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이유가 있다
[기고]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이유가 있다
  • 강진신문
  • 승인 2014.07.26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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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식 강진읍장

"여보시오 읍장 왜 우리가게는 꽃바구니 안주는 거요","왜 우리 집 꽃이 저쪽 집 꽃보다 안 이쁩니까","갑자기 꽃바구니 다는 걸 보니 읍에 무슨 큰 행사가 열리는 모양이네요" 강진읍 중앙로 상가 사장님들이 샤피니아 꽃바구니를 선물(?)로 받고 하는 말씀들이었다. 4월 중순에 1가게에 한 개씩 달아 주었으니 벌써 석 달 남짓 되었다.

자초지종(自初至終)은 이렇다. 올 2월초에 강진읍장에 취임하고 기관사회단체와 상가를 운영하는 선후배 지인들께 취임인사차 들렀다. 만나는 분들마다 한결같이 읍장에 취임하였으니 강진읍내를 활기 넘치게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말씀은 드렸지만 묘안이 떠오르지 않아 며칠째 가슴이 웅얼거리고 출근하는 발걸음에 쇠뭉치를 채운 기분이었다. 그러던 차에 생각해낸 것이 주민들의 정서를 순화하고 아름다운 길거리를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는데 결론을 내렸다.

읍사무소 뜰을 다듬고 주변에 꽃을 심어 환경을 바꾸면서 도로변 자투리땅과 시내 중심가에도 선진국처럼 꽃바구니를 걸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미쳤다. 이것이 일명'강진읍 도심 가꾸기 프로젝트'였다.'당신과 함께 있어 행복합니다'라는 꽃말에 새색시 얼굴을 닮아 화사한 샤피니아는 지금 시내 상가 곳곳에 내걸려 미소를 짓고 있다.

키재기를 하며 하늘하늘 소녀의 순정을 닮은 키다리 코스모스와 멀리서 보면 더욱 아름다운 그리움의 꽃 메리골드는 강진읍의 국도와 지방도 짜투리 땅에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꽃바구니를 걸어주면서 오해도 많이 받았다. 강진읍이 무슨 돈이 많아서 꽃바구니를 달아주느냐? 어떤 꽃집을 도와주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도로도 좁고 상가는 허술한데 미친 짓들 하고 있다는 얘기부터 심지어는 저사람 읍장 두 번 시켰다가는 강진읍 말아 먹을 것이다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다양했다.

그러나 비난하는 사람보다는 더운 날씨에 고생이 많다며 음료수를 건네 주고, 식사를 제공하고 싶다는 음식점 사장님 등 격려를 해주는 주민들이 더 많았다. 지금은 상가에서 모두들 직접 물을 주고 잡초를 뽑고 손질해 주고 계신다. 정말 고마운 일이다. 지나는 분들마다 거리가 이국적이고 아름답고 밝아졌다고 말씀하신다.

찻집을 운영하는 사장님은 가게가 더 멋있어 졌고 매출이 늘었다고 좋아 하신다. 힘이 절로난다. 군청 축제팀에서도 청자축제장 곳곳에 샤피니아 꽃바구니를 1천여개 넘게 걸었다. 축제가 끝나면 우리 읍사무소에서 인수하여 강진읍 시내에 내걸기로 약조하였다. 시내가 꽃향기로 가득할 것이다. 

올해는 많은 예산 들이지 않고 우리 직원들이 직접 기른 샤피니아를 시범적으로 5백여 개를 걸었지만 내년에는 강진읍 전체 상가에 꽃을 걸어 볼 계획이다. 꽃바구니 디자인도 심플한 것으로 교체할 생각이다.

또 올해 혹독한 연습을 한 만큼 내년에는 상가에 모종을 드리고 직접 가꾸어 보시도록 할 계획이다. 종국(終局)에는 우리 주민들 스스로 꽃을 좋아하고 가꾸게 하는데 목적이 있다. 꽃은 사람의 품성을 곱게 기르는 마술(魔術)이 있고 악한 사람을 선하게 유도하는 마취(痲醉)가 있다.

꽃이 아름답다고들 한다. 그러나 꽃보다 사람이 더 아름다운 이유가 있다. 꽃이 향기를 풍기는 것도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것도 결국은 마음씨 고운 사람의 손길이 가기 때문이다. 여름이다. 물을 좋아하는 꽃에다 물 한 컵 적선(積善)하자.

오늘따라 시인 김춘수의"꽃"이라는 시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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