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남긴 의미
추석이 남긴 의미
  • 특집부 기자
  • 승인 2003.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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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우<온누리 문학회장>

몇일 있으면 추석이 다가온다. 우리들이 어렸을 때는 왜 그리 마음이 설레었는지 옷 하나 신발 하나도 귀하던 때라 추석 때 장날이면 어머니 손을 잡고 장에 따라가서 이것저것 사달라고 졸라대던 일, 일년에 한두 번 정도 겨우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을 절호의 기회여서인지 마음 졸이며 기다리는 일 등 4~50년 전 우리 농촌생활 모습을 생각 하면서 지난날 순수했던 한가위에 대한 문화를 다시 한번 반추해 본다.

중추절 즉 한가위는 설과 함께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이다. 한가위에 대한 명칭은 다양하게 불리는데 가위라는 말은 신라시대 가배(嘉徘)에서 변천된 말이고 추석은 예기(禮記)의 춘조월 추석월(春朝月, 秋夕月)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중추절을 만물이 풍성한 8월의 아름다운 계절이라 하여 중추가절이라 이름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옛 속담에 일년 열 두 달 365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하는 말이 있다. 중추가절을 맞이하여 한가위를 맞는 우리들의 마음을 생각해 보자.

아무리 가난했던 시절 가난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추석날만큼은 서로 이웃을 생각하며 떡을 만들어 나누어 먹을 줄 알았다. 그것은 두말한 것 없이 풍성을 나누는 여유요 사랑이며 예절인 것이다. 논밭에 가득한 곡식을 보면서 넉넉함을 생각하고 주렁주렁 달린 과일을 보면서 자손의 번성과 조상을 그리워하는 마음씨가 생각나게 한다.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는 한가위 추석명절 가난했던 사람은 가난을 잊어버리고 이날만큼은 서로가 나누어 먹으면서 사랑을 베풀고 조상님께 차례를 드리는 우리민족의 한마당 축제인 것이다.

지금 우리는 생존 경쟁이라는 추악한 터널 속을 기어가고 있다. 동방의 예의가 사라지고 조용한 아침의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이제 우리나라도 선진 경제의 문턱에 다 닿았다. 지금쯤 숨을 고루면서 제자리를 돌아다 볼 때가 되었지 않는가 생각해 본다. 한가위와 같은 넉넉한 마음으로 우리 모두가 웃으면서 살아갔으면 좋겠다. 끝으로 한가위에 대한 유래를 적으면서 그 뜻을 음미해 보기로 하자.

삼국유사나 동국여지승람에 다음과 같은 가배에 대한 유래가 있다. 신라 유리왕 때 수도 경주를 6부로 나누어 두 편을 만들고 7월16일부터 매일 큰 부락에 모여 길쌈짜는 내기를 하였는데 밤 9~11시가 되어서야 일과를 마쳤다.

그리하여 한달  후인 8월 보름날에 각 편의 결과를 놓고 양이 적은 쪽이 내기에 진 것으로 인정하고 술과 음식을 준비하여 이긴 편을 대접하게 되는데 이때 모두 모여 춤과 노래로 온갖 놀이를 즐겼다고 한다. 이를 이름하여 가배라 한다 하였다.

참으로 멋진 우리 조상들의 놀이문화였다. 요즘 같으면 내기에 졌다고 해서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며 따지려 들겠지만 그러나 가배의 풍습은 솔직하게 패배를 인정하고 이긴 편을 축하해 주는 보다 성숙한 잔치문화였던 것이다.

아무리 이기주의가 팽배하고 권력이 끝이 없는 현대 최첨단 문화에서 살고 있는 우리지만 우리민족의 최대 명절인 한가위에 즈음하여 한가위의 본뜻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마음의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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