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에게 풍금소리 들려주는 김상현씨
노인들에게 풍금소리 들려주는 김상현씨
  • 주희춘
  • 승인 2003.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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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동 사랑의 집 자원봉사

옛날 대곡초등학교 건물을 활용하고 있는 노인복지시설 군동 사랑의 집에서는 매일 오전이면 풍금소리가 힘차게 울려퍼진다.

사분의 사박자 박수소리가 아기자기하고 ‘과수원 길’을 합창하는 목소리는 소녀티가 역력하다. 대곡초등학교가 다시 초등학생들을 받은 것일까. 풍금소리는 틀림없이 예쁜 여선생님의 솜씨일 것 같다.

그러나 현관을 지나 교실안으로 들어서면 전혀 새로운 장면과 만난다. 풍금은 올해 77세된 김상현(강진읍 동성리)씨가 연주하고 있다. 과수원 길을 합창하는 20여명의 사람들은 대부분 80세 이상의 할머니들이다.

풍금위의 악보는 곳곳이 닳아 헤어져 있고 건반위 손가락은 주름살이 역력하지만 김선생님의 둥그런 입모습과 맑은 목소리는 꿈많던 초등학교 수업시간을 연상케 한다. 박자를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며 노래부르는 할머니들의 모습도 초등학교 1~2학년생들 처럼 해맑다.

79세의 학생 윤공님(여?대구면 수동)씨는 “몸도 불편한 우리를 가르치시느라 선생님이 고생을 참 많이 하신다”며 “노래를 못해도 한번도 성내보신 적이 없다”고 자랑했다.

28년동안 음악교사 생활을 했던 김상현씨는 3년전부터 사랑의 집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매일 오전에 사랑의 집에 도착해 할머니들에게 노래와 요가, 게이트볼등을 가르치고 있다. 사랑의 집에서 아코디언 연주를 한 것이 계기가 되어 전문 자원봉사자로 나섰다.

씨는 “젊었을 때 직업으로 했던 음악을 이제 자원봉사에 활용하게돼 인생을 다시 살고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자원봉사로 나서 농촌노인들에게 기쁨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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