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태봉 뒤로 애틋한 정 넘치는 텃골마을
산태봉 뒤로 애틋한 정 넘치는 텃골마을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0.07.02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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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천면 기동마을

▲ 평야를 따라 길게 가옥들이 늘어선 기동마을은 작천면에서 가장 먼저 터가 생긴 곳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동마을은 전체농가의 50% 이상이 복합영농을 실시하면서 부촌마을로 성장해 가고 있다.
농촌들녘의 모내기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물 논에 안착한 모 포기들이 파릇파릇 생기를 보이고 있다.

농번기를 맞아 쉴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왔던 농민들은 잠시 숨을 고르며 평화롭게 들녘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다.
 
잠시 찾아든 농촌의 평온함을 느끼며 작천면에 소재한 기동마을로 발길을 돌렸다. 작천면소재지에서 지방도 839호선을 타고 작천교를 지나 200여m 정도를 달리다보면 오른쪽으로 중당마을로 향하는 진입로를 볼 수 있다.

진입로를 따라 100m여를 더 달리다 보면 산태봉을 배경으로 평야지대에 위치한 기동마을을 볼 수 있다.
본래 기동마을의 지명은 텃골이었다. 이는 작천면에서 가장 먼저 터가 생겼다고 하여 붙여진 지명이었으나 지난 1910년도 텃골을 한자로 표기하게 되면서 기동(基洞)으로 개칭돼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 마을에 들어서면 아름드리 팽나무와 우산각이 가장 먼저 오는 이들을 반기고 있다.
마을의 형성 시기는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마을주민들에 따르면 지금으로부터 500여년 전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이유에 대해서는 마을주민 김종섭(68)씨가 지난 1976년 작천면 중당마을에서 이사를 와 새집을 신축하기 위해 초가를 철거하던 중 초가의 상랑문에서 숭정 1년(숭정 1년은 서기 1628년)이라는 기록을 발견한 사실을 근거로 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마을주민들은 조선시대 중기 이전부터 마을이 형성돼 왔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현재 25가구 70여명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기동마을은 마을회관을 중심으로 윗마을과 아랫마을 두 곳으로 나뉘어 있다.

마을로 향하기 위해 중당마을을 지나 100여m를 가다보면 마을입구 왼쪽방면으로 아랫마을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새터'라고 불리는 아랫마을에는 현재 16가구 40여명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아랫마을에서 남쪽으로 100여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는 윗마을은 본 마을에 해당하는 곳으로 현재 10가구 정도가 속해있다.
 
▲ 해마다 마을잔치가 열리는 마을회관은 주민들의 소중한 화합공간이다.
기동마을은 대부분의 주민들이 벼농사 위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전체농가의 50%이상이 마늘재배와 한우사육을 이루는 복합영농을 실시한다.
 
본래 기동마을은 지난 1970년대까지 수박, 참외 등 원예작물이 중점적으로 재배되면서 관내에서도 원예마을로 손꼽히는 곳이었다.  
 
마을주민 감종섭(74)씨는 "강진, 작천, 병영장이 열리는 날이면 리어카에 수박, 참외 등을 실고 나가는 주민들이 마을입구부터 줄을 이을 정도였다"며 "당시에는 리어카를 보고 기동마을 사람인지 아닌지를 구분했을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급격한 이농현상과 고령화 등으로 마을인구가 급격하게 감소되었고 이는 원예작물을 재배하는 농가들이 줄어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이후 주민들은 1982년도에 실시된 경지정리 사업을 계기로 새로운 소득사업 마련을 위해 마늘재배사업에 나섰다.

특히 이 시기에는 축사를 지어 한우를 사육하는 농가들도 점차 늘어나면서 마늘재배사업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고 현재는 마을에서 수확되는 마늘이 한 해 평균 100톤에 이르고 있다. 
 
기동마을에서 재배되는 마늘은 알이 굵고 단맛이 강한 것과 저온창고에 오랜 기간 보관해도 색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같은 이유에 대해 마을주민들은 축사에서 나온 퇴비를 거름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비료를 사용해 재배하는 것보다 고품질의 마늘을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기동마을은 현재 9농가에서 한우 300여두를 사육하면서 이곳에서 나오는 퇴비를 전부 마늘밭에 사용하고 있다. 
 
마을이장을 맡고 있는 조명언(49)씨는 "마늘을 구입해가는 도매상들이 가장 먼저 묻는 것이 인근에 소를 키우는 농가가 많이 있느냐는 것이다"며 "이는 축사에서 나오는 퇴비가 마늘재배에 많은 도움을 주고 고품질의 마늘을 생산해 낼 수 있는 밑거름으로 작용되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기동마을의 또 하나의 자랑거리는 바로 주민화합이다.
기동마을은 작천면 28개 행정마을 중 가장먼저 경로회가 발족된 곳이다.

이는 경로효친시범마을로 지정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었고 이를 밑바탕으로 마을주민들은 현재까지 경로효신사상을 중요시 여겨오고 있다.
 
▲ 마늘선별작업에 구슬땀을 흘리는 주민들이 잠시 휴식을 즐기고 있다.
특히 마을청년회는 지난 1970년도부터 매년 어버이날을 맞아 효도잔치를 마련하고 있다.

효도잔치가 마련되는 날이면 마을부녀회원들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마을 어르신에게 합동세배를 여는 것도 기동마을만의 자랑거리.

현재 마을주민들은 지난 1992년부터 해마다 마을 어르신들을 모시고 야외나들이를 마련하면서 웃어른에 대한 경로사상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었다.
 

주민들의 성품이 소박하면서 인심이 좋아 마을대·소사에 한 가족처럼 상부상조하며 살아가고 있는 기동마을 주민들.

웃어른을 공경하는 경로효친 사상도 남다른 마을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는 주민들의 모습에 따뜻한 농촌의 모습을 더없이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윗어른 공경, 이웃간에도 예절"
기동마을 주민 김정순씨

지난 29일 찾아간 기동마을은 수확한 마늘을 선별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마을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중 자택 마당에서 수확한 마늘을 망에 담고 있는 김정순(62)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올해 마늘수확에 대해 김씨는 "마을에서 재배되는 마늘은 스페인산 품종으로 주로 음식점에 사용되는 음식재료 등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며 "지난해에 비해 수확량은 20%정도 감소했으나 도매가격은 1㎏ 3천원으로 두배정도 상승했다"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김씨는 "올해는 잦은 비와 일조량부족, 재배면적 감소 등으로 수확량이 적은 것이 가격상승요인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20년째 마늘재배를 해오고 있는 김씨는 "마늘수확이 시작되는 6월은 모심는 시기와 맞물리다보니 일손이 부족해 수확을 제때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타 지역에서 인부를 불러 수확을 하고 있으나 인건비도 꾸준히 오르고 있어 앞으로 마늘농사를 어떻게 해 나가야 할 지 고민이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기동마을은 예부터 경로효친사상을 이어가는 주민들인 만큼 앞으로도 웃어른에 대한 공경과 이웃에 대한 예절을 지키면서 살아가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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