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수혼제, 가치있다
[사설2]수혼제, 가치있다
  • 강진신문
  • 승인 2011.04.2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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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천에 있는 전남도 축산위생사업소에서 지난 14일 올린 수혼제(獸魂祭)라는 의식이 흥미롭다. 축산위생사업소 직원들이 비석을 향해 절을 올리며 사람을 위해 희생된 소 돼지에게 위령제를 올렸다.

축산위생사업소는 소나 돼지의 방역을 담당하는 곳이어서 어느 기관 보다 동물들과 친근한 기관이다.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계속된 방역활동의 중심에 있었고, 수많은 닭과 오리를 묻어야 하는 아픔을 농민들과 현장에서 함께 느낀 사람들이다. 직원들이 동물에 대해 느끼는 애정이 남다를 수 밖에 없을 터이다.  
 
비석에 새겨진 비문도 절절하다. '비록 짐승으로 이 세상에 왔으나 오직 이 한 목숨 인류를 위해 버린 너,...(중략)... 너의 갸릇한 넋을 위로하고자 이 비를 세우노라.'
 
비문을 읽고 있다 보니 죽어간 동물들이 불쌍하고 사람들을 위해 희생된 그들의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더불어 가축을 키우는 축산농민들의 고마움 또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축산위생사업소는 지난 92년 광주에 있었던 축산기술연구소 시절부터 수혼제를 지냈다고 한다. 처음에는 매년 진행했으나 직원들의 종교적인 입장을 감안해 점차 횟수를 줄이다가 올해는 조류독감과 구제역 등으로 수백만 마리의 동물들이 희생된 것을 기리기 위해 수혼제를 올렸다고 한다.
 
이러한 행사는 종교적 의미를 넘어 하나의 축제로서 지속적으로 개최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전통 문화 의식중에 동물이나 산, 나무, 바위 등을 대상으로 한 것들이 많다.

이러한 것들은 오래됐다고 해서 가치가 있는게 아니다. 사람의 삶 속에서 구현된 것이라면 새로운 것들도 얼마든지 문화재적 가치를 부여 받을 수 있는 일이다.

수혼제도 그런 범주에 있다고 볼수 있다. 앞으로 수혼제가 정례화돼서 지역주민들과 함께 하는 행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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