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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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집부 기자
  • 승인 2003.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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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을 서두르며

추수을 서두르며            

강진군 농민회 회장 서정대

햅쌀이 나오는 시기에 묵은 쌀 같은 이야기부터 해야겠다. 농산물 수입개방론에 관한 것이다. 충남대 박진도 교수같은 이는 수입개방론을 소극적 개방론과 적극적 개방론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소극적 개방론은 농업의 피해는 인정하면서 국제무역질서상 농산물시장 개방은 어쩔수 없다는 것이다.  농업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협상력을 발휘해야 하고 WTO 범위안에서 허용된 가능한 모든 지원책을 마련해 농가소득을 보전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정부내에서는 농림부가 이러한 입장이고 일부 농경제학과 교수들, 그리고 농민들 일부와 많은 국민들이 이러한 입장이다. 적극적 개방론은 비교우위론에 그 뿌리를 둔다.

농업을 경쟁력 없는 산업으로 규정짓고 국내 농산물보다 더 싸고 좋은 외국 농산물을 먹는 것은 경제 논리상 합리적인 판단이라는 것이다. 공산품을 팔아 농산품을 사 먹으면 국가적으로 이익이며 농업은 국제적 경쟁력을 가질때까지 구조조정되어야 한다는 논리이다.

정부내에서 재경부 산자부등 대다수가 이러한 논리이고 특히 미국대학 유학파 출신 관료와 학자는 거의 농산물 수입 적극개방론자들이다. 물론 재벌과 같은 경제 집단도 이러한 논리다.

수입개방 반대 논리의 핵심은 농업의 비교역적 기능(다원적 기능)을 중요하게 바라보며 특히 우리나라처럼 쌀 주식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더욱 식량안보 측면에서 농산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작년 농산물 수입적자는 80억 달러다. 산업으로써 농업이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또 해묵은 연례행사가 진행된다. 쌀값과 관련한 농민들의 요구와 이것을 거부하는 농협과의 마찰이다. 한푼이라도 더 받으면 좋겠다는 농민과 한푼이라도 덜 주려는 농협과의 줄다리기는 결국 농민들의 실력행사라는 집단적 형태의 압력으로 나타난다.

올해는 이것을 극복해보자는 것이 농민단체의 의견이다. 쌀값 변동의 시장 논리는 뻔하다. 그리고 특수하다. 생산과 공급이라는 가격 시스템과 농산물 가격 탄력성이 작용한다.

시장의 추이를 추적해 분석하면 흐름을 볼수 있고 그러한 결과를 토대로 가격을 결정할 수 있다. 하여 올해는 행정을 책임지는 군청과 유통을 책임지는 농협과 생산을 책임지는 농민단체가 한 책상에 앉아 분석과 연구를 토대로 합리적인 농협 자체수매 나락값을 결정하고 군의 소득보전 지원의 내용과 형식을 결정하자는 것이다.

가칭 강진군 나락값 조정위원회을 만들어 대화와 설득을 통해 해묵은 관례를 극복하자는 것이다. 말하자면 정부의 노사정위원회와 같은 성격의 기구이다 물론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여기에 한가지 더, 앞서 말했듯이 WTO,DDA,FTA,쌀 재협상등 수입개방의 흐름에 제동을 걸고 산업으로써 농업이 발전 할 수 있는 나름의 공동노력을 경주하자는 것이다.

강진경제의 80%가 농업에 의존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다시 말할 필요없이 강진군은 농업군이다. 말할 필요도 없이 농업경제의 중추가 농협이다. 농민 살림살이가 농협 살림살이다. 군과 농협과 농민은 공동운명체이다. 갈등과 경쟁의 소모적 구습을 상생과 화합의 발전적 신모델로 만들어 가자.

추수를 서두르는 농민들의 발걸음이 부산하다. 올해 전남 농민은 행운을 맛보았다. 강진은 그중에도 행운이다. 냉해 피해를 당한 충남과 전북농민들,태풍으로 자식같은 나락을 잃은 경남북 농민들의 아픔도 헤아리는 넉넉한 가을이 되었으면 한다. 전국적으로 약 1조 2000억 정도의 쌀 소득 감소가 예상된다고 한다. 그것이 전부 빚이 될 것은 자명하다.

풍성한 가을에 빚을 말해야 하는 농업현실은 언제나 바뀔런지, 아직 희망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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