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를 부탁해
메신저를 부탁해
  • 주희춘<편집국장>
  • 승인 2011.06.10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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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군수, 유선호 의원 인터뷰 보도한 강진신문 비난...
전령(메신저)의 목을 친 페르시아 황제가 되지는 말길"

25년간 미국 CNN의 간판 시사 토크쇼 '래리 킹 라이브'를 진행한 전설적 앵커 래리 킹은 6만여명의 미국내외 인사를 인터뷰한 사람이다.
 
그가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2011'에 참석했을 때 '세계에서 가장 인터뷰하고 싶은 사람이 누구냐'고 기자가 질문을 하자 '북한의 김정일'이라고 답변을 했다. 그 기사를 엇그저께 강진읍의 한 찻집에서 읽었다.

김정일은 미국 정부가 아직까지 악의 축으로 분류하고 있는 사람이다. 미국의 대표 앵커가 적국의 원수를 인터뷰 희망자 1순위로 꼽은 것이다.
 
만약 인터뷰가 성사되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나름대로 미국을 평가할 것이고, 미국민을 비판한 발언도 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을 공격하는 발언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물론 세계 어느나라 지도자도 '래리킹이 김정일과의 인터뷰라는 형식을 빌려 미국민과 대통령 개인을 의도적으로 폄하 했다'고 개탄하지는 않을 것이다.

김정일의 발언을 생방송으로 여과없이 중계했다고 해도 '무책임한 독재자에게 면죄부를 제공하려 하는데 대하여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미국인들이 북한의 실상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고 미국 정부는 그런 정보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대북정책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일도 있다. 미국방송을 보면 아프카니스탄에서 미국병사들이 숨가픈 총격적을 벌이고 폭격에 쓰러지는 장면이 미국가정의 안방에 거의 실시간으로 방영될 때가 많다.  너무 살벌한 장면이 미국민들에게 전달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들 때도 있다. 그러다가 미군이 오폭이라도 해서 현지 민간인이 죽으면 아랍쪽 언론보다 더 큰 소리로 떠들어 대는게 미국을 포함한 서방의 언론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미국정부나 대통령이 '다른 나라도 아닌 바로 미국의 방송사들이 우리 젊은이들이 죽은 것은 외면한채 적국에 이로운 방송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지 않는다. 그들은 시스템을 점검한다. 오폭이 발생하면 의회 청문회까지 열어서 관계자들을 처벌하고 있다. 전쟁터에 파견된 종군기자들은 미국 국방부의 보호를 받고 있고, 중대 군사기밀사항이 아닌 이상 무엇이든지 자유롭게 취재해 보도할 자유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기자들에게 주요 인사를 인터뷰하는 것은 늘 선망의 일이다. 기자들 사이에서 주요 인사와 인터뷰 할 수 있다면 부모까지 팔 정도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한겨레신문도 필요에 따라서 한나라당 대표를 인터뷰해서 보도하는 것이고, 조선일보도 판단에 따라 민주노동당 대표를 인터뷰하는 것이다.  만약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인터뷰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바다속을 기어서라도 평양으로 달려갈 사람들이 기자들이다.
 
이같은 언론환경은 너무다 당연한 것으로 뿌리내려 있다.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 중앙언론도 마찬가지이고 지방언론도 마찬가지다. 논란이 있으면 인터뷰 발언내용을 가지고 찬성도 하고 반론도 하는 것이지 그 인터뷰를 게재한 매체를 문제삼는 일은 찾기 어렵다. 서방의 눈엣가시 알자지라 방송은 지금도 아랍 태러리스트들게 유리한 인터뷰를 많이 보도하지만 연합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본 적은 없다.       
 
황주홍 군수는 지난 7일 오후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유선호 국회의원을 인터뷰해서 보도한 강진신문을 비난했다.

황 군수는 '느닷없이 인터뷰라는 형식을 빌려 군정과 군수 개인과 장학재단에 대하여 의도적인 폄하를 일삼는 것을 개탄한다. 무책임한 정치인에게 면죄부를 제공하려 하는데 대하여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또 '강진신문이라고 신문사 이름을 정하고 출발했다면, 강진에 대해서, 강진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충실하게 보도해야 할 책무가 있을 것임에도, 마치 강진 지역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 오히려 강진 지역사회의 분열과 갈등과 분쟁을 조장하는 보도로 일관해오고 있다'고 했다.
 
나는 황군수의 글을 읽을 때 마다 그 강한 단어 선택에 아쉬움을 느낄 때가 많다. 꼭 이렇게 표현해야 의미가 전달되나. 속마음은 그게 아니면서... 하고 안타까울 때가 많다.  
 
고대 페르시아 황제들은 먼길을 달려와 패전 소식을 보고하는 전령  (Messenger)의 목을 쳤다. 전쟁에서 문제가 발생한 원인을 파악해서 대비책을 세워야야 할 황제들이 그 소식을 가지고 온 전령(메신저)을 죽인 것이다.

문제 자체를 문제삼지 않고 문제를 전달한 전령의 목을 벤 황제, 현대적 용어로는 문제를 보도한 언론을 탓하는 것을 가르키는 것으로 이를 '페르시아 전령 증후군 (Persian Messenger Syndrome)'이라고 한다.
 
황주홍군수가 페르시아 황제가 되지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 메신저를 공격하는 지도자는 귀가 막히게 된다. 제대로된 정보가 닿지 않기 때문이다. 주변사람들도 벙어리가 된다. 무서워서 할 말을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지도자는 고립으로 가는 길 밖에 없다. 강진의 군수가 그렇게 돼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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