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없이도 사는 사람들이 편하고 자유롭게 즐기는 곳이었으면...
법 없이도 사는 사람들이 편하고 자유롭게 즐기는 곳이었으면...
  • 문화부 기자
  • 승인 2003.07.1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영갑(강진군체육시설관리사업소장)

요즈음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운동장을 찾는 생활체육인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배구동호인을 비롯하여 마라톤, 인라인, 족구동호인 등 각종 체육동호인 모임이 활발해지면서 요즈음 퇴근시간대 이후에는 종합운동장이 유모차를 탄 어린애부터 바람쐬러 나온 노부부에 이르기까지 한꺼번에 100여명 이상이 모여드는 그야말로 명실상부한 군민쉼터로서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지켜보면서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체육시설관리사업소가 설치된 이 후 이용객이 꾸준히 늘어나는데 대해 남다른 긍지와 보람을 느끼게 된다. 

사실 지금도 미흡하나마 꽃과 녹음이 어우러진 미완의 환경이 되었지만 지난해 체육시설관리사업소가 설치되면서 발령된 우리들은 황량한 벌판에 서 있다는 느낌을 지우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결혼식을 마친 신부가 친정을 떠나 처음으로 시댁에 들어선 느낌이 그랬을까.

그동안 손이 미치지 못한 유휴공한지와 갈대가 어우러진 잡초 밭이 군민의 놀이터가 되기까지는 그동안 씨뿌리고 가꾸는 농부의 심정으로 땀흘린 동료직원들의 노력을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일도 있었다. 올 봄 운동장내 우레탄트랙공사로 인해 버려지게 된 폐잔디가 아까워 전 직원이 매달려 10여일간 유휴공한지에 잔디밭을 조성하다 하루 쉬기로 하고 모처럼 사무실 근무를 하고 있는데 수영장을 이용하는 회원 한 분이 “오늘은 공공근로인부들이 한사람도 없네요?”라고 하는 것이다. 아마 그분은 작업복차림으로 날마다 일하는 우리들 모습이 공공근로인부들로 보였던 모양이다. 그 사람들이 직원들이었다는 얘길 듣고는 그 이튿날 빵과 음료수를 사다주시는 것이 아닌가. 그 얘길 듣고 ‘그래도 우리는 낫다’고 생각했다. 몇해전 청자문화제 개막을 앞두고 문화관광과 직원들이 그동안 행사 준비하느라 시커멓게 탄 얼굴로 청자촌 무대 앞 잔디밭에 모래를 뿌리고 있는데 이곳을 지나던 관광객 한사람이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들에게 “봐라, 학교 다닐 때 공부 안 하면 커서 저렇게 된다”라고 손가락질했다는 얘길 듣고 직원들이 저녁내 술만 축냈었다는데 우리는 술 대신 빵과 음료수가 뒤따랐으니 다행이라고 말이다.

운동장을 이용하는 이용객이 늘어나면서 그동안 땀흘린 결과에 대한 보람만큼 요즈음은 고민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다. 우리가 땀흘려 가꾼 곳을 많이 찾아는 것은 매우 환영하고 반가워해야 할 일이나 사람이 많은 만큼 통제하고 간섭하며 이해와 설득이 필요한 일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꽃을 보호합시다, 차선을 지키고 제한속도를 지킵시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맙시다, 잔디를 보호합시다 등의 어지러운 안내문이 미관을 해치는 것도 심란한데 ’세금 내는데 왜 수영장과 체육관 이용료를 받느냐, 왜 조명은 24시까지 켜지 않느냐?‘ 또 사업소 직원을 민간업자 또는 군 시설의 민간위탁경영인쯤으로 알고 이용료를 깎아달라고 흥정하기도 하고 수영복이 아닌 차림으로 입장을 시켜달라거나 구두 차림으로 체육관 마루에 들어가고 음식물을 흘리는 등 규칙과 상식을 벗어난 행동들로 본의 아니게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흔히들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이웃을 살필 줄 아는 지극히 선량한 사람’을 일컬어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질서! 편하고 자유롭고 아름다운 것”이라는 말이 있다. 정해진 규칙에 의하여 다들 오른쪽으로 가는데 그 규칙을 위반하고 왼쪽으로 갔을 때 교통사고가 나고 그로 인해 정체가 되고 또 다른 질서마저 흐트러지는 것이다. 따라서 상식과 규칙을 뛰어넘는 소수로부터 선량한 다수를 보호하기 위해 법이 있는 것이며 그 극소수가 있기에 법의 존재가치가 빛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종합운동장을 이용하는 모든 분들이 건전한 상식과 정해진 규칙대로 솔선수범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간섭과 통제 없이 뭔가 무질서한 것 같으면서도 그 속에서 질서가 살아 움직이는 그런 공용시설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야말로 법 없이도 사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편하고 자유롭게 즐기는 아름다운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시냇물 모여서 강물이 되고 강물이 모여 큰 바다를 이루듯 운동장 이용객들의 합리적인 사고와 나보다는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아름다운 마음들이 우리의 젖줄인 탐진강처럼 도도히 흐르는 강물이 되어 자꾸만 퇴적되어 가는 강진만의 오염원을 제거하는 청량제 역할을 함으로서 자꾸만 흐트러져가는 온 군민이 화합하고 법 없이도 살아가는 선진 문화군민이라는 분위기의 큰 바다를 이루었으면 좋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