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사 아미타삼존후불벽화
무위사 아미타삼존후불벽화
  • 강진신문
  • 승인 2003.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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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일<청자박물관 학예연구사>

성전면 월출산 남쪽 기슭에 위치한 무위사에는 여러 시기의 문화재가 있다. 그 중에 1430년에 건립된 극락보전 내부(사진1)에는 목조아미타삼존불상과 아미타삼존후불벽화가 봉안되어 있다.

 

목조아미타삼존불상은 최근 연구성과를 통하여 1478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아미타삼존후불벽화는 화면 좌․우측 하단의 화기(畵記)를 통하여 1476년에 허순(許順)과 영이(永伊) 등이 지역 주민들과 같이 발원(發願)하고 해련(海蓮) 등이 그렸음을 알 수 있다. 조선전기 불교미술품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며 대부분 소실되는 비운을 맞이하였다. 특히, 불화(佛畵)는 불상(佛像), 범종(梵鐘)과 달리 박락(剝落)과 퇴색(退色)이 진행되어 소각공양(燒却供養)하는 경우가 많아 현존하는 유물이 많지 않은 실정이다.

 

아미타삼존후불벽화의 크기는 320㎝×280㎝로, 화면은 높은 연화대좌에 앉은 아미타불을 중심으로 관음․지장보살이 서 있고, 좌우 상단에 나한상 3구와 화불 2구를 배치하였다. 벽면 전체에 황색을 칠한 후, 흑선을 사용하여 세련된 필치로 윤곽을 잡고, 적․청․녹색으로 색을 칠한 후, 적색의 윤곽선으로 마무리하였다.

 

아미타불(사진2)은 연화대좌에 앉은 좌상으로 높은 육계에 정상계주가 있고, 둥근 얼굴에 이목구비를 표현하였다. 손의 자세(手印)은 아미타구품인(阿彌陀九品印) 중 엄지와 중지를 맞댄 중품중생인(中品中生印)을 취하고, 가슴 중앙에 붉은 색으로 “옴”자를 적어놓았다.

 

상반신에 걸친 붉은 대의에는 금니(金泥)를 사용하여 둥근 원에 연화문을 그린 원연화문(蓮花圓文)을 빽빽하게 넣었다. 광배는 주형거신광으로 두광(頭光)은 녹색으로, 신광(身光)의 안쪽은 빈 공간으로 처리한 대신에 중간부분에 적색과 황색으로 연화당초문을 그려 넣어 화려하게 표현하였다. 협시보살은 정면을 바라보는 입상으로, 관음보살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마엽문(麻葉文)이 장식된 투명한 베일(사진3)을 쓰고, 손은 배 위에 가지런히 교차하여 정병을 들고 있다. 지장보살은 금니로 장식된 두건을 쓰고, 오른손에 긴 석장(錫杖)을 쥐고 있다.

 

이 벽화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은 아미타불의 협시보살로 대세지보살 대신에 지장보살이 배치된 점이다. 아직까지 이러한 도상의 성립이 가능했던 경전을 알 수 없지만, 이 시기에 제작된 이러한 도상의 유물로는 1429년 금동아미타삼존불상(조선역사박물관 소장), 1451년 금강산 내강리 출토 금동아미타삼존상, 1458년 천주사 목조여래좌상(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등이 남아있다.

 

따라서 아미타삼존에 대세지보살 대신에 지장보살이 배치된 근거를 무위사를 통하여 접근해 보면, 1430년에 건립된 극락보전에 15세기 후반 후불벽을 세우고, 1476년 아미타삼존후불벽화와 1478년 목조아미타삼존불상을 봉안하였다. 이는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순차적으로 불사가 이루어졌다는 것을 쉽게 추정할 수 있다.

 

이 목적에 대해서는 1481년 이전 내용을 중심으로 1530년에 발간한 ꡔ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ꡕ 무위사 조에 “세월이 오래되어 무위사를 중수하고, 이로 인해 수륙사(水陸社)로 하였다”는 내용을 근거로 아미타삼존의 배치가 수륙재를 지내기 위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따라서 무위사 극락보전과 내부에 봉안된 불상과 불화는 조선전기 불교미술사와 불교사상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유물이다.


 

사진1. 극락보전 내 전경   사진2. 아미타불의 세부   사진3. 관음보살의 세부


 

문화재용어 사전)

* 수륙재 : 육지나 물에 살던 유정(有情 : 生物)들이 죽은 뒤에 천도되지 못하고 떠도는 영혼과 전쟁이나 그 밖의 재앙으로 객사한 영혼들을 천도하기 위한 불교행사이다.

*벽화(壁畵):사원의 벽[흙, 나무 또는 돌]에 직접 그린 불화. 불교벽화는 인도의 아잔타 벽화에서 비롯하여 미란, 키질, 돈황 등지로 전파되는데 이들 초기 작품들은 주로 본생도(本生圖), 불전도(불전도(佛傳圖) 등의 불교설화를 내용으로 하여 자유스런 구도로 그려져 있다.

*극락전: 서방 극락세계를 다스리는 아미타불을 모시는 불전이고 이 아미타불의 뒤에는 아미타불화가 배치된다.

*아미타불화: 극락전, 무량수전, 아미타전이 있으며 아미타불의 협시보살인 관음보살을 모신 관음전에도 그 후불화는 아미타불화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전각에 모셔진 아미타불화 관계의 그림에는 아미타후불화, 아미타내영도, 아미타정토도 등이 있다.

*관음보살: 관음전 또는 원통전에 모셔진다. 관음보살은 중생을 구제하는 자비의 보살로 대개 아름다운 여성의 이미지로 표현되며 오랜 기간 동안 신앙의 대상이었기 때문에 시대에 따라 그 모습이 다양하다. 머리에 화불이 있는 보관을 쓰고 아미타여래의 왼쪽 협시보살로서의 관음보살이 가장 대표적이며 일반적인 것이다.

*지장보살은 인도의 땅신(地神)에서 유래하며 특히 지옥에서 고통 받는 중생을 구제해주는 보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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