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에 학이 노닐고 앞으로 강진만이 활짝
뒷산에 학이 노닐고 앞으로 강진만이 활짝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0.12.24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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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암면 표장마을

▲ 표장마을은 3개 반이 각각 멀리 떨어져 있어 가옥들이 산재되어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지속적인 모임활동을 갖고 마을의 대소사를 함께 하며 인정을 쌓아가고 있다.

마을 15농가 총 4㏊ 면적에 기장 재배... 새로운 소득창출 

산과 물이 어우러진 자연환경에 넉넉한 인심이 살아있는 농촌마을이 있다. 도암 만덕리 정다산 유적지 맞은편 길을 따라 위치해 있는 도암면 표장마을이 그 곳.

마음 속 새겨 둔 농촌풍경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표장마을에서 소박한 변화를 꿈꾸고 있는 주민들의 모습을 그려본다.
 
표장마을은 천수답이 대부분이던 시절에도 물 걱정 없이 농사를 지었을 정도로 산골마다 맑은 물이 흘러내려 산수 좋은 마을로 통한다.

도암면 학장리 면적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농지면적도 인근 마을에 비해 넓은 편이어서 자연스레 부촌을 형성했다.
 
17세기 해남윤씨가 터전을 일군 것으로 전해지는 표장마을은 현재 30여 농가 50여명의 주민들이 생활하고 있다. 마을은 본 마을인 1반과 2반, 3반으로 이뤄지면서 각각 표장, 진등, 율포로 불리고 있었다.

표장마을은 마을을 이룰 당시 학이 많이 살고 있었으나 이후 학이 날아오지 않자 손뼉을 쳐서 학을 부른다고 하여 표장(表掌)이라 불리게 되었다.

▲ 표장마을 입구에 자리한 고송정은 경로효친을 생활화해 온 주민의 뜻을 높이 기리기 위해 지난 2000년 세워졌다.
또 2반은 재가 길다하여 진등이라 하며 3반은 밤나무가 많았던 지역이란 의미에서 율포 또는 밤개로 불리고 있다.
 
표장마을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주민들 사이에서 느낄 수 있는 이웃 간의 정이다.

3개 반이 각각 멀리 떨어져 있지만 주민들은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처럼 마을의 대소사를 함께하며 인정을 쌓아가고 있다.
 
지난 21일 마을회관은 시끌벅적한 마을잔치가 열렸다.

주민 민기님(93)할머니의 생신을 맞아 강진노인복지센터 직원들과 주민들이 회관에 모여 잔치를 벌였기 때문인 것.

이날 주인공인 민 할머니와 주민들은 떡과 미역국을 나눠 먹으며 이웃 간의 정을 두텁게 쌓아갔다.

표장마을은 본 마을인 표장과 3반 율포까지 무려 2㎞ 정도의 거리를 사이에 두고 있다.

각 반의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표장과 율포에는 각각 마을회관이 들어서 있어 언뜻 분리된 마을로 인식되기 쉬웠다.
 
이에 주민 신점덕(80)씨는 "마을이 떨어져 있어 주민들의 불편이 따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주민들의 마음까지 떨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며 "분기별 3~4차례 모임을 통해 주민들 간 화합을 도모하고 마을잔치 등을 이용해 만남의 기회를 자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마을이 떨어져 있다고 마음이 떨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는 주민들의 말이 가슴 속에 깊이 와 닿았다.

주민들의 불편으로 행정마을이 분리되는 곳도 여러 있던 시점에서 표장마을 만큼은 주민들 서로가 각자의 이기심을 벗어내 서로를 위하는 동시에 주민들 간에 갈등문제를 해결하고 모색하는 과정을 현명하게 풀어가면서 오늘날까지 마을을 이뤄가고 있었다.
 
여느 농촌마을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이 정겨운 시골풍경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표장마을에는 또 다른 특별함이 있다. 이웃의 정으로 만들어 낸 마을꽃길이 바로 그것이다.
 
