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7호)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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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진신문
  • 승인 2003.06.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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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진실로 소중한것은?

우리에게 진실로 소중한 것은?

강진원<장흥부군수?작천출신>

얼마전까지 TV이나 신문 등 방송매체에 가장 등장하는 단어중 하나는“사스(SARS)"였다. 이 전염병은 익히 알고 있듯이 호흡기 계통의 괴질로서 중국에서 유럽, 북미 등 전 세계로 확산일로에 있다. 그나마 천만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공식적으로 환자가 발생하지 않고 있는데, 그 원인이 평소 식생활에 김치와 마늘을 즐겨먹는데 있다고 하니 오래전부터 이어온 우리 백의민족의 식생활 덕택이 아닌가 싶다.

이처럼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온 사스는 과연 어디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까? 비위생적인 일상생활과 오염된 자연환경에서 파생된 돌발적인 상황으로 표현하면 적당하지 않을까?

이번 SARS의 진원지인 중국은 위생에 있어서는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지 않다. 내가 미국 유학시절에 중국식당에 간적이 있었는데 화장실에 “우리 식당 임원과 종업원은 일을 본 후에 반드시 손을 씻습니다.”라고 크게 써있는 것을 보고 실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 사람이 갖고 있는 중국사람들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지저분한 민족이기 때문에 이런 글귀를 써붙여 안심시키지 않으면 식당손님이 거의 없게 된다라는 것이다.

반면 미국의 공중화장실은 어떠한가?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 푸드점에 가면 우리와는 생소한 현상을 목격하곤 했다. 그것은 다름아닌 화장실 입구자리에 앉아 맛있게 식사를 하는 미국인들의 모습이다. 빈자리가 많은데 하필이면 사람들이 일을 보고 나오는 바로 가까운 자리에서 가족끼리 이것저것을 먹고 마시는 장면을 보고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실제 화장실이 아무리 깨끗하다 해도 우리 관념은 가능하면 화장실과 멀리 떨어진 자리에 앉고 싶은 것은 누구나 갖는 마음인데...

그것뿐인가? 가족과 함께 뉴욕 중부에 있는 로체스타시에 있는 스트롱 박물관에 간적이 있었다. 박물관내 2~3군데 공중화장실이 있는데 입구 바로 옆에 간식도 먹고 커피도 마시는 레스토랑이 있는 것이다. 저런 식당 배치를 해도 잘못된 일이라고 욕먹지 않을까? 화장실을 오가는 사람들을 보면 좀 찜찜한 기분이 나지 않을까? 확실히 그들의 일상생활에는 깨끗함이 일반화되어서 “화장실과 먹는 장소는 가능하면 떨어져 있어야 된다”라는 우리 생각과는 다른 생활양식을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화장실 문화를 통해서 본 두 나라의 위생수준 차이는 어떤 결과를 가져 왔는가 깨끗한 문화생활의 경제적 가치는 위리의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은 이번 중국에서 발생된 사스 사건을 통해서 잘 알 수 있다. 이번 중국에서 SARS 발생은 중국 국가적으로는 관광객 감소, 수출 급감 등 경제적 피해는 물론 국가이미지 추락등 돈으로 헤아릴 수 없는 심대한 타격을 입었음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이렇게 깨끗한 화장실 문화 등 사람에게서 형성된 일상적인 습관 및 질서를 소위 사회적 자본이라 한다. 지역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 많은 예산을 투자해서 많은 사업과 시설을 하는 것보다 외지에서 오신분에게 인정 넘친 친절을 베푸는 것이 더 중요한 것처럼 쓰레기, 교통 등 아주 작은 분야에서부터의 기초질서, 인간관계에 있어서 신뢰와 잘 지켜지는 약속, 그리고 부정부패 없는 투명한 지역사회 등 사회적 자본이 우리사회에서는 돈, 경제적 자본 보다 몇배 더 소중하다. 만약 이러한 사회적 자본이 형성되지 않았거나 뒤떨어지는 지역이 있다면 행정기관에서 하는 정책 집행의 효율성이 떨어짐은 물론 예산을 투자해 많은 사업을 한다 하더라도 모래위에 집을 짓는 격이 될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사회적 자본은 누가 만들어가고 쌓아 갈 것인가. 선진국에서는 이 역할을 각종 민간 자생단체가 짊어지고 있다. 정부의 3권, 언론에 이어 소위 제5권력 기관이라 불리우는 NGO(비정부 시민단체)가 주도적으로 이 일을 추진하고 있다. 다행히 우리사회에서도 환경단체, 여성단체, 산악회, 농민회, 종교단체 등 각종 민간단체가 각 분야에서 어려운 재정여건 가운데서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행정은 이렇게 열심히 하는 민간단체를 지원만 해주면 되는 것이다. 민간단체의 역동적인 활동은 확실히 지역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기발한 축제를 통한 지역발전도 좋고 대규모 국책사업 유치를 통한 지역도약도 물론 중요하지만, 작금의 시대에 가장 소중한 것은 시간이 걸리고, 많은 노력이 필요할지라도 위에서 언급한 민간단체 주도의 사회적 자본 형성을 통한 성숙한 시민 의식만이 가장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드는 왕도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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