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골 강진여행
청자골 강진여행
  • 주희춘 기자
  • 승인 2003.11.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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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교육청 최 연 균 관리과장

따뜻하고 포근한 솜바지처럼 생긴 지도를 보자 여기가 바로 남도답사 1번지 청자골 강진(康津)땅이다.

진 성전 월출산(月出山) 자락에는 617년에 원효대사가 창건한 무위사(無爲寺)가 있고 그 무위사에는 주심포와 맞배지붕으로 단아하게 멋을 부린 국보 제13호 극락전에 당나라 신필(神筆) 오도자(吳道子)가 그린 수월관음도는 천상(天上)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다

고려시대 대가람을 이루었던 월남사지(月南寺址)터엔 백제계 석탑인 월사지 모전석탑이  장중하게 서서 그 옛날의 역사를 들려준다

천혜의 요새 수인산이 굽어보는 병영(兵營)으로 가면 1417년 조선태종때 마천목 장군이 축조한 전라병영城이 있고 나라의 큰 일이 있을때마다 소리내어 운다는 수령800년이 넘은 비자나무가 지켜보고 있는 마을에는 이방인 네델란드 하멜일행이 1656년부터 8년간 살았던
빗살돌담 한골목 고샅길이 길게 뻗어있다

굽이굽이 까치내재를 넘어 금곡사에 이르니 1864년 화순동복으로 가는 길에 마지막 詩를 남긴 방랑시인 김삿갓 시비(詩碑)가 있다. ‘천리 방랑길에 지팡이 하나 남은 돈 일곱 닢이 오히려 많도다. 주머니속에 감추라 신신당부 했건만 석양에 주막에서 술을 보니 어찌하랴’

어-따 이 바지락 꼬막 보소이 싱싱한 해산물이 넘치는 탐진강 하구. 아홉개의 강(江)이 모인 구강포에는 토실한 민물장어 구이가 입맛을 잡는다
강진만을 따라 청자골 대구(大口)에 가면 천연기념물 푸조나무가 천년비색을 토해내는 고려청자(高麗靑磁) 도요지를 지켜보고 있다

마도진 만호城을 넘어 그림같은 미항(美港) 마량포구에 당도하니 오-메 배고픈거. 소라 멍게 돔 우럭 광어.... 팔딱거리는 청정한 바다에 한웅쿰 떠있는 까막섬을  강태공 연락선들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돌아간다

강진만 서쪽 도암(道岩)땅에는 실학사상을 집대성한 다산(茶山) 정약용 선생님께서 1808부터 10여년간 500여권의 책을 저술하신 다산초당(茶山草堂)이 만덕산 가슴에 고즈넉이 안겨있네 평소 교분이 두터웠던 추사(秋史)의 친필 현판이 걸려있는 동암초당에 기대어 흑산도로 유배가신 약전 형님을 그리며 눈물짓던 모습이 선연하다

초당 너머 동백림(冬柏林)속에 다소곳이 내려 앉은 백련사(白蓮寺). 법당에서 흐르는 청아한 새벽 예불소리에  새들이 단잠을 깨우네

선인(仙人)이 산다는 만덕산에 오르면 강진만의 은빛 물여울 타고 그 옛날 고려청자를 싣고 중국대륙을 왕래하던 해상왕 장보고 대사의 무역선이 아른거린다

강진읍 탑동 산자락 영랑(永郞)시인의 생가에는 모란이 피기까지 오ㅡ메 단풍 들것네 구수한 향토적 서정(抒情)의 노래가 잔잔히 흐른다

강진 사람들은 천성(天性)이 온후하고 문화유산을 소중히 여기며 교육(敎育)을 사랑하고 전통적인 풍속을 이어가며 맛깔스런 음식을 오순도순 나누며 산다

서설(瑞雪)이 내리던 정월 초하루. 이제 내가 살아가야 할 강진의 아침을 여니 아늑함과 싱그러움이 저 목리(牧里)벌. 눈부신 아침 햇살을 안고 가슴으로 가슴으로 밀려온다

그 청량한 기운으로 저 광대한 우주를 향해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 볼륨없는 겸허한 작은 모습으로 한 자루 촛불이 되리라

오자견진오(吾自見眞吾). 오 - 이제야 문득 내 자신을 알 것 같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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