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에서 용이 승천하듯... 큰 나무 많아 마음이 평화로운 마을
소나무에서 용이 승천하듯... 큰 나무 많아 마음이 평화로운 마을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0.06.18 0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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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천면 송용마을

▲ 소나무 숲이 가옥들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다. 송용마을은 예부터 소나무가 많아 설촌 당시에는 송정으로 불리다가 이후 소나무에서 용이 승천했다는 설이 전해지면서 송용으로 불리게 되었다.
마을주민들 노송앞에서 매년 큰 제사 마을 평온 빌어

연일 이어지는 찜통더위는 여름이 찾아왔음을 알리고 있다. 후끈 달아오르는 한낮의 열기는 숨이 목까지 차오를 정도로 뜨거움을 발산한다.

연신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내며 모내기를 하는 농민들은 한낮의 무더위도 잊은 채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푸른 들판을 따라 마을을 찾아 나선 곳은 옴천면 송용마을. 옴천면소재지에서 동북쪽으로 800여m를 달리다보면 우측방면으로 송용마을로 향하는 마을진입로가 나타난다.

진입로를 따라 100여m를 더 달리다보면 들판을 바라보며 가옥들이 자리 잡고 있는 송용마을이 모습을 드러낸다.
 
송용마을은 지금으로부터 400여년 전 장흥마씨가 터를 잡고 살면서 마을을 형성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송용(松龍)이라는 마을지명은 마을입구에 소나무가 많아 설촌 당시에는 송정으로 불리다가 이후 소나무에서 용이 승천했다는 설이 전해지면서 1900년대에 이르러 개칭됐다. 
 
마을에 들어서자 아름드리 귀목나무가 오는 이들을 반기고 있는 모습이다. 정자나무 옆으로 자리 잡은 우산각은 마을을 찾는 이들의 발목을 붙잡듯 널따란 휴식공간을 자랑하고 있다.
 
18가구 40여명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송용마을은 강변동, 두렁골, 범애기의 지명에 따라 3개 지역으로 가옥들이 산재되어 있다.
 
강변동은 마을회관을 중심으로 위치해 있는 곳으로 11가구가 자리 잡고 있다. 두렁골은 용의 머리에 해당되는 형국이라고 하여 붙여진 두룡골이 변음 되면서 불리게 된 지명으로 현재 최경탁 이장을 비롯해 7명이 거주하고 있다.

또 두렁골 아래로 이어지는 범애기 역시 지난 1970년대까지 3~4가구가 자리 잡고 있었으나 현재는 거주하고 있는 주민이 없다고 한다. 범애기는 범들이 자주 모여 노는 곳이라 하여 불린 지명이다.
 
옴천면은 친환경농업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지역이다.
이는 청정지역이라는 의미도 함께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고 있다.

이중 송용마을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옴천면 내에서도 청정지역으로는 으뜸으로 손꼽히고 있는 마을이다.
 
마을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이어나가고자 최경탁(67)이장을 만났다.
최 이장은 "옴천면 내에서도 가장 빈촌을 이루고 있는 현실에 가슴이 아프지만 옴천면내에서 청정지역으로는 으뜸이다"며 "개발이 되지 않은 만큼 천혜의 자연환경이 그대로 살아있는 마을이다 "고 말했다.
 
송용마을은 지난 1970년대까지 36가구 100여명이 넘는 주민들이 거주하면서 비교적 대규모의 마을을 형성해 왔다.

하지만 공업화로 인한 극심한 이농현상과 고령화 등의 이유로  마을은 점차 피폐해져 갔다. 또한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새로운 영농사업에 대한 각종 규제와 규약이 잇따르면서 마을을 떠나는 주민들 또한 많이 발생했다. 이러한 영향은 마을의 인구감소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 지난 2006년부터 양봉사업을 벌이고 있는 최경탁 이장이 벌집을 살펴보고 있다.
최 이장은 지난 2006년부터 양봉을 시작하고 있다. 판로확보에 어려움을 따르고 있으나 마을주변에 밤나무가 많이 식재되어 있고 벌들이 꿀을 생산해 낼 수 있는 여건인 밀원이 잘 갖춰진 환경을 이용해 밀봉사업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농법인 청정지역이라는 점도 양봉사업에 이로움으로 작용되고 있다는 것이 최 이장의 설명이다.

현재 최 이장은 양봉사업을 활성화시켜 주민들의 새로운 소득원을 창출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와 홍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어 만난 마을주민 이창림(여·79)씨는 마을의 당산제에 대해 설명했다.

이씨는 "송용마을 당산제는 200여년 된 마을의 수호신인 노송 앞에서 마을 사람들의 연중무병과 평온무사를 비는 제사이다"며 "잊혀져가는 세시풍속의 하나인 당산제가 해마다 마을에서 전승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마을정자나무가 위치해 있는 곳을 살펴보면 가로70㎝, 세로 45㎝ 크기의 대리석을 볼 수 있다. 이는 마을주민들이 당산제를 모시기 위한 제단으로 송용마을 주민들은 지난1989년부터 매년 대보름 행사 때 마을의 안녕과 수호, 풍농을 기원하며 당산나무에 제사를 올리는 당산제 의식을 올리고 있다.
 
예부터 송용마을에는 당산제를 올리는 의식이 없었다고 한다.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1948년에 마을주민 박성채(작고)씨가 제재소를 운영하면서 마을입구에 자리 잡고 있던 400여년 정도 된 소나무를 베었다고 한다.

이후 박씨의 부인이 갑작스런 병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났고 마을에서도 상여소리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악재가 지속되었다고 한다.
 
이에 주민들은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해오던 사장나무를 베었기 때문이라고 여겨 지난 1989년부터 당산제를 올리고 마을의 평온과 안녕을 기원해오고 있다. 당산제를 올린 이후로는 마을의 악재가 사라졌다고 한다.
 
미풍양속을 지키며 화합과 단결심을 가져 오고 이들이 있기에 송용마을은 늘 평온함이 감도는 마을로 기억되고 있다.


인터뷰 - 송용마을 김수성·채귀례 부부
"주민들 모두 오래오래 건강했으면..."

 섭씨 3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 속에서 밭작물 수확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김수성(77)·채귀례(72)씨 부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씨 부부는 지난해 260평 정도의 논을 밭으로 개간해 마늘, 고추, 양파 등을 심어 가고 있다.
 
이날 마늘 수확에 여념이 없는 김씨 부부는 "올해는 잦은 비로 인해 작황이 안 좋아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늙은이들 둘이 농사를 짓다보니 힘이 부쳐 작업이 더디다 보니 마늘수확이 많이 늦어졌다"고 말했다.

3남2녀를 두고 있는 김씨 부부는 "자식들은 농사일을 그만두고 편히 쉬라고 얘기 하지만 자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 그만둘 수가 없다"며 "늙으면 늙을수록 욕심이 많아져 올해는 고추를 900주 정도 더 심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마을에 대해 김씨는 "70여년 넘도록 이곳에서 살아오면서 많은 것들이 변하고 바뀌었지만 마을주민들의 순박한 인심만은 그대로 남아있다"며 "힘든 농사일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것은 한평생을 함께 해온 마을주민들이 힘이 되어 주기 때문이다"고 흐뭇해했다.

이어 김씨 부부는 "주민 모두가 단합하고 협동해 제사의식을 올리는 전통을 잇고 있는 만큼 마을주민들 모두 건강하고 화목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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