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은 외롭다
고향은 외롭다
  • 강진신문 기자
  • 승인 2003.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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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암 양희봉

내 고향 마을은

남도 천리길

쇠머리 「우두봉(牛頭峯)」아래

귀 밑. 「하이변(下耳邊)」이다.


일정 때

아스팔트 길 먼저 나고

그런대로 번창하던 읍내 한 모퉁이

외입 가는 버스,

만남과 이별이 스치는 철길.

조으는 거릇배 한 척도 와 닿지 않는 곳이다.


허기진 보릿고개 오롯하던 10여 채가

한 집, 두 집

서울로 떠나고


마중하는 첫 들머리 집

내 탯 자리도

토담 헐리고,

정지문 떨어져 나가

부러진 서까래,

그을린 벽 속에 귀신 나올까 무섭다.


작년 이맘때는 그래도

향수 달래며

하루쯤 묵을 말벗이 있었는데


늙어서 돌아가고, 젊은이는 떠나고

허리 굽은 지킴이도 낯이 설어

내년에 다시 오면 알아볼 이 있을는지


쓸쓸히 돌아서는

추억의 「귀밑재」는

코흘리개 책가방이 끊기고 나서

찔레꽃 가시덤불이 그 길을 묵고 있다.



저자약력

강진 출신

현: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서울시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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