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우<누리문학회장>
송영우<누리문학회장>
  • 강진신문 기자
  • 승인 2003.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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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강진사람들

그 직위에 있지 아니하면 남의 일에 왈가왈부 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옛 성현의 말씀이지만 요즘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면 자기와는 아무상관이 없는 일인데도 지나치게 흥분하여 마치 세상을 혼자 다스린 것처럼 얼굴에 핏기를 올려 가며 말하는 사람이 있다. 새삼스럽게 옛날을 말할 필요가 없지만 참으로 세상은 좋아진 것 같다.

젊은 사람들이 어른과 맞담배질 하는 것은 보통이고 호주제 폐지론 때문에 주인 없는 세상이 되버린 것 같다. 모든 사고가 자기중심으로 바뀌어 버린 이 현실을 누구에게 하소연 할 수 있겠는가. 만에 하나 잘못 되어진 일이 생겨도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말을 쉽게 하지만 막상 책임질 일이 생기게 되면 나 몰라라 하는 것이 세상인심인 것 같다. 강진은 글자 그대로 살기 좋은 아름답고 편안한 고장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강진 사람들은 텃새를 부리면서 각지 사람들을 배척하기 시작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예부터 강진은 아전 고을이기 때문에 텃새가 심하고 이웃 해남은 양반 고을이기 때문에 객지 사람들이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대단히 잘못된 것이고 불행했던 것이지만 요즘도 각지 사람들이 적응하기 힘들다고 하는 말을 종종 듣고 있다.
지금 강진은 지난 일년 동안 마량면 하나에 해당되는 인구가 빠져 나갔다고 한다.

인구 5만이 무너지고 4만5천이라고 하는 충격적인 신문보도가 있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래서 그런지 각종 선거를 치루게 되면 너도 나도 달려들어 찢고 발기고 하는 고소 고발 사건들이 끝일새가 없다. 역대  축협장 선거가 그렇고 지금 우리들이 겪고 있는 군수 선거가 그렇다. 아무리 억울하고 부당하다 할지라도 선거에서 받아본 심판은 모두가 긍정하고 다음 4년 후를 기약하는 것이 우리 강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기본이다.

끝으로 조선시대 때  우리들에게 널리 알려진 황희 정승의 해학을 예로 들어 이글을 마치고자 한다. 황희 정승은 생각이 깊어 국가적인 일에만 관심이 있을 뿐 집안일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한번은 집에 있으니 여자 종이 앞에 와서 울면서 호소하는 것이였다.
「대감마님, 함께 일하는 여자종이 잘못하는 것을 꾸짖다가 싸웠습니다. 그런데 그 여자종은 자기가 잘했다고 덤벼들어 억울해서 하소연 하는 것입니다. 좀 야단쳐 주십시오」그 모습을 본 황희 정승은 「음 네 말이 옳다. 나가서 일하라」하고 달래 보냈다. 얼마 후 조금 전에 싸웠다고 하는 여자 종이 달려와서 울면서 하소연 하였다.

「대감마님 잘 모르셔서 그러시는 것 같은데 사실은 제 잘못이 아니고 저 여자 종이 잘못해서 싸운 것입니다. 그런데 그 아이말만 들으시고 옳다고 했으니 저는 너무나도 억울 하옵니다」이 말을 들은 황희 정승은 「네 말도 옳다 그런데 울지 말고 나가서 일해라」옆에서 이러한 정승의 처사를 가만히 듣고 있던 조카가 「숙부님 두 사람이 싸웠으니 어느 한쪽이 옳으면 어느 한쪽이 그른 것이 마땅한데 양쪽이 옳다고 하니 잘못된게 아닙니까」이 말에 황희 정승은 조카를 쳐다보면서 「너의 말 또한 역시 옳다」라고 말하며 웃고 끝내 밝혀 따지려 하지 않았다.

이른바 양시론이라고 하는데 우리들 귓가에 회자된 일화다. 황희 정승의 입장에서 볼 때 집안의 여자 종들이 일하다가 일어난 싸움을 시비를 가리게 되면 오히려 더 크게 확산되어 화를 불러들이는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가 있어 시시비비를 가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여 내린 결론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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