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암 양희봉
내 고향 마을은
남도 천리길
쇠머리 「우두봉(牛頭峯)」아래
귀 밑. 「하이변(下耳邊)」이다.
일정 때
아스팔트 길 먼저 나고
그런대로 번창하던 읍내 한 모퉁이
외입 가는 버스,
만남과 이별이 스치는 철길.
조으는 거릇배 한 척도 와 닿지 않는 곳이다.
허기진 보릿고개 오롯하던 10여 채가
한 집, 두 집
서울로 떠나고
마중하는 첫 들머리 집
내 탯 자리도
토담 헐리고,
정지문 떨어져 나가
부러진 서까래,
그을린 벽 속에 귀신 나올까 무섭다.
작년 이맘때는 그래도
향수 달래며
하루쯤 묵을 말벗이 있었는데
늙어서 돌아가고, 젊은이는 떠나고
허리 굽은 지킴이도 낯이 설어
내년에 다시 오면 알아볼 이 있을는지
쓸쓸히 돌아서는
추억의 「귀밑재」는
코흘리개 책가방이 끊기고 나서
찔레꽃 가시덤불이 그 길을 묵고 있다.
저자약력
강진 출신
현: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서울시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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