표장마을 주민들의 꽃나무심기는 지난 3월부터 시작됐다. 주민들은 자신의 집 화단에 기르던 각종 꽃나무를 기증해 마을진입로와 회관 주변에 심어 마을을 변화 시켜가고 있다. 
 
▲ 주민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잔치를 벌이고 있다.

또한 지난 4월에는 주민 조기현씨가 5년생 치자나무 200여주를 비롯해 녹차나무 등 수목 500여주를 헌수하면서 마을 도로변은 사계절 꽃이 피는 마을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특히 2월에는 매화, 3월 벚꽃, 6월 철쭉, 10월 국화 등 계절마다 꽃이 가득한 마을로 만들기 위한 주민들의 꽃길 가꾸기 사업이 계속되고 있어 그 모습이 더욱 기대되고 있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꽃밭에 불법쓰레기 투기란 단연 어불성설일 것이다. 마을주민들은 지난해부터 깨끗한 마을 만들기 사업에 동참하면서 쓰레기분리배출과 소각행위 금지, 환경정화 활동을 펼치고 있다.

3반 주민들 또한 매일 아침 마을회관 주변을 청소하는 일로 하루일과를 시작한다. 대부분이 고령층을 이루고 있지만 이들의 깨끗한 마을 가꾸기 열정은 젊은이들 못지않았다.
 
▲ 요즘 마을회관 주변은 꽃밭 가꾸기 사업이 한 창이다.
표장마을은 지난 2005년부터 군의 보조를 받아 기장을 재배하고 있다.

마을 15농가가 총 4㏊의 면적에서 기장을 재배하면서 농가당 한 해 소득만도 200여만원 정도에 이를 정도로 새로운 소득창출에 마을은 작은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윤영현 이장은 "마을 주민 수는 크게 줄었지만 마을을 지탱하는 인정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며 "소박한 삶 속에 소박한 변화를 꿈꾸고 있지만 주민들의 열정과 노력이 마을의 큰 자산인 만큼 표장마을의 앞날은 밝기만 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처럼 경제적 여유가 삶의 지표가 되고 출세 여부를 판가름하는 현실에서 생활의 빈곤보다 마음이 넉넉한 표장마을 주민들의 모습은 삶의 소중함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주기에 충분했다.

●표장마을 주민 김영님 씨 - "주민들 인심 언제나 좋은 곳"

제법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배추밭에서 연신 구슬땀을 흘리고 있던 주민 김영님(87)씨를 만났다.

깊게 패인 주름과 구부정한 허리, 손 끝 마디마다 갈라져 있는 모습 속에 김씨의 고된 삶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김씨는 20여년 전 남편과 사별하면서 현재 홀로 농사를 지으며 생활하고 있다. 김씨가 한 해 짓는 농사만도 논 15마지기 정도에 이를 정도였다.
 
이에 김씨는 "모내기와 추수기에 주민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농사를 지을 수 없었을 것이다"며 "남편과 함께 한 평생 농사만을 짓고 살아왔고 이제는 농사가 전부다 보니 내 나이 80세가 넘어서도 농사일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1남 3녀를 두고 있는 김씨는 "올해도 농사를 짓는 동안 자식들의 반대가 어김없이 뒤를 따랐다"며 "나이가 들다보니 몸이 고되고 힘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쉽게 농사일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고 밝혔다.
 
마을에 대해 김씨는 "표장마을에서 삶을 일궈 온지도 70년 가까이 된 것 같다"며 "마을 앞 갯벌에서 맛과 석화, 게 등을 잡아 장에 내다 팔았던 기억, 남편과 함께 논두렁에 앉아 새참을 즐겨 먹었던 기억 등이 주마등처럼 스쳐갈 뿐이다"고 밝혔다.
 
이어 김씨는 "비록 많은 것들이 변하고 사라졌지만 주민들의 인심만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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