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가 간직한 강진의 전설 "흔들어 볼까요?"
바위가 간직한 강진의 전설 "흔들어 볼까요?"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0.08.23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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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의 바위

전국 산 어디를 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것이 바위이다. 특히 오랜 세월 속에 모진 비바람을 이겨내며 독특한 모습을 갖춘 바위들은 지역민은 물론 등산객들의 관심과 사랑을 끌기 마련이다. 자연이 조각해 놓은 이러한 바위들이 강진에는 어떠한 작품으로 자리 잡고 있는지 살펴보자.

 

■ 신전면 주작산 흔들(동구리)바위

설악산의 흔들바위 못지않게 강진에도 유명한 흔들바위가 있다. 신전면 주작산에 자리 잡고 있는 동구리바위가 그것이다.

신전면 주작산휴양림에서 등산로를 따라 400여m를 걷다보면 직경 3.5m의 둥근 모양으로 마치 뚜껑을 덮은 것처럼 둘레에 금이 나있는 바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무게만도 70여톤에 이를 정도로 큰 규모이다. 그 밑을 바치고 있는 것은 고작 직경50㎝의 작은 돌멩이로 앙증스럽기까지 하다.

특히 살짝만 건드려도 굴러갈 것만 같을 정도로 암벽 끝에 아스라이 걸쳐 있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게 할 정도이다. 

주작산 흔들바위는 옛날에 신전 마을주민들을 보살피는 장군이 하늘로 승천하면서 갑옷을 바위 안에 넣어두고 갔다는 전설을 지닌다. 바위 둘레의 금은 당시 갑옷을 넣고 덮은 흔적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바위를 밀거나 흔들면 장군이 깜짝 놀라 소원을 들어준다고 하여 지역민들에게는 소원을 들어주는 바위로도 유명하다. 

실례로 가뭄으로 고생했던 지난1942년과 1967년도에 마을주민들이 기우제를 지내니 비가 내렸고 지난 1990년에도 신전면 노인회에서 제사를 지내니 비가 왔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마을주민들은 가뭄이 지속되면 자연스럽게 '동구리바위나 굴리러 가세'라는 얘기를 꺼내곤 한다. 강진의 명산에 올라 흔들바위에서 소원도 빌어보며 주작산의 절경을 한눈에 느껴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 도암면 석문산 세종대왕 바위

기암괴석이 많아 남도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도암면 석문산에는 탕건을 쓴 임금이 오가는 길손을 내려다보는 모습과 흡사한 바위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813번 국도를 타고 도암방면에서 신전방면으로 달리다 보면 석문교 부근 우측으로 석문산 20여m높이의 능선에 깎아지른 바위가 하나 있다. 이 바위는 옆에서 바라보면 마치 탕건을 쓴 임금이 책을 읽고 있는 모습과 닮았다고 하여 '세종대왕 바위'로 불린다.    

하지만 이 바위는 지역민들에게는 '탕건바위'로 잘 알려져 있는데 여기에는 한 부부의 가슴아픈 설이 담겨 있다.

옛날 도암면 인근에 한 쌍의 부부가 살고 있었다. 남자는 방탕한 생활로 전국을 떠돌기 일쑤였고 빚과 가난만을 떠안은 부인은 남편이 귀가하기 만을 애타게 기다렸다.

하지만 부인은 병마의 시달림과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여 결국 이승을 떠나고 말았다. 이를 비통하게 여긴 남편은 석문산에 올라 자신의 잘못을 깨우치며 아내에게 용서를 빌다 돌이 되었다고 한다. 이 일화가  탕건바위가 되었다는 설이다. 때문에 마을 주민들은 탕건바위가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인생의 길을 가르쳐주기 위해 우뚝 서있다고 말한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석문산은 등산로가 없어 산에서 200여m 떨어진 석문교 위에서 바라봐야 바위의 모습을 자세히 느낄 수 있다. 또 도암방면에서 신전방면으로 향할 때는 그 모습이 선명하게 보이지만 그 반대일 경우는 잘 보이지 않는다.   
 

■군동면 화방산 큰 바위 얼굴

군동면 화방산 정상에 있는 큰 바위는 사람의 얼굴과 너무나도 흡사해 눈길을 끌고 있다.

강진읍에서 군동방면으로 7km가량 떨어진 화방산(253m)정상에 있는 이 바위는 눈과 눈썹, 오뚝한 코 등이 영락없는 사람 얼굴을 하고 있다.

큰 바위 얼굴은 자세히 살펴보면 조금은 어색해 보이는 얼굴이다. 턱 앞은 수염처럼 나뭇잎들로 가려져 있어 잘 볼 수는 없지만 두 눈과 눈썹, 오뚝한 코가 선명하다.

특히 볼 주변은  둥글고 이마는 볼록 튀어 나와 우리나라 수많은 탈 중 하나를 닮은 모습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인근마을 주민들은 큰 바위 얼굴이 마을을 내려다보며 웃고 있다고 하여 '광대 바위'라고도 부른다.

큰 바위 얼굴과 얽힌 이야기 또한 신비롭다. 옛날 화방마을 옆 서은마을에 한 부자가 살았는데 인색하여 인심을 잃고 살았다고 한다. 어느 날 중이 와서 시주를 부탁하자 그 부자는 시주는 커녕 오히려 크게 냉대했다.

이를 괘씸하게 여긴 중은 "건너편 산에 있는 큰 바위 얼굴의 배꼽을 파버리면 더 큰 부자가 될 것이다"라고 일러 주었다. 그러자 이 부자는 곧바로 산에 올라가 바위의 배꼽을 파 버렸으나 결국 욕심이 지나쳐 망해 버렸다고 한다.

이러한 설을 뒷받침하듯 현재도 큰 바위 아래쪽을 보면 피가 흘러 굳어진 것처럼 빨갛게 보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화방산 큰 바위 얼굴은 외지인에게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입소문을 타면서 주말 평균 100여명의 등산객들의 발길이 이어질 정도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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