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
그 길
  • 강진신문 기자
  • 승인 2003.11.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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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동<농업기술센터>

빛바랜 검정 모시옷 입고
토끼꼬리 귀마개를 한
빡빡 머리 아이가 진눈깨비 뿌리는
이 길을 가고 있습니다.

삐비를 한 주먹 뽑아 쥐고
껍질을 벗겨내고 하얀 속살을
질겅질겅 씹으면서 빡빡 머리 그 아이가
이 길을 가고 있습니다.

뿌연 먼지 날리며 짐차가 사라지는
신작로 자갈길에
검정고무신 신고 책보를 가로 맨
빡빡 머리 그 아이가 가고 있습니다.

황토 흙이 다 씻겨지지 않은
고구마를
뚝뚝 베어 먹으면서
빡빡 머리 그 아이가 가고 있습니다.

누렇게 익은 나락 한 이삭을 들고
한 알 두 알 까먹으면서
코스모스 접시비행기 따라
코스모스 접시비행기 따라
빡빡 머리 그 아이가 가고 있습니다.

고추잠자리 날개 짓 따라
신작로에 뒹구는 자갈을 툭툭 차면서
빡빡 머리 그 아이가
오늘도 이 길을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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