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면 도룡마을

'347년만의 재회, 뉴하멜 표류기'테마마을
마을곳곳에 우리말 간판 인상적
계절의 변화를 만끽한 채 잠시 발길이 머문 곳은 병영면 도룡마을.
병영면소재지에서 장흥으로 넘어가는 길목을 따라 자리한 도룡마을에서 농촌의 또 다른 삶의 모습을 그려가고 있는 주민들의 숨은 이야기를 펼쳐본다.
400여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도룡은 배산임수의 터에 남향을 바라보며 가옥들이 옹기종기 둘러앉은 마을이다.
경서에 풍수에 밝았던 고산 윤선도 선생이 강진을 둘러보고 꼽은 가운데 도룡마을을 오명당이라고 했다는 말이 전해질 만큼 마을은 전형적인 명당에 둥지를 틀었다.

용이 꿈틀대듯 마을 앞길이 아름다워 붙여진 것인데 이러한 지명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마을 돌담길이다.
돌담길은 돌과 흙이 어우러져 고아한 아름다움을 빚어내고 있을 뿐더러 무늬는 용의 비늘이 돌담에 찍힌 자국처럼 보여 말 그대로 도룡인 셈이었다.
도룡마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전라도사투리를 그대로 적어놓은 표지판들이다. '달갈 폴아 색우지름 삿당께', '심 닿는 대로 해야지라우...' 언뜻 보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글귀지만 '계란 팔아서 석유를 샀다', '최선을 다 해야지요'를 전라도 사투리 그대로 표기해 놓은 것들이다.
정감 있는 글귀들이 벌써부터 마을을 찾는 손님들의 웃음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8년째 마을이장을 맡고 있는 김성우(63)이장은 "도룡마을이 문화와 전통이 숨 쉬는 녹색체험마을로 성장하기까지 수많은 노력과 시도가 있었다"며 "오늘날 도룡마을이 전국 어느 곳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다양한 문화와 예술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도 밝혔다.
평범한 농촌마을이 대중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7년도부터. 팜스테이체험마을을 비롯해 전통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농촌마을로 선정되면서 도룡마을은 변화의 물결이 일기 시작했다.
마을 곳곳에서 재미난 사연들이 얽힌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것도 도룡마을을 둘러보는 또 다른 재미거리이다.
모시풀을 재배했던 밭을 설명하는 '모시밭거리'를 비롯해 마을의 옛 모습을 설명해 놓은 종태거리와 마을의 역사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다리께' 등은 마을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지난 8월에는 네덜란드 등 유럽 7개국 예술가들이 한달동안 마을에 머물며 '347년만의 재회, 뉴하멜 표류기'테마로 만든 조각, 벽화, 설치미술 등이 전시되면서 사진작가들과 각 언론매체들의 관심도 부쩍 늘었다.
마을을 찾는 관광객 수만도 한 달 평균 1천여명에 이를 정도이다.
전형적인 농촌마을이 문화와 예술이 살아 숨 쉬는 마을로 변모하면서 최근 마을에는 관광객들을 위해 농·특산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공동가판대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매주 이곳에는 마을에서 생산되는 감, 땅콩, 검은콩, 고구마, 들깨 등 수많은 농산물이 판매되고 있다. 특히 하루 매출이 30만원에 이를 정도로 소비자들의 반응도 커 주민들의 소득은 덩달아 따라오는 덤이 되었다.
관광마을에 따른 마을주민들의 소득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07년부터 마을공동 민박집이 운영되면서 마을이 관광객들의 휴식처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

마을주민들의 노력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곳이 도룡마을이다.
지난 24일 마을주민 40여명은 1박2일 일정으로 제주시 가시리마을을 찾아 견학활동을 펼쳤다.
가시리마을 또한 평범한 농촌마을을 녹색체험활동을 통한 관광마을로 변모하면서 이를 토대로 다양한 정보를 습득하기 위함이었다.
관광객들에게 다시 찾고 싶은 마을로 만들고 싶다는 도룡마을 주민들.
고령의 주민들만이 남아있는 현실에 어려움도 많지만 생각의 전환을 통해 농촌마을의 발전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주민들의 노력에 응원의 박수를 보낼 뿐이다.
바람개비 만들어 마을에 설치하는 한종철씨 - "우리마을은 도시민들의 추억의 공간"

이처럼 도룡마을에 바람개비들이 즐비하게 된 것에는 주민 한종철(70)씨의 노력이 크다. 한 씨는 지난 2007년도부터 바람개비 제작에 나서면서 도룡마을에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한 씨는 "어린 시절 바람개비를 가지고 놀았던 추억을 회상하며 만들어 보았던 바람개비가 이제는 하나의 취미활동이 되었다"며 "마을을 찾는 가족들과 연인들, 학생 등이 바람개비를 보며 즐거워하는 모습에 마음이 뿌듯할 뿐이다"고 웃으며 말했다.
지난 8월에 열린 강진청자축제 때 선보였던 바람개비 동산도 한 씨의 작품이었다.
마을에 대해 한 씨는 "도룡마을은 평범한 농촌마을을 떠나 구세대는 옛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추억의 공간이며 신세대에는 새로운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예술의 공간이다"며 "역사의 숨결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마을이다"고 설명했다.
최근 늘어나는 관광객들의 모습을 보며 한 씨는 "마을을 찾는 외국인들도 늘면서 주민들 또한 외국인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진 것과 고령층의 주민들에게 새로운 문화와 교류를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농촌마을에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며 "그만큼 외지사람들에게 인심을 베푸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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