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의 나라'일본을 다녀와서
'질서의 나라'일본을 다녀와서
  • 김철 기자
  • 승인 2003.11.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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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주류대표 김 호 재

최근에 나는 업계대표로서 이웃나라 일본으로  산업시찰을 다녀왔다. 일본이라는 나라가 우리에게 주는 많은 부정적 이미지가 나에게도 약간의 자존심을 건드리기는 했지만, 이미 세계를 주름잡는 경제선진국인 그 곳의 주류산업의 형태와 발전과정, 유통현황 및 마케팅의 축적된 노하우들을 보고 배우고자 격앙된 마음으로 출발하였다.

일본의 주류산업은 일단 그 규모의 면에서도 우리의 그것과는 상당한 차이로 성장을 했고 공장의 기계화나 유통의 다각화, 마케팅 측면에서도 부러우리만큼 앞서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을 둘러 볼 수는 없었지만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그들의 주류산업 현황을 보고 우리도 더욱 열심이 연구하고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일본에서 더욱 놀라웠던 것은 그 나라의 친절과 질서의식이었다. 그것은 내가 책이나 매스컴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던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한 모습이었다.

이웃나라에서 온 소규모의 산업방문단이 그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닐텐데 그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를 환대하고 몇 번이라도 허리를 굽혀 인사하며 웃음을 거두지 않았다.

두 곳의 생산 공장과 네 곳의 대형유통업체를 방문했는데 모두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것은 몸에 베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일본인들만의 친절정신이었다.

또한 일본은 도시의 환경도 매우 쾌적하였다. 규모만으로도 세계 어느 도시에 못지않는 도쿄의 경우에도 빌딩 숲과 인산인해의 모습만 상상했었지만, 의외로 거리는 조용하고 차들도 한산해 보였으며 공기 또한 상당히 맑았다. 이는 가까운 곳에 산이 없는 특성상 오래 전부터 계획적으로 도심 이곳저곳에 공원과 녹지 조성을 해온 까닭이 아닌가 생각하였다.

다른 큰 도시들도 마찬가지로 출 퇴근 시간조차 도로가 크게 막히지 않았는데, 이 또한 3, 4층으로 이루어진 입체고가도로 등의 도로교통 시설과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는 문화가 일찍이 자리 잡혔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무엇보다도 도시가 쾌적하고 아름답게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그들의 질서 의식이 매우 투철하고 건전하기 때문일 것이다. 신호등 지키기, 줄 서서 차례 기다리기, 옆 사람에게 피해 안주기, 쓰레기 분리수거 하기 등등 가장 기본적이지만 쉽게 지나쳐버리기 쉬운 일상 속의 질서가 그들에게는 이미 생활화되어 있었다.

후지산도, 오사카성도, 신간선도 다 좋았지만 질서를 잘 지켜서 모든 것이 다 잘된 것만 같은 그들이 내심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부끄럽기까지 했다.

간사이공항에서 비행기에 오르면서 나는 어깨가 무거워지는 책임감과 지괴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가장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하는 일본, 그들의 완벽하리만큼 철저한 질서의식과 친절정신을 통해 산업 노하우보다도 더욱 값진 것들을 느끼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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