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7호)마을사람들-최화다씨
(237호)마을사람들-최화다씨
  • 조기영 기자
  • 승인 2003.06.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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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을 둘러보다 어린아이의 웃음소리를 따라 들어간 집에서 최화다(74)씨와 손녀 박지숙(7)양을 만났다. 부산에서 온 박양을 껴안고 즐거워 하는 최씨는 “연휴를 맞아 객지에서 생활하고 있는 자식들이 농사일을 돕기 위해 찾아와 어느때부터 기쁘다”며 “보고 싶었던 손주들이 재롱떠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 시간가는 줄 모르겠다”고 말했다.

20살에 고향인 옴천면 연동마을에서 시집왔다는 최씨는 “식구가 8명이나 되는 종손집으로 시집와 해야할 살림살이가 보통 많은 것이 아니었다”며 “그때에 비하면 시방은 사람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다”고 회상했다. 3년전 허리를 다쳐 거동이 불편하다는 최씨는 “자식들이 온갖 약을 사다 주어도 잘 낫지 않아 황토방을 만들어 생활하고 있다”며 “주민들이 매일 찾아와 말동무도 해주고 윷놀이도 같이 해 마을 사랑방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농사를 묻자 최씨는 “혼자 농사짓기가 힘들어 논 12마지기는 임대해주고 텃밭에서 마늘, 깨, 고추등을 조금씩 가꾸고 있다”며 "지난해에는 40㎏ 15가마를 임대료로 받아 자식들에게 조금씩 보내주고 식량으로 사용했다“고 답했다.

마을에 대해 최씨는 “죽산마을에서 나오는 쌀은 질이 좋아 ‘죽산마을 송장은 무겁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넉넉한 마을”라며 “주민들의 성격이 원만하고 단합이 잘돼 어느 마을보다 살기 좋은 곳”이라고 자랑했다.

얘기를 마치고 돌아나오는 길에 쑥스러워 하는 박양을 꼭 껴안으며 기쁜 표정을 짓고 있는 박씨의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까지 푸근하게 했다.  /조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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