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역사 바탕으로 주민자치의 마을 꿈꾸다
전통과 역사 바탕으로 주민자치의 마을 꿈꾸다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3.07.13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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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기행] 군동면 비자동 마을

군동면 비자동 마을...합동축하연, 배틀놀이 등 협동심 높여

최근 군이 '주민주도형 색깔 있는 마을 조성사업' 선정지 중 하나로 군동면 비자동마을을 지목했다.

주민주도형 색깔 있는 마을이란 주민들이 주도해 농촌 마을이 지닌 다양한 유·무형의 자원을 발굴해 발전시키고자 하는 것으로, 주민 스스로가 마을을 문화와 예술, 건축과 환경 등이 어우러지는 삶의 공간으로 새롭게 탈바꿈하는 과정의 한 수단이다.

그렇다면 비자동은 과연 어떠한 곳이며 이곳 주민들의 생활상은 어떤 모습일까.
 
강진읍에서 출발해 국도 23호선을 달리다 목리다리를 건너 군동으로 접어들면 도로가에 아늑하게 자리 잡고 있는 곳이 바로 비자동이다.

군동면 삼신리에 위치한 마을의 이전 명칭은 '하신'. 오늘날 비자동으로 다시 불리게 된 데는 불과 2년여 전의 일이다. 마을입구에는 장흥마씨 추모비가 여러 개 세워져 있어 집성촌임을 미뤄 짐작케 했다.
 
강진군마을사 군동편을 살펴보면 마을의 최초 입향성씨는 원주이씨가 터를 잡았다고 하나 자료나 후손이 없어 입향 내력을 밝힐 수는 없다고 전하고 있다.

다음으로 장흥마씨가 작천면에서 이주해와 자자일촌을 이루어 생활해 오다 근대에 들어 일부 타 성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현재 마을에는 75호 120여명의 주민들이 미맥위주의 농사를 짓고 있다.

비자동은 마을에 간척지가 만들어지던 해인 지난 1930년 이후 미맥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마을주민수가 늘어났고 마을 또한 크게 번성했다.
 
마을에는 지형이 고리같이 생긴 들판으로 가뭄이 들어야 농사가 잘된다는 고리언, 마을 뒷산으로 말발굽처럼 생겼다 하여 굽봉, 합섬 뒤쪽에 있는 등성이인 불뭇등, 금사마을과 경계로 옛날 이곳에 비가 서있었다 하여 부른 비석등, 합섬이라 했다.

또 마을 동편 첫 번째 골목으로 옛날 한문을 가르치던 서당이 있어 불리우는 서당골목, 합섬에 있는 농경지로 수령논이 많다하여 수랑골, 수랑골 꼭대기에 있는 쌍둥이 바위로 옛날 돌을 던져 맞추면 낳을 자식의 성별을 알았다는 아들바위·딸바위, 골짜기가 길게 홈처럼 파였다고 부른 골목인 홈골등이 주민들에게 정겹게 불리고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비자동은 예부터 주위에 비자나무가 많아 비자동이라 불리어 오다가 지난 1789년 하신기리(下新基里)로 지명이 바뀌었고 이후 1945년 해방과 함께 분구가 되면서 삼신리의 아래쪽에 위치한다고 하여 하신(下新)이라 불리게 됐다.
 
그러나 주민들에게 있어 이같은 지명은 썩 달갑지만은 않았던 게 사실이었다. 하신이라는 이름이 내려다본다는 뜻의 다소 하급성이 짙은 지명이라는 지명은 주민들에게 있어 쓸쓸한 현실의 연속성이 되곤 했다. 
 
주민 마채율(80)씨는 "비자동은 예부터 양반동네로 주민들의 학식도 높았을 뿐더러 규모 또한 비교적 커 군동면을 대표하는 마을 중 한 곳으로 불려왔다"며 "하신(下新)이란 마을명을 그대로 안고 살아간다는 것은 주민들 스스로가 얘향심 없는 무책임한 삶을 이어가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었다"고 전했다.

