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과 경계 이루며 역사를 품었다
해남과 경계 이루며 역사를 품었다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0.04.30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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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암면 동령마을

▲ 마을뒷산의 병치재를 배경으로 가옥과 밀밭이 어우러져 평화로운 농촌마을의 풍광을 자랑하고 있다. 동령마을 주민들은 지난 2009년부터 3636㎡(1천1백여평)면적에 밀 재배단지를 조성하는 등 새로운 영농사업 마련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마을뒷산에 임진왜란 당시 토성
주변에 계곡겹겹 쌀맛이 좋은 마을

산야에는 온갖 꽃들이 만발하고 저절로 자라나는 봄나물들은 입맛을 자극한다.
여기에 도로가에 활짝 핀 이름 모를 들꽃들은 봄기운을 한껏 고조시키고 있다.
제 색을 뽐내며 각양각색의 물결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 마냥 즐겁기만한 계절이다.

차창을 통해 밀려오는 따스한 봄기운을 느끼며 찾아간 곳은 도암면 지석리 동령마을. 강진읍에서 국도 18호선을 타고 계라삼거리를 지나 완도방면으로 3㎞ 더 가면 우측으로 동령마을을 가리키는 표지판이 나타난다. 표지판을 따라 500여m를 더 가면 좌측으로 나지막한 언덕을 중심으로 옹기종기 가옥들이 모여 있는 동령마을을 볼 수 있다.

▲ 마을주민들이 술과 음식을 나누며 마을발전을 바라는 마음에서 건배를 하고 있다.
범 형국을 띄고 있는 동령마을은 마을 동쪽에 해남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고개가 있어 동령이라 불렀다고 한다. 마을 옆에는 범골이 있고 마을 앞으로는 냇물이 흐르고 있다.

뒷산으로는 깃대를 세웠던 봉우리가 양쪽으로 우뚝 서있는 깃대봉의 모습도 보인다. 깃대봉은 마을 뒤편의 제일 높은 봉우리로 해남 옥천과 경계를 이루고 있다. 깃대봉은 임진왜란 당시 봉우리에다 아군들과 신호를 보내기 위한 기를 세웠다고 하여 붙여진 지명이다.

동령마을은 마을 뒤 병치재 정상에 토축산성이 있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토성은 임진왜란 때 적을 막기 위해 방어전을 폈던 곳으로 길이가 300여m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마을의 형성시기를 살펴보면 지금으로부터 500여년 전 해남윤씨 적순동파 윤동철이 도암면 강서리 덕정골에서 거주하다 이곳으로 와 입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해남윤씨 후손들이 자자일촌을 이루며 마을을 형성해 오면서 현재 마을에는 해남윤씨 10여가구를 비롯해 김해김씨, 여산송씨 등 총 23가구 50여명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 마을 우산각은 동백나무를 비롯해 각종 수목이 어우러져 있어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동령마을은 벼농사 위주의 농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마을의 농경지가 대부분 점질토를 이루고 있어 벼 이외에 다른 작물의 재배여건에 맞지 않기 때문인 것. 지난 90년대 오이 등 특용작물을 재배하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물 빠짐이 좋지 않아 실패로 돌아가면서 현재는 벼농사가 주를 이루고 있는 실정이다.

벼농사에 대해 마을주민들은 마을의 토양은 다른 작물 재배에는 맞지 않지만 좋은 품질의 쌀을 생산하는데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주민들은 같은 품종이라도 마을에서 재배한 쌀이 훨씬 찰진 밥맛을 나타낸다며 강한 자부심을 보이고 있었다. 

마을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나가고자 김노곤(54)마을이장을 만났다. 현재 김 이장은 마을 내 새로운 영농사업을 위해 아스파라거스 재배단지 육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마을에 대해 김 이장은 "젊은 일손부족과 인구 고령화 등의 이유로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주민 개개인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친환경농법을 통한 웰빙작물 마련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동령마을은 지난 1995년도부터 마을농가 50%이상이 태양초 고추재배에 나서고 있다.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한 태양초 고추는 6~7월경에 고추를 수확해 전량 자연광에서 말려 개개인이 판로확보에 나서면서 서울, 경기, 부산 등 전국 각 지로 판매되고 있다.

여기에 지난 2007년부터 친환경농업을 시작한 동령마을은 현재 20여㏊의 면적에서 우렁이농법으로 쌀을 경작하고 매년 친환경농업 교육과 연수 등을 갖는 등 친환경농업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동령마을은 해남윤씨가 자자일촌을 이루면서 형성된 마을이다 보니 주민들의 화합과 단합이 자연스레 이루어져 왔다. 이 때문에 마을 주민들은 각자 집에서 가져온 음식들을 한데 모아놓고 마을회관에서 점심식사를 자주 즐긴다. 주민 홍화자(63)씨는 "동령은 마을 주민들의 단합이 잘되고 인심 좋기로 소문난 마을"이라며 "농한기에는 거의 모든 주민들이 마을회관에 모여 음식도 함께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 지난 2005년 완공된 마을회관은 주민들의 화합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같은 배경에는 마을 부녀회와 노인회의 노력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1970년대 결성된 마을부녀회는 쌀과 밑반찬 등을 주민들이 각자 낼 수 있는 양만큼을 한데 모아 마을회관에서 함께 쓰도록 해오고 있었다. 여기에 지난 2003년도에 노인회가 결성되면서 주민들의 화합과 단합을 더욱 확고히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자신의 일보다는 마을일에 앞장서고 마을 애경사에 먼저 일손을 모으는 주민들의 모습은 내 것에 대한 욕심으로 팽배해져가는 현실 속에서 함께 하는 따뜻한 동령마을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마을출신 인물로는 목포시청과장으로 퇴임한 윤택현씨, 곡성 지적공사 지사장을 맡고 있는 윤두현씨, 광주 숭일고 교감을 역임한 윤영표씨, 해남한국병원정형외과원장을 맡고 있는 윤선용씨, 안양지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슬기씨, 강진군청에서 근무하고 있는 윤영운씨 등이 있다.
 

인터뷰┃윤가현 노인회장

  "역사의 숨결 숨쉬는  토성 복원되기를"

마을을 둘러보던 중 마을회관에서 청소를 하고 있던 윤가현(72) 노인회장을 만났다. 윤 회장은 회관 내에 비치된 각종 집기류를 정리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현재 39,600㎡(1만2천여평)의 벼농사 이외에도 6천여주의 고추재배를 하고 있는 윤회장은 "지난해 재배한 태양초 고추를 부산과 경남 등지에 판매하면서 2천여만원에 가까운 소득을 올렸다"며  "처음에는 친·인척을 통해 판매가 이루어졌으나 이후 소비자들이 꾸준히 늘어 한해 평균 1천500근 이상을 판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윤 회장은 "동령마을에서 나오는 쌀의 미질은 인근에서 알아줄 정도이다"며 "토양이 점질토를 이루고 있어 간척지 쌀에 못지않은 밥맛을 가지고 있다"고 자랑했다. 

마을에 대해 윤 회장은 "인근에 위치한 산정마을과 회룡마을은 각각 두부와 배를 특성화시켜 다양한 소득마련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며 "우리 마을은 아직까지 특수작물 재배에 고심을 겪고 있지만 태양초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바람에 대해 윤 회장은 "역사의 숨결이 묻어있는 토성이 재조명돼 새로운 관광지로 각광받길 바란다"며 "마을에서 토성까지 오르는 산책로도 마련되면 관광객들의 관심이 높아질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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