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의 겨울잠을 깨운다는 경칩이 지났지만 겨울의 시샘은 아직까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동안 포근했던 날씨 속에 저마다 봄을 기다리고 있던 상춘객들의 마음도 다시금 움츠러들었다. 그저 봄을 기다리는 주민들을 시샘하듯 겨울바람만이 더욱 매섭게 몰아치고 있는 계절이다.  

겨울바람의 매서운 기세 속에 찾아간 곳은 대구면 남호마을. 겨울의 끝자락에서도 바다를 벗 삼아 분주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주민들의 숨소리를 들어본다. 
 
대구면사무소를 지나 마량방면으로 4㎞ 정도를 가다보면 우측방면으로 남호마을을 알리는 표지석을 볼 수 있다. 표지석을 따라 1㎞를 더 달리다 보면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남호마을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마을에는 언덕의 한 뼘 땅까지 알뜰하게 집이 들어섰다. 산과 들 그리고 갯벌까지 갖췄다. 흙빛의 갯벌에는 일 년 내내 주민들의 삶이 묻어나 있다.  
 
남호마을은 지금으로부터 200여년 전 나주임씨가 최초로 터를 잡았다고 전해지고 있다. 당시 마을은 성(城)의 첫 시작부분에 해당되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고 하여 성머리라고 불리다가 이후 마을 앞바다가 잔잔하고 맑아서 남호로 개칭되었다. 
 
남호마을은 주민 1인당 평균 소득이 상당히 높다. 대구면에 소재한 12개 마을 중에서 가장 잘사는 마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48호 70여명의 주민들이 모여 살고 있는 남호마을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전형적인 어촌마을이다. 마을진입로를 따라 형성된 농경지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주민들 대부분이 반농반어를 이루면서 살아가고 있다.

농업과 어업을 모두 하지만 마을은 어촌계를 중심으로 움직이면서 마을의 모습이 바뀌기 시작했다. 특히 겨울의 끝자락에 이르는 1월 말부터는 석화 수확에 주민들의 발걸음이 더욱 분주하기만 하다.
 
8년째 남호마을 이장을 맡고 있는 한용수(68) 이장의 얘기를 들어보자. 마을에 대해 한 이장은 "본격적인 석화 채집 기간인 10월부터 1월까지 4개월 동안 마을주민들의 1인당 평균소득은 700만원에 이르고 있다"며 "이같은 소득은 10년 전과 비교해 50~70% 정도가 상승한 수치다"고 말했다.
 
   
▲ 주민들이 마을회관에 모여 점심식사를 즐기고 있다.

남호마을은 지난 1977년도까지 33,000㎡(1만여평)에 이르는 마을석화어장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관리해 왔다. 그러나 공동작업장 운영은 주민들의 소득향상보다는 마을 공동재산만 불릴 뿐이었다.

마을 공동재산이 늘어난 만큼 주민들의 복지혜택이나 공동사업에 따른 소득향상도 있었지만 주민들이 누리는 개인적인 삶의 만족도는 그다지 높지 못했다.

이 때문에 남호마을은 1978년부터 마을 공동어장을 개인별로 나누어 개개인이 관리하고 채취를 이뤄 소득을 높이는 방법을 도입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주민들이 고품질의 석화를 채취하기 위해 종패를 심고 키우는 경우도 늘면서 채취량 또한 증가했다. 이러한 결과로 올해는 주민들이 하루 230㎏ 정도를 채취하는 주민들도 생겨났다.

또 대부분의 주민들이 하루 150㎏ 이상을 채취하고 있다. 개인의 소득이 높아지면서 마을공동자산 증가는 덤으로 따라오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마을공동작업장을 새로 신축하면서 마을에서 채취되는 석화는 관내를 비롯해 서울, 경기도, 강원도 등 전국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무한한 생산자원과 주민들의 소득향상은 남호마을을 관내에서도 잘 사는 마을로 올려놓았고 이농현상 또한 줄어들게 되었다. 지난 5년 동안 마을로 귀농한 가구도 3가구에 이르렀다.

대구면에서 가장 잘사는 마을이었던 만큼 주민들의 화합과 단합도 단연 으뜸이다. 남호마을은 관내에서는 최초로 식생활 개선마을로 선정되어 주민들이 신문화 도입을 통해 마을발전에 힘을 모았다.

또 지난 1960년대 새마을사업이 시작되기 이전부터 마을진흥회를 조직하여 마을개발에 힘썼다. 이러한 결과 지난 1979년 주민 이동선씨가 마을발전에 공을 세워 대통령표장을 받았다.

또 주민 김중래씨와 임종운씨는 각각 도지사표창과 군수표창을 받았다. 한용수 이장과 새마을 면부녀회장을 역임한 박영자씨는 지난 1977년도와 지난 1991년 각각 도지사표창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남호마을 주민들은 1㏊에 이르는 꼬막공동양식장 일부를 팔아 1억 6천 여만원의 수입금을 48호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똑같이 나눠가져 소득을 마련하기도 했다.
 
또 마을회관은 해양수산부 지정 남호어촌정보사랑방으로 이름을 올렸고 지난 2009년도에 농림수산식품부 자율관리어업 모범 공동체로 선정되는 결과를 낳았다.
 
마을출신 인물로는 순천시 부시장을 역임한 김기주씨, 여수세무서장을 역임한 여성구씨, 수협조합장을 역임한 소재준씨, 대구면사무소 등에서 근무한 강종희씨, 신원희씨, 여성록씨, 현 대구면사무소 부면장을 맡고 있는 박난용씨, 완도경찰서에 근무하고 있는 정한대씨 등이 있다.


◈ 인터뷰 - 남호마을주민 임종석 씨
   


"귀농하기에 안성맞춤인 마을"
마을에서 석화 양식장이 위치한 외호도와의 바닷길이 열린 오전 11시께. 양식장으로 나가기 위해 채비를 갖추고 있던 주민 임종석(75)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임씨는 마을공동자산을 10년째 관리하고 있는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었다.
 
마을에 대해 임씨는 "석화공동어장을 개인운영체제로 변화시킨 뒤로 마을공동자산은 지난 10년 전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며 "주민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생산과 관리, 운영에 힘을 모은 결과이다"고 말했다.
 
이어 임씨는 "대부분의 주민들이 반농반어를 이루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지만 농사보다 종패사업을 통한 수산업의 소득이 높아 대부분이 수산업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며 "무한한 수산자원을 바탕으로 마을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씨는 주민들에 대한 호평도 잊지 않았다. 임씨는 "주민들이 화합을 이뤄가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마을의 발전 또한 뒤따라오고 있는 것이다"며 "텃새도 없어 귀농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남호마을에서 제2의 삶을 이어가기에도 안성맞춤이다"고 밝혔다.


▶ 남호마을에 가면
남호마을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단연 석화양식장이다. 현재 48가구에서 참여하고 있는 석화양식장은 주민 개인별로 운영과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남호마을 석화양식장은 마을뒤편에 위치한 내호도와 외호도를 중심으로 조성되어 있다. 내호도는 지난 2009년 총 사업비 1억여원이 투입돼 포장공사가 완공되면서 주민들은 바닷물이 빠지는 시간대를 이용해 내호도를 오가며 석화채집활동을 갖고 있다.
 
남호마을에서 생산되는 석화는 자연양식장을 그대로 활용한 것으로 향이 좋고 단맛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채취된 석화는 직거래방식으로도 구입이 가능해 전국 각지에서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