위안한다.

가을이다. 기쁨과 허탈이 교차하는 가을이다. 이럴때 일수록 내면의 가시나 독좀 빼서 허망한 마음을 붙들어 성숙하라고 책읽기를 강조해왔나 보다. 봉지 커피한잔 마시며 눈에 들어오는 책 한권 읽는  호사 누리기 딱 좋다.  햇살은 그야말로 눈부시다. 한 점 티 없는 시퍼런 하늘과 벌써 물든 벚나무 이파리 사이 황홀하다. 도서관 벤치 제법 서늘한 공기 둘러 쌓여 나만의 시공간을 사는 것도 복이리라. 이 가을까지 오는 동안 몹시 아프고 지쳐버린 이들에게도 부디 숨 돌릴 여유와 눈물 닦을 시간이 허락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책 읽는 계절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왕 말 나온김에 한 가지, 생각하게 하는 기사를 참고해서 고민해본다. '실질문맹률 OECD 22개국 중 최하위'라는 기사다. 한글날 어간 나온 기사일게다. 이전에 나온 자료조사와 통계를 토대로 작성했겠지만 대충 내용은 이런거다.

글자는 읽을 줄 알지만 그 내용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모른다는 거다. 국민 75%가 새로운 기술이나 직업에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부끄러운 사실이지만 우리나라의 대졸자 수준이 노르웨이의 중졸자 수준의 문장이해력을 갖고 있다 한다.

대학진학율이 80% 가까이 된다는 우리의 교육열은 지구에서 가장 높다. 허나 그 내용은 좀 민망하고 충격적이다. 인터넷에 난무하는 세줄댓글, 상대방의 글을 다 이해 못하고 단어 몇 개 찝어 비난하는 난독증, 무수히 많이 만들어지는 인터넷 줄임말, 혐오스런 악성 댓글 등을 경험하면 대충 이해가 될 듯도 하다.

문서해독은 다양한 경험과 다양한 지식이 있는 사람이 잘하는 게 당연한 것이다. 토론 논술에 익숙하지 못한 우리교육의 현실도 큰 문제다. 문제 풀이를 위해 정보를 머리에 채워 넣는다고 문장을 잘 해석하지 않는다.

특정단어나 신변잡기 같은 정보가 마치 엄청난 비밀을 가진 특종인양 장시간 노출시키는 일부 방송들과 언론들도 한 몫 한다. 우리 솔직한 현실이 어떤가 한번 쯤 생각해 본다.  국어교육보다는 영어교육에 몰입하며 막대한 투자를 하는 현실, 그리고 부끄러울 정도의 낮은 독서율 등이 부끄러운 우리 자화상의 밑바탕이 아닐까 

경쟁사회에서 서로 함께하는 사회, 공동체성의 회복, 저녁이 있는 삶, 국민행복시대 등등 수없이 쏟아지는 말들이 공허한 것은 우리가 숨쉬는 이 시대와 공간에서 벌어지는 코미디 같은 일들이 그 이유를 보여준다. 강요된 공부, 끝없는 경쟁에  벼랑에 서야하는 아이들, 청소년 자살률 OECD 1위, 남녀 임금격차1위, 대학진학률1위, 결핵발병률1위, 공교육부담률1위, 부채증가율1위 등. 우리의 서글픈 현실은 우리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든다.

다시 가을이다. 깊이 생각하며 책좀 읽어야 겠다. 읽었으면 감동받거나 깨달은 대로 한 순간이라도 살아보아야겠다. 지식을 구겨 넣는 교만이 아닌 지혜를 얻어가는 삶이고 싶다. 내 자식들에게 비극 물려주고 싶은 부모가 어디 있겠나. 내가 비록 부서지고 죽더라도 자식은 행복하기를 바라고 잘 살기를 기도 하는게 부모의 마음이다.

문득 내가 지금 이렇게 생각 없이 쓰는 오늘이 우리 아이들의 내일을 빼앗는 일이 될 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든다. 이번 주말은 동아리 애들 만나서 햄버거 콜라 함께 먹고 마시며 수다 좀 떨어야겠다. 이야기 하다보면 이 아이들이 꿈꾸는 세상이 곧 나의 세상이 된다. 글자만 읽지 말고 세상을 읽는 지혜가 필요한 2014년 가을, 아프고 슬픈 모든 이들에게 부디 평화가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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