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이라니요? 우리 가족은 행복을 줍고 있습니다"
"고물이라니요? 우리 가족은 행복을 줍고 있습니다"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1.11.04 1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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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focus] 10년 째 이웃사랑 실천하는 변오승씨 가족

고물 팔아 어려운 이웃 도와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닙니다. 함께 더불어 살아야 즐겁고 보람도 있답니다"
 
강진읍 목리마을에 거주하는 변오승(50)씨와 부인 김영지(45)씨는 10년 동안 고철 등 폐품을 모아 이웃사랑을 꾸준히 실천해오고 있다.
 
지난 23일에도 고철 등을 팔아 얻은 수익금 16만원으로 쌀과 라면 등을 구입해 장애인가정 두 곳에전달했다.

이들이 그동안 고철 등을 팔아 후원한 금액은 530여만원. 가진 사람들이 보면 적은 금액이지만 그들에게는 피와 땀, 정성이 묻은 돈이다.

변씨 부부는 10년 동안 78회에 걸쳐 불우이웃을 도왔다. 지속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는 가정은 30곳이 넘는다. 
 
토목업을 하는 변 씨는 공사현장이 고물수집의 주 무대이다. 일을 하다가도 고물이나 빈병 등을 발견하면 곧잘 트럭에 싣는다. 부인 김 씨는 오토바이를 몰고 골목길 구석구석을 돌아다닌다.

대략 2시간가량 돌아다니면 오토바이 안은 빈병이 한 가득이다. 이렇게 모은 고철 등은 집 뒤편 공터에 모아뒀다가 한 달에 한 번씩 팔아 불우이웃 돕기 성금을 마련한다.

변 씨 부부가 고철 등을 팔아 불우이웃 돕기에 나선 것은 지난 2001년부터이다. "공사현장에서 나온 고철과 빈병을 하나 둘씩 주워 놓다보니 한 달 사이 제법 많은 양이 모아졌더라고요. 고민을 하다가 일단 팔았죠. 제법 많은 돈이 생깁디다. 부인과 함께 또다시 고민을 했어요. 이 돈을 어떻게 할지..."고민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고 부부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봉사 첫 해, 160여만원을 마련해 불우이웃 20여 가구에 쌀과 라면, 학용품 등을 전달했다.
 
변씨 부부는 자녀 다희(여·22)씨와 다현(20)씨를 불우이웃 돕기에 동참시켰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 두 자녀들의 나이는 12살과 10살. 고물이나 주우러 다니는 일이 창피하게 여겨지는 게 당연하던 나이다.

자녀들의 투정으로 한 때 그만둘까 하는 갈등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작은 봉사가 어려운 이웃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쉽게 포기할 수는 없었다. 부부는 자녀들에게 외면의 멋보다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심어주고 싶었다. 
 
요즘에는 자녀들이 폐품수거에 적극 나설 정도로 온 가족이 보람을 느끼며 자랑스럽게 여긴다. 투정을 부리던 어린 아들은 어느덧 대학생이 되어 사회복지학을 전공한다. 그러다 방학 때면 집을 찾아 부모의 일손을 거든다. 회사원이 된 다희씨도 쉬는 날이면 어김없이 부모와 함께 고물을 줍는다.  
 
변 씨는 "요즘은 빈병을 하나하나 모으는 것보다 마트나 상가에 파는 것이 더 힘들어요. 한 번에 많은 양을 내놓다보니 좀처럼 공병을 사려 들지 않는다"며 "그러나 우리 네 가족은 고물을 주워 이웃에 사랑을 전하는 일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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