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강진의 요즘 맛-병영청세주
[특집]강진의 요즘 맛-병영청세주
  • 주희춘
  • 승인 2003.06.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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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에서 개발한 독자 브랜드...18도 출시로 약주시장 공략

투명한 병에 정성을 담았다. 강진의 새하얀 찹쌀이 누룩속에 스며들어 뒷맛 깨끗한 청세주가 나왔다. 맛은 손맛이 절반은 차지 하는 법. 청세주를 만드는 김견식 사장은 자그마치 44년간 술과 인연을 맺어 온 사람이다. 눈으로만 봐도 술맛을 알 수 있고, 냄새만 맡아도 누룩의 숙성 정도를 파악한다. 술병에 담아 나오는 청세주를 점검하는 그의 눈빛은 대기업 연구원에 못지않다.

이런 노하우와 정성, 베테랑급에 속하는 그의 경력속에 청세주가 나온다. 병영 성남리의 ‘병영양조장’은 그가 한 평생을 바친 역사가 있고, 강진의 술 역사가 있다.

그는 44년 동안 양조장 생활끝에 지난 2000년 1월 청세주를 만들어 냈다. 막걸리 소비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청세주는 두가지를 만들었는데, 한가지는 더덕과 찹쌀을 넣은 것이였고, 나머지 하나는 찹쌀과 구기자등 한약재 7가지를 넣어 만든 술이였다.

청세주가 나온 후 지난 4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주세법 규정에 맞추기 위해 적지 않은 투자를 했고 술맛은 지속적으로 개선을 해왔다. 행사장이 있으면 장소를 가리지 않고 물건을 들고 판매하러 다녔다. 덕분에 청세주를 찾는 사람들도 차츰 늘어나기 시작했다.

요즘에는 강진관내에서 농협연쇄점들이 모두 청세주를 판매하고 있고, 대형 마트들도 역시 청세주가 들어가고 있다. 관내 각 식당에도 청세주를 판매한 곳이 많아졌다. 강진군의 도움으로 여기저기 대도시 행사장 판매도 많이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김사장이 가장 큰 장애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대기업들의 광고공세와 물량공세다. 여기에 소비자들의 선입관이 너무도 큰 부담이였다. 청세주의 여러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지역 소비자들 조차도 대기업 제품을 선호했다. 대기업들이 각 식당에 쏟아부은 엄청난 물량공세를 따라잡기는 어려웠다.

청세주는 요즘 알코올 도수를 12%에서 18%로 올리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관련법에 묶여 12%이상 알콜을 넣을 수 없어 독한 증류주에 적응된 애주가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으나 지금은 법이 개정되어 상황이 달라졌다. 병영주조는 최근 제품부터 18%의 청세주를 출시하고 있다.

김사장의 꿈은 청세주를 통해 강진에서 성공하는 것이다. 4년전 청세주 생산을 준비할 때 주변 사람들은 “도시로 가서 해라”고 권유했지만 김사장은 사양했다. 최근에는 18도 청세주를 맛본 부산의 한 소비자는 제품을 팔아줄테니 부산으로 와서 해보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으나 귀담아 듣지 않았다.

김사장이 청세주에 자신이 있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청세주는 우선 강진의 찹쌀로 만든다. 술에 넣는 다양한 약초도 엄선한다. 그동안 쌓아온 술만들기 노하우는 애주가들의 취향을 잘 잡아낸다.

무엇보다 맛도 요즘 인기 있는 다른 약주들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마음만 열어주면 얼마든지 성공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위해서는 우선 막대한 홍보비와 판촉비를 투입해야 하지만 그것을 못하고 있는게 아쉬울 뿐이다.

그러나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술 소문은 입으로 퍼진다. 마셔본 사람들이 좋다는 소문을 내주면 그 보다 좋은 홍보방법도 없다. 그 일을 누가 할 것인가. 강진사람들이다. 등잔밑이 어둡다고 했다. 청세주는 강진사람들이 마시고 널리 알려서 반드시 키워주어야 할 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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