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어난 마을 경관, 어진 인재가 많이 배출되는 곳
빼어난 마을 경관, 어진 인재가 많이 배출되는 곳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0.07.23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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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면 처인마을

▲ 수목들 사이로 옹기종기 모여 있는 가옥들이 풍요로운 농촌의 풍광을 그리고 있다. 성전면 처인은 관내에서 처음으로 협동조합을 설립해 운영했던 마을로 잘 알려져 있다.
마을주민들 단합 중시... '處仁靑年會歌(처인청년회가)' 지금도 명맥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이 먹구름만 잔뜩 낀 날씨가 며칠째 이어지면서 장마대비에 나서는 농민들의 손길은 더욱 분주하기만 하다.

이에 반해 한낮의 뜨거운 햇볕을 이겨내고 있는 벼들은 시원스레 내리는 빗줄기를 마냥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가끔씩 내리는 장맛비가 소리 없이 대지를 적시고 있는 가운데 찾아간 곳은 성전면 처인마을. 강진읍에서 성전면소재지를 지나 해남방면으로 1㎞를 달리다 보면 좌측 방면으로 처인마을 입구를 알리는 입석을 볼 수 있다.

입구를 지나 나지막한 언덕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널따란 공터를 배경으로 아름드리 솟아 있는 해송 한그루가 마을을 찾는 이들을 반기고 있다.
  
300여년의 수령을 자랑하는 해송은 지난 2000년도에 군 보호수로 지정되면서 처인마을의 자랑거리로 전해지고 있었다.

이어 마을회관방면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성전면 월평리 일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우산각이 모습을 드러냈다.

관야정으로 불리는 이곳은 지난 1970년대까지 마을주민들이 자주 모여 앉아 글공부를 해왔던 곳이었다고 한다.

본래 처인마을은 지난 1920년대까지 친둥마을로 불리었다. 하지만 지난 1938년도에 이르러 어진 인재가 배출되기를 기원하는 뜻에서 '처인'으로 개칭돼 현재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마을의 형성시기는 지금으로부터 300여년 전으로 평강 채씨인 채충현이 전국을 유람하다 이곳의 경관이 좋아 300년은 안주할 것으로 여기고 터를 잡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후 김해 김씨, 경주 이씨, 전주 이씨 등이 이거해 오면서 자연스레 마을이 형성되었다.
주민들에 따르면 처인마을은 새마을운동을 계기로 주민들의 단합과 합동을 중요시 여겨왔다고 한다.
 
이러한 영향으로 지난 1945년도에는 관내에서 최초로 협동조합을 설립해 운영하게 되었고 당시 주민들은 벼 한 섬 이내에서 능력에 따라 출자금을 마련해 조합을 운영했다.

당시 조합의 형태는 현재 성전성당이 위치해 있는 근방부터 마을 입구까지 이르는 부근까지 정미소, 구판장, 이발소, 목욕탕 등을 운영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주민 김정태(53)씨는 "마을주민들이 조합을 운영하면서 얻은 수익금은 출자한 비율에 따라 주민들에게 나뉘어 졌다"며 "이익금 중 일부는 대학에 진학한 마을 출신 학생을 위해 장학금으로 사용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1970년도에 이르러 마을단위 조합이 읍·면 단위로 합병되면서 차차 모습을 감추게 되었고 자연스레 조합의 형태도 사라지게 되었다.
 

▲ 관야정에 들어서면 성전면 월평리 일대의 평야가 한 눈에 들어온다.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김순규(57)이장이 문뜩 종이 한 장을 꺼내 보였다.

B4 크기의 종이에는 '處仁靑年會歌(처인청년회가)'라는 제목과 함께 1절부터 4절까지의 노래가사가  적혀 있었다.

이에 대해 김 이장은 마을에서 전해져 오는 노래 즉, 동가라고 설명했다.

앞서 말했듯이 처인마을은 예부터 마을주민들  합동과 단합을 중요시 여겨 왔다.

마을노래가 만들어진 계기 또한 이러한 노래를 바탕으로 마을주민들의 단결과 협동심을 높이기 위한 매개체 역할을 하기 위해서였다.

동가를 작사·작곡한 조성후(작고)씨와 주민들은 노래가사에 마을의 풍광과 주민들의 모습을 담아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즐겨 부르도록해 마을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잇고자 했다.
 
마을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이어나가고자 가옥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기와지붕의 옛날 가옥들과 이름 모를 야생화가 농촌의 풍광을 물씬 풍기고 있는 가운데 주민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곳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발길이 머문 곳은 마을부녀회장을 맡고 있는 송정희(53)씨 집으로 마당에는 주민 10여명이 모여 앉아 솥단지에 감자를 삶아 놓은 채 양파를 선별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주민들에 따르면 현재 처인마을은 주민 대부분이 벼농사 위주로 생활하고 있는 가운데 10여 농가가 13,200㎡(4천여평) 면적에서 오이와 감자재배를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 마을주민들이 한 곳에 모여 앉아 일손을 나누며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이어 주민들은 마을에서 수확되는 오이는 한 해 평균 100여 톤에 이르고 감자의 경우 40여 톤에 이르고 있을 정도로 성전면 내에서는 비교적 큰 규모의 시설재배 단지라고 설명했다. 
 
특히 처인마을 주민들은 지난 2000년도부터 옛날 전통방식 그대로 우분만을 사용해 친환경 재배를 실시하는 등 지속적인 무농약 재배로 지렁이를 비롯해 미생물 성분이 포함된 토양을 자연스레 이루게 되었다. 
 
이러한 결과 마을에서 수확한 오이와 감자 등은 광주, 영광, 고흥, 순천 등지에 위치한 초·중학교 급식으로 납품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주민들에 따르면 마을은 성전면에서 가장 먼저 경로회가 발족되었다고 한다. 또한 마을청년회는 지난 1970년대부터 유두날이 되면 마을 어르신들을 위해 해마다 잔치를 벌이고 있다.
 
잔칫날이 되면 마을청년회를 비롯해 부녀회원들은 음식 장만에 구슬땀을 흘렸고 서울, 광주향우회 회원들은 마을을 찾아 잔치를 함께 즐기며 애향심을 이어가고 있다.

"주민들, 마을의 대소사  늘 합심해서 처리"

●마을주민 강영환씨

마을에서 30여년 가까이 오이재배를 이어오면서 친환경재배 선두주자로 알려진 강영환(55)씨를 만났다.

현재 성전면친환경공선회 회장을 맡고 있는 강씨는 지난 2000년부터 오이, 감자 등 12개 품목에 대해 친환경재배를 실시하고 있었다.
 
마을발전에 대해 강씨는 "비교적 젊은 사람들이 꾸준한 연구와 단합으로 소득사업을 일궈 잘 사는 농촌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잘사는 농촌마을을 건설해 나가야한다"며 "소비자들에게 먹거리를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믿음을 갖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친환경 감자재배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강씨는 "감자의 절단면이 갈변되지 않는 등의 연구를 지속해 작물 명품화 사업을 시도 중이다"며 "이러한 사업을 통해 올 가을에는 풀무원회사와 계약을 성사시켜 농산물 생산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 세울 계획이다"고 밝혔다.
 
마을에 대해 강씨는 "마을 대소사 역시 서로 힘을 합해 처리하는 마을의 전통을 지켜가고 있다"며 "주민들의 높은 애향심과 단합심이 마을의 가장 큰 자랑거리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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