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생산농가들이 정부의 낙농정책을 비난하며 원유를 도로에 폐기하는 등 잉여원유 처리문제를 둘러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군청앞이나 민주당 지구당 사무실앞에 놓여있는 집유통에서 부패해가는 원유를 바라보노라면 찹찹한 마음 금할 수 없게된다.
이번 우유 파동의 직접적 원인은 정부의 원유 차등 가격제 실시에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수급 불균형이 가져온 예고된 사태다. 정부는 우유 수급 안정 차원에서 지난 99년 낙농가가 생산한 원유를 전담 수매하는 낙농진흥회를 발족시켰다. 이 당시 집유 10년 보장을 약속하기도 했다는 게 농민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원유가 남아돌자 감산정책과 함께 지난해 10월 차등 가격제를 도입해 낙농가들의 반발을 불러온 것이다.
낙농진흥회 소속 낙농가들의 불만은 일반 낙농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는 데 있다. 낙농진흥회 발족 당시 전국 낙농가의 30% 정도가 진흥회에 가입하지 않고 유가공업체와 직거래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ℓ당 600여원을 받고 거래업체에 납품을 하고 있으나 낙농진흥회 소속 낙농가는 초과 생산량에 대해서는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ℓ당 200원에 납품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정부 정책에 순응한 농가들이 피해를 감수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낙농업계가 공감하는 원유 감산정책을 내놓는 게 급선무다. 정부 정책에 순응하는 농가들은 손해를 보는 일이 없다는 사실을 입증해 줌으로써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낙농가들이 원유를 폐기하면서까지 나서는 심정을 모르는 바가 아니나, 극한 행동으로 맞서기보다는 공생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