이에 주민들은 지난 2009년 11월 마을의 명칭변경을 면사무소에 건의했고 주민들의 끈질긴 노력 끝에 조례가 공포됨에 따라 지난 2012년도 1월 비자동으로 바뀌었다. 이는 주민들이 이룬 첫 성과로 평가받은 동시에 협동심을 여실히 보여준 단면이 됐다.  
 
비자동 주민들의 협동과 단합을 비춰주는 모습들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03년부터 팔순·고희·회갑을 맞은 주민을 함께 축하해주고, 마을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서 합동축하연을 마을전통으로 이어오고 있다.
 
조연순(여·70)노인회장은 "주민들은 합동축하연을 큰 보람으로 여기고 있다"며 "그 중심에는 마을 어른을 공경하는 경로효친사상이 짙게 배어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주민들의 모습에 비자동마을은 지난 6월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가 공동주최해 마련한 '좋은 이웃 밝은 동네'에 선정돼 수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오늘날 비자동이 '주민주도형 색깔 있는 마을 조성사업'에 있어 최적지로 손꼽히고 있는 데는 주민들의 전통과 문화의식 수준도 높게 평가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베틀놀이이다.

비자동 베틀놀이는 조상들의 희로애락과 숱한 설화를 남겼던 길쌈과정을 한마당에 옮긴 전통 민속놀이로 지난 1968년 강진금릉문화제(현 강진청자축제)의 시연을 시작으로, 1986년 제15회 남도문화제 종합최고상, 제37회 전남민속예술축제 우수상 수상 등 수차례 문화공연행사 참여와 수상으로 주민간의 유대강화와 마을화합을 이뤄냈다.

비자동 베틀놀이는 지난 2010년에 강진군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강진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비자동마을은 지난 5일 군이 최근 추진하고 있는 '주민주도형 색깔 있는 마을 조성'을 위한 대상지로 선정됨에 따라 사업진행을 위한 1차 현장포럼을 가졌다.

포럼은 오는 11월말까지 마을자원 및 주민역량조사, 주민역량강화교육, 마을 테마 발굴 워크숍, 선진지 견학 등 총 4단계에 걸쳐 변화를 이뤄갈 전망이다.
 
좀 더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그리고 마을의 문제를 자신들 스스로가 해결하고 풀어가는 주민자치의 마을실현을 구현하고자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비자동 주민들. 그들의 흘린 귀중한 땀방울이 어떠한 모습으로 비자동의 제2의 도약을 펼쳐갈지 주목되고 있다. 


◈ 인터뷰 - 군동 비자동마을 윤호경 이장
"대화와 타협은 살기 좋은 비자동 만드는 밑거름"
 
마을의 발전을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윤호경(68)이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10일 만난 윤 이장은 마을회관 앞에 놓아둔 목화화분을 관리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비자동 주민들은 마을 앞까지 바닷물이 들어오던 1930년도까지 밭에 목화를 심어 길쌈으로 생계를 유지했고 그 과정에서 베틀놀이를 즐겨했다. 베틀놀이는 목화에서 실을 뽑아 베를 짜고난 후 다듬이질하기까지의 과정을 노래와 함께 엮은 것으로 오늘날 마을의 큰 문화유산이다.

윤 이장은 "비자동마을은 베틀놀이로 전통과 문화를 계승 발전시켜 베틀놀이보존회마을로 지정돼 매년 강진청자축제 등 각종 행사에 참가해 시연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주민주도형 색깔 있는 마을조성과 관련해 윤 이장은 "지난 5일 목포대학교 전남농촌활성화지원센터와 농촌 현장포럼을 개최했다"며 "주민주도의 마을발전계획을 잘 수립해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윤 이장은 "주민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 등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번 1차 포럼에서도 사업방향에 대한 주민들의 이해구조는 매우 낮았다"며 "소득창출보다 마을의 기존 문화를 토대로 사업을 이뤄가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윤 이장은 "근면 성실을 바탕으로 모든 일을 대화와 타협으로 이끌고 있는 주민들의 모습은 마을발전에 큰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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