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로 내가 편지를 쓸줄은 몰랐어요"
"한글로 내가 편지를 쓸줄은 몰랐어요"
  • 김철 기자
  • 승인 2012.01.09 11: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물 focus] 마을 동계날 감동의 감사편지 쓴 읍 부춘마을 오공순씨

올해 처음 한글학교 통해 한글 터득
2장의 편지 잔잔한 감동...주민들 박수세례

지난 2일 강진읍 부춘마을 회관에서는 마을 동계가 열렸다. 70여명의 주민들이 모인 자리는 지난해 마을일을 보고하고 새로운 한해 마을일을 소개하는 자리이다. 이날 마을 동계에서는 독특한 편지하나가 소개됐다.
 
마을에 사는 오공순(83)씨가 노트를 찢어서 써내려간 2장의 편지였다. 편지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저는 석자 이름이 있어서 행복을 알고 느끼는 것이 지금에서야 알게 되는 것 같애요. 공부라는 걸 알게 되었고 내손으로 편지를 써 본다는 것이 신기합니다."이렇게 시작된 편지는 그동안 한글 학교를 다니면서 새롭게 한글을 배우고 한글을 알게 된 것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는 내용이었다.
 
비록 맞춤법이 틀리고 어법도 잘못된 문장이 많았지만 이날 동계에 모인 주민들의 마음을 적시기에는 충분한 내용이었다. 80세를 넘긴 마을주민이 일년동안 한글을 배우고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한 편지내용은 적지 않은 감동을 줬기 때문이다.
 
오 씨의 공부에 대한 마음은 애절했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제대로 된 학교교육을 받아보지 못한 것이 오 씨의 지금까지 생활이었다. 어릴적 야학을 통해 겨우 자신의 이름정도를 써왔던 오 씨에게 공부는 평생의 짐이기도 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2남1녀를 훌륭하게 키워낸 오 씨는 올해 마을회관에서 시작한 한글학교에 입학하게 됐다. 처음 마을회관에서 한글공부를 시작한 주민들은 13명이나 됐다. 하지만 바쁜 농촌 특성상 한명씩 빠지기 시작했고 최종 5명만이 졸업을 할수 있게 됐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오 씨는 평생 간직한 공부에 대한 열정 때문에 수업시간을 최대한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이렇게 해서 지난 22일 오 씨는 1년간의 한글학교 수업을 마치고 학사모도 쓰고 졸업장을 받았다. 눈물도 수없이 흘렀을 것이다.
 
이런 일 년 간의 과정을 2장의 편지에 담아 마을 주민들에게 들려준 것이다. 수업을 맡았던 박미옥 선생에게도 고마움을 표시하고 항상 마을주민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비는 인사말까지 편지에 담았다. 모두 1년간의 한글공부로 일어난 변화였던 것이다.
 
오 씨는 아직도 한권의 공책을 굳게 쥐고 있다. 공책의 표지에는 부춘마을 참새반 오공순이라는 이름이 선명하게 적혀있다. 자식들을 위해 살아온 생활속에서 이제는 자신들을 위한 작은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오 씨는 "지난 1년간 한글학교 수업은 너무나도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며 "여건이 허락되면 한글공부를 앞으로도 계속 하고 싶다"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