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은 농민의 생활근거이다
농업은 농민의 생활근거이다
  • 특집부 기자
  • 승인 2003.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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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광석<강진농민회 사무국장>

우리 정부는 칠레와의 자유무역 협상에서 쌀과 사과 배를 제외한 1080개 품목을 10년에 걸처 무관세 수입한다고 서명했다. 협상이 발효되는 시점에서 3개월이 지나면 250여개 품목은 즉시 관세철폐 품목으로 지정되었다. 과일농가 뿐만 아니라 전체 농가들이 볼 피해액이 약 4조원이나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고, 한호주간 한중간 한일간 한미간 FTA가 줄을 이어 나온다고 벌써부터 준비하고 있다.

지난 6월 20일 한칠레 자유무역 협정을 반대하는 농민들의 시위가 대서특필되었다. 약 1만대의 차량에 2만여명의 농민이 참가한 대규모 차량시위였다. 강진에서도 전례없이 약 200여대의 차량이 참가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처럼 한칠레협정을 바라보는 농민들의 위기의식은 극에 달해 있다. 한칠레 협정은 농업해체로 가는 마지막 관문이며 이문을 지나면 농업은 농민의 생활의 근거가 될 수 없고 민족의 장래를 보장하는 생존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전체 국회의원 정족수 273명중 144명이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국회비준을 반대한다고 서명했다. 보수적인 국회의원이 보기에도 잘못된 협상이다.

지난 6월 11일 정부와 민주당은 당정협의회를 통해 한칠레자유무역협정 국회비준을 6월 임시국회 때 상정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정부는 12일 다시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비준안을 국회에 상정한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말하는 비준동의안 통과의 논리는 크게 세가지다. 하나는 국제신인도에 대한 고려이고, 둘째는 장기적으로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국가 이익론이고, 나머지 하나는 145개 WTO 회원국중 자유무역협정을 맺지 않은 나라는 우리나라와 몽골 뿐이라는 것이다. 일일이 반박논리를 펴는 것은 지면이 허락되지 않아 다음기회로 미루기로 하고, 단지 세 번째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내막을 이해 할 필요가 있다.

마치 우리가 -저 고원 유목민 집단인 몽골처럼 폐쇄적인 경제를 운영 할 것인가 아니면 국제 무대에 나갈 것인가-라는 이분법으로 접근해 개방을 반대하면 구한말 고종의 쇄국정책처럼 시대에 뒷떨어진 것 처럼 말하는 데 매우 악의적인 발상이다.

현재, 자유무역지대화는 지역간 경제 블록화를 기본으로 이루어진다. 한칠레처럼 양자간 협상이 아니라 유럽연합과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처럼 지역간 연합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 나라 처럼 자국 산업에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과 나라와는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은 농산물 생산국가가 아닌 싱가폴과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도 현재 과수산업 보호를 위해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상을 꺼려하고 있다.

세계언론은 94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서 한국이 농산물 분야에서 가장 불리한 협상을 맺었다고 평가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2010이면 칠레는 싱가폴처럼 자유무역국가가 된다. 그때까지 참고 기다리면 자연스럽게 되는 일이다. 농산물 분야의 피해를 감수하고 지금 나설 이유가 없다.

식량자급율 30%인 우리나라는 10년에 걸쳐 1080개 농산물을 무관세 수입한다고 칠레와 약속했지만, 식량자급율 130%인 유럽연합은 966개 농산물을 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우리는 쌀과 사과 배 3개를 제외시켰고 이것을 가지고 협상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더니, 요즘은 미안한지 이말은 하지 않는다.

6월 20일 당일 서울 상경투쟁 과정에서 많은 농민들이 부상을 당했고 다수의 차량이 파손 됐다. 전국적으로 200여명의 농민이 연행 되었고, 6월 27일 현재 경상남도에서만 98명이 구속대상이라고 경찰이 발표했다. 불법은 경찰이 저질렀다. 서울 간다는 우리를 막고 교통을 지연시킨 쪽은 경찰이다. 집회신고를 낸 합법적 집회에 참석하고자 나선 농민차량을 막고 농민을 연행한 경찰이 구속 대상이다. 하기야 경찰을 미워할 일은 아니다. 다 위에서 시켜 한 일이니 어쩔 수 없다. 요즘 최루탄 사용 운운하는 경찰 하는 것을 보고 지금이 노(盧)대통령시대는 맞는데 노무현이니 노태우인지 헛갈린다는 농민들이 있다. 웃지 못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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