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결과 미움도 버려라!
대결과 미움도 버려라!
  • 강진신문
  • 승인 2010.06.09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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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신전중앙교회 홍요환목사- 지방선거를 마치며-

어스름 새벽 벌써 들녘은 막바지 모내기 준비하느라, 무논 한가운데 트랙터 지나가는 소리가 요란하다. 가을 수매 걱정보다는 천직인 농사 시작 무렵 설레는 마음이 더 크기에 고되고 힘들어도 정성껏 모판 준비해 옮겨 놓는다. 분주한 손길, 온통 진흙투성이 몸뚱아리, 굵은 땀방울, 진동하는 거름냄새 쉴 틈도 없다.

그래도 희망을 심는다. 미래를 심는다. 며칠 집 비운사이 온동네가 갑자기 현수막으로 뒤덮혔다. 너무 많아서 보는 눈이 아플 지경이다. 차로 지나가면 누가 누군지 알수가 없더라. 가던 길 멈추고 살펴보아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지방선거에 나름 출사표를 던지신 분들이다.

아마 오랜 기다림과 준비로 일꾼을 자처하신 분들일게다. 수없이 들락거리는 트럭과 확성기 소리, 후보를 알리는 노랫소리, 같은 색깔 유니폼으로 함께하는 운동원들, 이렇게 우리 동네는 커다란 간판과 확성기로 무장한 트럭과, 논두렁 오가는 트랙터 소리, 선텐크림도 없이 농약회사 모자 쓰고 진흙탕 뒤범벅 어르신들과 깨끗하고 화사한 유니폼과 선캡으로 무장하신 한무리 사람들이 뒤섞여 5월 막바지 희망과 선택의 씨앗들을 뿌렸다.

그나저나 최선을 다했으니 어떤 손이 올라가든, 덤덤히 받아들이고 다음을 준비하는 지혜도 덤으로 받아 성숙한 일꾼들 되기를 기도하며 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며칠전 우리 공부방 6학년 여자 아이 하나가 물었다. " 누구 찍으실 거에요?", "말하기 싫은데, 내가 정한 사람 찍을거야" . "근대요! 000 이분은 찍지마세요". "왜?". "포스터 사진하고 실물하고 너무 달라요. 그리고 안경을 안썼어요. 뽀샵을 해도 너무해서 싫어요". "이눔아! 사람 얼굴하고 일하는 거하고 무슨 상관이야?". "아무튼 안되요. 사람이 정직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그 사진은 아니에요". "너의 기준이라면 일 잘하는 사람은 모두 잘생기고 안경써야 하겠네.". 한바탕 웃었다.

한편으론 아이들도 이미지에 너무 민감한게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진실을 보는 눈이 우리 어른들과 다름을 새삼 깨달았다. 우리 정치 현실이 아이의 눈에 그대로 비쳐졌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정치는 없는 걸까? 그걸 기대하는 사람들이 바보인가? 믿어 주고, 지지해주고 선택해주지만 자리에 올라서면 그동안의 말과 행동을 가볍게 뛰어넘는 경공법의 대가들이 너무 많아서 혀를 내두르는 사람들이 어디 한둘인가? 실망과 한숨을 보답이라고 내미는 정치는 사라지기를 소망해본다.

우리 국민 모두를 섬기겠다고 마치 신앙 고백 같은 멘트를 하시고도 큰 나라 위해, 딴 나라만을 위해, 이젠 더 가져봐야 표도 안나는 분들을 섬기시는 분도 계시니, 우리 지역 머슴 되고자 하시는 분들은 유념하여 꼭 무릎팍 아파도 쪼그려 김매시는 우리 어머니, 담배 한 대, 소주한잔에 아픈 몸 견디시는 아버지,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애쓰는 삼촌, 조카들, 대우 받아 본적 없는 이들을 위해 주어진 시간 다 쓰셨으면 하고 기대해본다.
아침일찍부터 면사무소가 북적인다. 뽑을 사람 많아서 헷갈린다는 분, 운좋은 사람이 되라! 하시는 분도 계시다. 지팡이 짚고 기표소에서 나오시며 허리를 못 피시는 할머니, 모두들 이 날은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으시고, 화장도 하셨다. 정말 성스럽기까지한 권리 행사 풍경이다.

그냥 일하다 오셔도 되는데 다들 마음은 그런게 아닌가 보다. 이런 한표 한표를 받으시는 일꾼들!, 깊이 감사하셔야 한다. 마음이 짠하게 울린다. 진심어린 선택을 받았으니 진심으로 섬겨야 사람으로서 도리일테고 일꾼으로서 자질이 되는 것이다. 사람을 속이는 데는 머리가 필요 없는 것이다. 머리는 진짜 사람을 위한 곳에 쓰여야 한다.

지지해준 분들을 위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그리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머리를 쓰시기를 바라본다. 끝났다. 한바탕 전쟁이 지나갔다. 환호하는 사람들과 고개 숙이고 눈물 흘리는 사람들이 대비된다. 지나친 승리감은 되려 독이다. 다들 열심히 했으니 결과에 만족하며 감사해야 할것이다.

적든 많든 그만큼 인정과 사랑을 얻었으니 좋은 일이고 한편 자신의 부족함을 알았으니 이보다 더 큰 공부가 어디 있을까?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서둘러야 하겠다. 너무 오래 여흥에 젖으면 추스르는데 한참 걸린다.

뒤덮은 현수막 걷어내면서 낡은 정치와 이념, 대결과 미움도 버려라! 그대신 진실과 정의, 포용과 사랑을 걸어라! 유리잔 속 둥둥 떠 있는 얼음조각이 처음엔 서로 부딪히며 딸그락 거리다 어느새 다 녹고 나면 그냥 한 잔 물이 되어 사라지듯 우리 모두가 그렇게 하나가 되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먼지 털어내듯 새롭게 시작하자. 사람냄새 진동하는 강진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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