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세수도 고용창출도 물거품...대책없나
[심층취재]세수도 고용창출도 물거품...대책없나
  • 김철 기자
  • 승인 2003.08.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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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축장공사중단' 지역문제 비화조짐

강진읍 시가지를 벗어나 의료원앞 시끄테로 접어들면 멀리 장전마을 쪽으로 짓다만 철구조물이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면 절반정도 올린 콘트리트벽 위로 쭉쭉 뻣어있는 철근이 살벌한 모양을 하고 있다. 철골은 녹이슬어 녹물이 흘러내리는 중이고, 철문은 굳게 닫혀있다.

 

이곳이 강진읍 송전리 476번지 (주)삼광산업 도축장 공사현장이다. 3천여평의 규모로 올라가던 건물이 공사가 중단돼 벌써 5개월째 방치돼 있다.

 

지난 31일 오전 8시. 자물쇠가 걸린 철문을 타고 안쪽으로 넘어가 보았다. 유리창 안쪽 사무실 벽에는 지난해 12월 달력이 걸려있었다. 다른 한쪽에 매달려 있는 ‘월중 행사표’ 에는 지난 2월 행사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 공장은 사실상 지난 2월 숨을 멈추었다. 건물 안쪽으로 들어서자 폐수처리 시설로 보이는 반지하식 콘트리트 구조물이 보였다. 모두 완공단계의 건물이였다. 그러나 건물안에는 빗물이 가득차 오물이 썩고 있었다. 건물뒷쪽에는 풀이 수북하고 각종 건축자재가 산더미 처럼 쌓여있는 모습이 마치 폐허를 방불케 했다.   

 

지금쯤은 강진을 비롯해 목포, 완도, 해남, 진도, 영암, 장흥등 7개지역을 대상으로 소의 경우 하루 50두, 돼지는 500두 이상을 활발하게 도축해야할 때이지만 썰렁한 콘크리트벽과 앙상한 철골만 남아있는 것이다.

 

당연히 이 처리 물량들은 나주로 가고 있고 이에따라 하루 280여만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강진군의 지방세 수입도 고스란히 날리고 있다. 이는 연간 8억4천만원에 해당되는 지방세다. 여기에 30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고용창출도 헛일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초기에 공사에 참여했던 업체와 인부들의 연쇄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이달 말 지원 시한인 축산발전기금을 받지 못하면 이같은 일이 현실화되고 공장부지는 영원히 폐허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도축장 건물은 마치 ‘강진의 경제’를 말해주는 듯 방치돼 있다.

 

■상황개요

이곳은 원래 남부산업이란 강진도축장이 20여년전부터 있는 곳이다. 그동안 주로 강진지역 도축 물량만 이곳에서 처리해왔다.

 

그러나 정부가 2001년 도축장현대화계획에 따라 시설기준을 대폭강화하면서 일정규모 이상을 갖출 것으로 요구했고 2003년 7월부터는 기준이 적용된 시설에서만 도축을 허용한다고 못을 박았다.

 

이에따라 강진, 해남, 완도의 도축업자들은 지난해 1월 지분을 출자해 교통의 중심지인 강진에 (주)삼광산업을 만들었다. 강진에 본사를 둔 새로운 도축회사가 생긴 것이다.

 

(주)삼광은 총 50억원의 공사비중 15억원은 자부담으로 하고 나머지 35억원을 농협을 통해 축산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사업을 추진키로 계획을 세웠다. 공사는 지난해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70% 공정에서 사업이 중단되고 말았다. 농협으로부터 축산발전기금을 지원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업자측 입장

사업자측은 모든 대출서류를 완벽하게 준비해 농협에 제출했으나 농협이 뚜렷한 명분없이 대출을 중단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는 농협이 운영하는 다른지역 도축장을 활성화시키려는 음모까지 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사업자측에 따르면 축산발전기금을 받기 위해 지난 3월 말 기술신용보증기금에서 28억 보증서와 광주은행의 7억 지급보증서를 발급받아 서류를 첨부해 농협중앙회 강진군지부에 제출했으나 반려당했다.

