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월출산국립공원 자원활동가 양성교육을 수료하며
[독자투고]월출산국립공원 자원활동가 양성교육을 수료하며
  • 문화부
  • 승인 2003.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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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현<만덕교회>

때로는 쫓기듯이, 때로는 쫓는 듯이 일상에 묻혀 살다문득 들어서는 월출산엄마의 품, 그 포근함에 파고들 듯이

그렇게 열한 번인가? 열 두 번 인가? 수료는 무슨 수룝니까?느긋한 시 한 수의 여유처럼,자질구레, 써 내리다가 잠시 추스르는 여백처럼 삼수갑산에 쉬었다 가지요.


수료는 무슨 수룝니까?자 분수도 모르고 날뛰다가 이 허리 산다는게 이렇구나,존재란 이렇구나, 천황사터 석간수 한 사발에 솔향기 피론치드 한 줄기에 칠초롬한 개불알꽃 한 자태에 버들치 갈저니 한 판춤 사위에 붉은 머리 오목눈이 그 소리 한 자락에 -동냥 얻어 가지요 큰 동냥 얻어 가지요.


그 생명 하나하나 이름이 있었구나. 그 생명 하나하나 제 몫의 가치가 있었구나. 햇살 반짝이는 물가에, 손 못 닿는 암벽 틈새에, 무심히 스치는 발자국 사이에, 내가 있듯이 네가 있구나. 내가 살아가듯이 네가 살아가고 있구나. 아니

우리 서로가 기대끼고 있구나. 늘 숙연한 경외감을 안고 가지요.


나무 끝에는 잃어버린 하늘이 있는데, 나루의 또 한 끝에는 내가 돌아갈 흙이 있는데, 그 내쉼으로 내가 들이마시고

내 내쉼을 그가 들이마시는데, 개발논리에 눈귀 멀어 있었고 물질적 가치관, 내 이기심에 기가 막혀 있었으니 수료는 무슨 수료입니까? -슬픈 야생화 마냥 괜시리 서글퍼 지지요.


쫓기 듯, 아님 쫓는 듯이 그렇게 사는 일상이 뿌옇게 뿌옇게 지쳐갈 때 쯤이면 이제 월출산의 젖가슴에 파고들게 될 거요. 우주를 품고 서 있는 이 생명의 가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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