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장애인 장순난씨
공부하는 장애인 장순난씨
  • 김철 기자
  • 승인 2003.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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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월요일 아침 8시가 넘으면 장순난(46·성전면)씨는 성전버스터미널로 바쁜 발걸음을 옮긴다. 버스에 몸을 실은 장씨는 30여분이 지나 목포시 공설운동장옆에 위치한 제일고등학교에 도착한다.

장씨가 이른아침 제일고등학교로 찾아가는 이유는 성인부 초급반 학생이기 때문이다. 학교에 도착한 장씨는 수학과 국어과목을 2시간이 넘게 교육받는다. 장씨가 가장 집중하는 시간은 국어시간. 단계별로 시작한 글공부는 이제는 어느덧 5단계과정에 올라섰고 반듯한 장씨의 글씨는 노력이 그대로 묻어난다.

장씨가 처음 학교를 찾아가게 된 것은 지난해 6월. 칠량면 명주리가 고향인 장씨가 장애를 앓으면서 정식적인 학교교육을 받지못한채 생활을 해야했고 남편과 1남1녀의 자식들의 뒷바라지를 하면서 시간은 흘러갔다. 10평남짓한 슈퍼를 경영하는 장씨는 두자녀들을 대학교육을 마칠정도로 훌륭하게 키워냈지만 항상 마음 한구석에는 공부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었다.

자식들이 성장해 직장을 찾아나가면서 부부만이 남게 되자 장씨는 공부에 대한 호기심이 더욱 높아졌고 성인들은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찾기 시작했다. 남편 조정식(56)씨도 아내 장씨를 위해 각종 시설이나 단체에서 운영하는 곳을 수소문했으나 찾아내지 못했다. 우연히 생활광고지에 나온 제일고등학교 성인부과정을 본 장씨는 그길로 학교에 접수를 하고 공부에 나섰다.

장씨가 일반 복지시설이나 사회단체에서 무료교육을 대신해 학교를 찾는 이유는 다녀보지 못했던 학교에 대한 아련한 향수도 있지만 규칙적이고 제대로된 교육을 받고싶기 때문이다.

장씨가 다니는 제일고등학교에는 초급반을 시작해 중등반, 고급반으로 나눠 1천여명의 성인반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고 수료증과 함께 검정고시준비를 도와준다. 장씨는 검정고시까지 공부에 대한 큰 꿈은 아니지만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공부하는 것이 목표이다.

장씨는 한달에 교재비와 수업료가 2만원에 일주일에 3번 학교를 통학하다보면 한달에 10만원정도의 비용이 소요되지만 몸이 불편한 남편에게 가게를 맡겨놓고 공부를 하러 다니는 것이 가장 미안하다.

장씨는 “아직은 기초를 공부하는 단계로 누구에게 공부한다는 말도 꺼내기 힘들다”며 “새로운 것을 알고 공부하는 것이 너무나 즐거워 앞으로도 공부는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게 웃었다./김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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