 

농협은 지난 7월 중순 사업자에게 보낸 최종 통보에서 ‘도축업종은 축산물 유통환경 분석상 사업성이 결여된 사업이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사업자측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남부지역을 중심으로 거대 도축시장이 형성되어 있으며 육가공 물량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시설이 현대화되고 확장되면 충분한 물량을 도축할 수 있어 농협의 진단은 명백한 오진이라고 맞서고 있다.

 

후취담보 확보가능성이 취약하다는 농협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론을 펴고 있다.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공사비가 50억3천만원이고 부지 매입비 6억원을 포함하면 60억원에 이르는데 이보다 확실한 후취담보가 어디 있느냐는 것이다.

 

또 설령 담보능력이 부족하다면 대출금을 모두 내주기전에 후취담보 가능범위 내에서라도 대출을 해달라고 부탁했고 추후 감정 후 부족분은 다른담보물을 제공하겠다는 건의까지 했으나 농협이 이를 묵살한 것은 의도적인 음모가 있지 않으면 도저히 설명이 어렵다는 것이다.

 

■확산되는 음모론

항간의 얘기는 한마디로 농협이 자신들이 직영하는 나주도축장을 먹여살리기 위해 강진도축장에 대출을 해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이런저런 상황을 감안하면 전혀 설득력이 없는 것도 아니라는게 도축업계의 말이다.

 

이를 요약해 보면, 15억 이상의 축산기금을 대출할때는 농협 광주․전남지역본부 8인 위원회에서 결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나주공판장의 자문을 받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해당농협에서 이런저런 위험성을 제기하며 도축장 대출불가 논리를 펴면 광주․전남지역본부가 흔들리지 않을 수 없다는 것.    

 

사업자측은 배포한 자료를 통해 “강진에 도축장이 들어설 경우 나주공판장이 그만큼 손해를 보기 때문에 대출을 악의적으로 방해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농협관계자는 “사업평가를 위해 동종업계를 대상으로 자료 조사를 한 적은 있지만 다른 사항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농협측 입장

농협은 지난 3월말 기술신용보증의 서류가 제출됐지만 채권 보장기간이 도축장준공과 함께 해지되는 것으로 나타나 있어 대출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시말해 기술신용보증은 건물준공까지만 채권을 보장하고 있어 이후에는 농협이 책임을 져야하는데 나중에 사업이 잘 안될 경우 그 부담은 농협이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농협관계자는 “대출에 가장 중요한 것은 추후 사업성이다”며 “건물이 완공되면 건물은 60%, 기계등의 시설은 40%정도 밖에 평가 받을 수밖에 없어 위험부담이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 객관적인 입장에 있는 기술신용보증측은 농협과는 다소 차이있는 입장을 표명했다. 신용보증관계자는 “건물 완공 후에는 농협측이 건물에 대한 근저당권 설정을 하면 모든 권리가 농협에게 1순위로 넘어간다”며 “신용보증 직원들이 공사현장을 직접 답사하고 타당성 조사까지 마친 후 발행한 보증서를 대출기관이 이를 시행에 들어가지 않은 것은 요즘 흔한 일이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주민들 입장

주민들은 도축공장의 사업중단을 모두 안타까워하는 모습이다. 강진군도 당장 지방세 수입감소라는 손실을 보고 있으나 민간의 일에 적극 개입할 수도 없어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사업자측이 신용보증회사의 보증서까지 받아 충분한 대출서류를 제출했는데도 농협측이 단지 추후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를 반려했다면 지역적인 차원에서 진상파악과 대처를 해야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자격미달의 회사에 대출을 해줄 수 없는 것은 당연하지만, 회사가 일정한 조건을 갖추고 있고 신용보증회사의 보증까지 받은 상태라면 이 사업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을 감안해 해결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군과 의회 및 번영회, 지역봉사단체등이 이 문제에 적극 관심을 가지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민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또 정부는 도축장현대화사업을 한다며 민간기업들에게 자금을 지원할테니 도축장을 규모화시키라고 강요하고, 농협은 일선에서 이 사업자체가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을 한다면 소규모업자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하느냐는 목소리도 귀 귀울어야 할 대목이다.

 

주민들은 “강진의 경제가 최악의 상황이다”며 “없는 기업도 유치하려는 마당에 있는 기업도 살리지 못한다면 지역경제는 악순환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고 대책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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