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아침이면 임천 저수지에서 안개가 '모락모락'
겨울아침이면 임천 저수지에서 안개가 '모락모락'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0.11.12 10: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년전 팔영마을에서 분가, 마을구조 완성
28호 주민 73명 오손도손 情 나누며 살아

▲ 마을 뒤편 서기산과 옆으로는 만덕산이 가옥들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가운데 마을로 들어가는 진입로 옆에 서있는 10여 그루의 소나무가운치를 더하고 있다.
한낮에 내리쬐는 가을의 햇살이 대지의 포근함을 더하고 있는 계절이다. 살며시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의 모습이 늦가을의 정취를 더욱 무르익게 한다.

모처럼 포근한 햇살이 따스함을 더하고 있는 가운데 길을 따라 나선 곳은 강진읍 차경마을.
 
강진읍소재지에서 해남방면으로 2차선도로(구도로)를 따라 3㎞를 달리다보면 임천리저수지를 지나 우측으로 차경마을을 알리는 표지석을 볼 수 있다.

마을로 들어가는 진입로 옆에 서있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운치를 더하는 차경마을은 마을 뒤편 서기산과 옆으로는 만덕산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전형적인 평야마을이다.
 
영파리로 들어서는 관문에 위치하고 있는 차경마을은 지난 2007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강진읍 팔영마을에서 분리됐다.

분리 이전까지 차경마을은 팔영마을 2반에 속해 있는 행정구역으로 차경 또는 차경동으로 불리었다.
 
여기서 차경이라는 지명에 대해 잠시 살펴보자. 차경을 한자로 풀이하면 또 차(且)와 밭 갈 경(耕)이 된다.

주민들에 따르면 예부터 차경동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논과 밭을 자주 갈았다고 한다.

이는 비료가 귀한 시절 지력을 높이기 위한 주민들의 수단이었다. 특히 영파리 내에서도 차경마을이 위치한 지역은 벼의 수확과 밭작물의 작황이 좋았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땅을 자주 갈아야만 풍작을 이룰 수 있다고 여겨지면서 오늘날 마을지명으로 이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주민들의 모습을 비유해 지명이 생겨났다는 설이다. 예부터 차경동 인근에는 모래와 자갈이 많았다고 한다.

모래와 자갈이 많은 토지는 농경지로써는 단연 최악일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차경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논과 밭을 일구기 위해 모래와 자갈을 자주 퍼냈고 이러한 모습에 인근 주민들이 '또 땅을 갈고 있다'고 하여 차경이라 칭했다는 것이다.    
 
▲ 차경마을회관은 주민들과 출향인사들이 힘을 모아 지난 2007년 세워졌다.
차경마을이 팔영마을로부터 분리 된지 올해로 3년째다.

짧은 역사를 간직한 채 강진의 마을사에 새롭게 등장한 차경마을의 모습이 궁금하기만 하다.
 
차경마을회관은 마을이 분리된 시점인 지난 2007년 건립됐다.

또 임천저수지가 한 눈에 보이는 우산각도 같은 해 세워지면서 독립마을의 모양새를 갖춰나갔다.

이곳에는 현재 28호 73명의 주민들이 소박한 농촌의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차경마을은 소(牛)가 많은 마을이다. 현재 마을에서 사육하고 있는 한우만도 700여두. 강진읍 영파리 일대에서는 가장 많은 한우를 사육하고 있다.

차경마을에 축산업이 발달하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0여년전이다. 마을의 특성상 산재되어 있는 가옥들이 많다보니 축사를 짓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또한 차경마을은 주민90%이상이 미맥위주로 생계를 잇고 있다 보니 벼를 수확학고 남은 볏짚을 그대로 한우사육에 활용하는 잇점도 따랐다.
 
또한 관내에서 말(馬)도 많은 동네가 차경마을이다. 여기에 자랑을 더하자면 말(馬)이장으로 불리고 있는 장대식(57)이장을 빼놓을 수 없다.

현재 장 이장은 총 13마리의 말을 사육하며 주민들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서 승마를 널리 보급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 임천저수지가 한 눈에 들어오는 마을 우산각은 주민들에게 안락한 휴식처가 되고 있다.
해마다 열리는 청자축제와 병영성축제 등 지역행사에 그의 말은 인기최고이다.

특히 장이장은 자신의 말들을 데리고 나가 관광객들에게 승마를 가르쳐주는 등 무료체험도 제공하고 있다.
 
이에 장이장은 "평소 말을 좋아했고 여러 사람들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주고자 제주도에서 암말 2필와 수말 1필을 구입한 것이 오늘에 이르게 됐다"며 "요즘에는 한창 바쁜 농사일로 체험장 운영에 제동이 걸렸지만 추수가 끝난 만큼 오는 11월 중순부터 승마보급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고 말했다.
 
마을주민들에 따르면 차경마을은 정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라고 한결같이 입을 모은다.

마을입구에서 이발관을 운영하고 있는 주민 윤순칠(79)씨는 인근 신천마을에서 태어나 40여년간 이발소를 운영하다 지난 2007년 차경마을로 이사와 이발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윤씨는"차경마을만큼 주민들의 정이 넘쳐나는 곳도 없을 것이다"며 "내가 이곳으로 이사와 이발소를 운영하고 있는 것도 주민들에게서 정을 느꼈고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마을이 분리되면서 주민들 간 화합과 단합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는 차경마을 주민들. 주민들과 지역출향인사의 관심과 열정으로 마을공동자금도 날로 쌓여가고 있다.

이러한 자금은 해마다 열리는 마을잔치에 쓰이는가하면 관광여행비용으로 지출되면서 주민들의 즐거움 또한 배가 되고 있다.
 
강진의 마을사에 한 획을 긋고 있는 차경마을. 소박한 삶속에서 나눔과 배려를 즐기며 살아가는 주민들의 모습에 차경마을의 발전을 기대해본다.

 


 

"마을사람들 모습에 늘 웃음과 정 넘쳐"

마을에서 만난사람 - 장인후·이금자 씨 부부

깔끔한 옷차림에 길을 걷고 있던 장인후(72), 이금자(69)씨 부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로를 마주보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에서 노부부의 평온한 삶을 엿볼 수 있었다.
 
이날 장씨부부는 추수를 끝마치고 모처럼 강진읍내로 나들이를 나서는 중이었다.

장씨는 "시장에 들러 장도보고 농사짓느라 지친 몸을 치료도 할 겸 부인과 길을 나서고 있다"며 "자가용이 없어 택시나 버스 등을 이용하고 있지만 늘 부인과 함께 다니기 때문에 지루하지는 않다"고 밝혔다.
 
올해로 결혼 47년째를 맞고 있는 장씨부부는 슬하에 3남1녀를 두고 있다. 자녀들이 모두 출가해 현재는 이들 부부만이 함께하고 있지만 가끔씩 즐기는 나들이를 통해 행복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또 장씨는 "한 평생 농사만 지어오면서 자식들에게 크게 보태준 것은 없지만 자녀들 스스로 장학금과 학비 등을 마련해 대학교를 졸업한 것에 항상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장씨부부는 "마을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늘 웃음과 정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며 "부지런하게 마을을 일궈가면서 정을 나누고  소박한 삶속에서도 나눔의 기쁨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차경마을 주민들이다"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