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마을지키는 큰 나무 사람의 역사를 조용히 전하고
[특집]마을지키는 큰 나무 사람의 역사를 조용히 전하고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1.01.21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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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기행 - 성전면 거목마을


강진읍과 성전면 경계지점에 위치... 70년대 초반까지 巨木많아


동장군의 기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움직이는 것이라곤 농가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뿐. 매서운 날씨 탓에 주민들의 모습마저 사라진 농촌의 풍경은 더없이 고즈넉하다. 

이러한 농촌의 풍경 속에서도 성전면 거목 마을은 추운 겨울이 오히려 즐겁기만 하다. 계속된 한파 속에서도 주민의 웃음소리는 회관 입구를 통해 끊임없이 새어나온다. 강진읍과 성전면 경계지점에 위치하고 있는 성전면 거목마을을 찾아 주민들의 삶을 들여다 본다.

거목(巨木) 마을은 말 그대로 큰 나무들이 많아 붙여진 지명이다. 거목이라는 지명답게 마을로 들어서는 입구에는 200여년 된 팽나무 한 그루가 오는 이들을 반기고 있다. 마을입구에 자리 잡고 있는 정자나무의 모습에 마을지명 또한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1400년대에 형성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거목 마을은 본래 수남으로 불렸다. 이는 예부터 수질이 좋고 물의 남쪽에 위치한 마을이어서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오늘날 불리고 있는 지명은 지난 1912년 개칭된 명칭이다. 

▲ 회관에 모여 앉은 주민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마을 주민에 따르면 지난 1970년 때까지만 해도 마을 곳곳에는 정자나무 크기의 나무들이 많았다고 한다. 특히 거목이라는 지명이 지난 1912년에 처음 소개 된 것을 보면 이 시점을 기준으로 마을 곳곳에 거목들이 많았다는 것을 추측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나무들이 많았다면 마을에 과수재배도 활발히 이루어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하지만 마을 이곳저곳을 둘러봐도 과수재배 단지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마을주민에 따르면 현재 마을에 과수농가는 한 농가가 전부라는 것. 수목을 이용해 삶의 터전을 이루어왔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이와 정반대인 마을의 모습에 거목이라는 지명이 더욱 궁금해져만 갔다.

궁금증이 더해져가고 있을 때쯤 이장을 맡고 있는 강승주(56)씨가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어린 시절 부친에게서 어렴풋이 들었던 마을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서였다.

강 이장은 "서기산의 해가 마을을 비치면 마을에 화마(火魔)가 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며 "이 때문에 옛날사람들은 마을이나 가옥에서 서기산 자락이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거목을 심어 마을을 보호하려 했다"고 전했다.

강 이장의 말에 따르면 실례로 뒷집에 거주하고 있는 한 주민이 마당에 심어진 거목을 베고 난 뒤 두 차례에 걸쳐 불이 났다는 이야기를 함께 전했다. 우연의 일치였을지는 모르지만 이러한 사건이 발생한 뒤로 강 이장 또한 자신의 뒷마당에 자리 잡고 있는 거목을 현재까지 베어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목이 좋아 마을 이름 또한 거목이라 했으니 그곳에서 한 평생의 삶을 이어가고 있는 주민들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때마침 마을회관에는 주민 10여명이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강 이장과 함께 자연스레 자리를 풀었다. 주민들은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바로 전날 마을에서 열린 잔치 이야기를 하느라 그랬던 것이었다.

▲ 마을회관은 주민들에게 있어 축제의 공간이기도 하다.
전날 주민들은 마을회관에 모여 닭을 삶고 술을 나누며 늦은 시간까지 잔치를 벌였다고 한다. 무슨 날이기에 잔치를 벌였냐는 질문에 조대심(66)씨가 말문을 열었다.

조씨는 "농번기에는 주민들이 매일 회관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많다보니 잔치도 자주 열린다"며 "특별한 의미를 두고 잔치를 여는 것은 아니다. 주민의 화합이 좋다보니 자연스레 잔치분위기로 이어지는 것이다"고 말했다.

현재 거목 마을에는 16호 30여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더구나 대부분의 주민이 고령화를 맞다보니 70~80대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젊음으로 가득하다고 주민들은 입을 모은다.

비록 20여호도 안되는 작은 농촌 마을이지만 주민이 적다보니 모두가 한 가족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 주민 등의 설명이다. 따뜻한 정과 억척스런 부지런함으로 고향을 지켜가는 주민들의 모습은 마을을 돌아 나오는 내내 잔잔한 여운으로 남는다.

마을 출신인물로는 광주 인근 고등학교에서 교사를 지낸 강민성씨, 성요셉여고 교사로 재직중인 김희재씨, 광주 전자공고 교사로 재직중인 강병래씨, 공군대위로 복무중인 강병년씨, 해남군청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용한씨, 순천시청에서 근무하고 있는 강병하씨 등이 있다.

 

 

"날씨가 너무 추워 건강 걱정"

인터뷰 - 김현진·조대심씨 부부

대문을 나와 마을회관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던 김현진(72), 조대심(66)씨 노부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추운 날씨 속에 서로의 팔을 붙잡고 길을 걷고 있는 노부부의 모습이 더없이 아름답게만 보였다. 이날 김씨 부부는 회관에 모여 있는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길을 나서고 있는 중이었다.

마을에 대해 김씨는 "농번기에는 주로 회관에서 주민들과 이야기하며 음식을 나누는 재미로 하루를 보낸다"며 "겨울철에는 마을회관이 경로당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이 각자 난방비도 줄이고 무료함을 달래고자 너나없이 회관으로 모여든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마을주민 수가 워낙 적다 보니 남녀 할 것 없이 모두가 회관에 모여 앉아 있기 때문에 주민들의 화합과 단합은 말할 것도 없이 좋다"고 덧붙였다

최근 들어 불어 닥친 한파에 김씨는 "매일 걷는 운동을 통해 건강관리를 해오다 보니 아직까지 별다른 지병은 없다"며 "하지만 주민 대부분이 고령이다 보니 한파가 지속될수록 주민의 건강에 대한 염려가 가장 크다"고 밝혔다.

앞으로 바람에 대해 김씨는 "나이가 들어 기력이 쇠퇴해지다 보니 올해부터는 농사 규모도 줄여야 할 것 같다"며 "일거리가 줄어든 만큼 부인과 함께 노년의 삶을 좀 더 즐겁게 보내고 싶을 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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