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통팔달 교통 삼거리... 귀인이 많다해서 '귀라마을'
사통팔달 교통 삼거리... 귀인이 많다해서 '귀라마을'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0.04.09 0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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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암면 귀라마을

▲ 서기산 매봉을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는 귀라마을에는 주민들이 새로운 소득창출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다양한 영농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완연한 봄이 찾아 왔다. 한껏 꽃망울을 머금던 백목련도 어느새 하얗게 꽃을 피워냈다. 곳곳마다 노란 물감을 수놓은 개나리는 상춘객들을 유혹하기 그지없다.

활짝 핀 봄꽃에 상춘객들 또한 웃음꽃을 연신 피워낸다. 봄 기운의 따스함이 온 대지를 적시고 있는 가운데 도암면 계라리에 위치한 귀라마을로 향했다.

강진방면에서 도암방면으로 향하는 국도18호선을 따라 5㎞를 달리다보면 계라삼거리에서 우측방면으로 귀라마을을 알리는 표지석을 볼 수 있다.

마을 입구와 마주하고 있는 계라삼거리는 강진읍·도암·해남으로 갈 수 있는 교통의 요충지로 주유소, 식당, 슈퍼 등 상가들이 밀집되어 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강진읍~도암 간 4차선 도로 개통으로 현재는 교통량이 줄어들면서 한산한 모습을 이루고 있었다. 이어 마을 표지석을 따라 100여m를 가다 보면 서기산의 남쪽 줄기인 매봉을 배경으로 자리 잡은 가옥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귀라의 마을지명은 예부터 마을에 귀인이 많다 하여 붙여진 것으로 앞으로 마을에 귀한 인물이 많이 나오길 바라는 주민들의 뜻도 함께 담겨 있다.

마을주민들에 따르면 마을의 형성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지금으로부터 350여년 전으로 보고 있다. 마을에 처음 입촌한 성씨는 해남윤씨 유익(唯益)으로 1623년 인조반정에 연루되면서 화를 입자 벼슬을 포기하고 계라리 한천동에 터를 잡았다고 한다.

이후 김해김씨, 광주이씨, 경주최씨,

▲ 귀라마을 3반에 위치한 벌국회경로당에서 마을주민들이 모여 앉아 과일을 나눠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주김씨 등이 정착하면서 마을이 형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마을에는 42호에 60여명의 주민들이 마을을 이끌어 가고 있다.  

귀라마을은 마을회관을 중심으로 4개 반으로 나뉘어 있다. 현재 이루어진 4개 반은 지난1970년대까지 봉현, 윗마을, 아랫마을 등으로 불리었다. 마을의 입구는 마을의 문 역할을 하고 행인들의 주막이 있는 휴식처가 된다고 하여 문정자 또는 삼거리로 불렸다.

현재 1반으로 칭하고 있는 곳은 마을위쪽 홍련사로 이르는 길목에 위치해 있다고 하여 윗마을로 불리었다. 2반은 마을회관을 중심으로 위치해 있는 곳으로 마을의 아래쪽이 된다고 하여 아랫마을로 불리었고 현재 19가구가 속해 있다. 13가구가 속해 있는 봉현은 3반으로 마을회관에서 강진방면으로 300여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마을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이어가고자 마을이장직을 맡고 있는 박난심(48)씨를 만났다. 박 이장은 마을의 곳곳에 대해 꼼꼼하게 설명을 하며 마을 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박 이장은 "침체되어 가는 농촌사회에서도 마을 주민들이 새로운 영농기술을 도입하고 생활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농가교육을 통해 수익을 높이고 친환경 재배로 우수한 품질을 인정받을 수 있는 다양한 소득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귀라마을은 지난 2000년도까지 주민 90%이상이 벼농사 위주로 생활을 이어왔다. 하지만 지난 2005년부터 마을 내에는 새로운 소득창출을 위해 주민들의 다양한 영농사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주민 이상기씨는 지난해부터 하우스 2,970㎡(900평) 면적에 울금을 재배하는 등 약용작물재배에 발벗고 나섰다. 또 주민 윤신하씨는 지난 1월부터 웰빙식품으로 각광 받고 있는 고수익 작목 아스파라거스에 눈길을 돌렸고 마을부녀회장을 맡고 있는 마숙자씨는 4년째 표고버섯을 재배해 오면서 마을 특산품 마련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밖에도 지난해 서울에서 귀농한 김용암(62)씨는 한우사업 준비로 마을발전에 힘을 실어가고 있었다.
귀라마을 회관을 마주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귀라 농업·농촌 정보화 마을'이라고 새겨진 글귀이다. 이와 함께 '귀라마을 디지털사랑방' 이라는 현판의 모습도 눈에 띤다.

귀라마을 디지털사랑방은 지난2005년 10여대의 컴퓨터와 위성TV, 초고속 인터넷 등의 시설을 갖춘 곳이다. 특히 이곳은 전남 최초로 농림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시범사업으로 컴퓨터, 빔 프로젝트 등을 설치해 컴퓨터교육과 함께 전자상거래가 가능
▲ 귀라마을회관은 지역주민, 출향인사 등이 성금을 모아 5천 500만원을 들여 지난2005년 새롭게 조성됐다.
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마을주민들의 농·수산물 판로확보에 큰 버팀목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현재 디지털 사랑방에서는 정보화선도자 윤신하씨가 컴퓨터, 전자상거래방법 등을 주민들에게 교육을 통해 주민소득향상을 꾀하고 있다.
 
귀라마을의 디지털문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관내 마을에서는 유일하게 전화기로 마을방송을 할 수 있는 장비인 텔믹스를 사용하고 있는 곳이 귀라마을이다. 텔믹스는 이장이 굳이 마을회관에 가지 않고도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마을방송을 할 수 있는 시설을 말한다.

이러한 영향으로 귀라마을에서는 이장이 외지에서 주민들에게 알릴 일이 생겼을 때 전화 한통이면 마을방송이 가능해 타 마을보다 발 빠른 정보와 소식을 전달할 수 있다. 이 또한 정보화 마을에 걸맞게 디지털시대에 발맞추어 농촌사회의 모습을 변화시켜 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넉넉하지 않는 생활이지만 서로 나누며 살아가는 귀라 마을 주민들. 침체되어 가는 농촌사회에서도 새로운 변화와 시도를 통해 마을을 지키고 이끄는 주민들의 모습에 귀라마을에는 농촌문화의 새로운 희망이 싹트고 있다.

 

인터뷰 ┃귀라마을 주민 윤이하씨

"귀농인들 많이 찾아오길 바래"

마을을 둘러보던 중 3반에 위치한 벌국회경로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새 하얀 건물로 지어진 경로당 내에는 주민 5명이 모여 앉아 평온한 일상을 즐기고 있었다. 주민들 중 지난 22년 동안 마을이장직을 맡았던 윤이하(76)씨와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경로당에 대해 윤씨는 "지난 2008년도에 3반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다"며 "3반에는 대부분 70대 이상인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거주민들의 편의를 도모하고자 전 주민들이 뜻을 모아 경로당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마을에 대해 윤씨는 "서로 나누며 정겹게 살아가는 주민들은 마을의 대·소사에 있어서 내일처럼 나서서 해결해 왔다"며 "따뜻한 사람들 속에서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이 귀라마을이다"고 소개했다.
 
이어 윤씨는 "소박한 삶을 살고 있는 주민들이기에 모두가 나눔의 필요성과 소중함을 갖게 된 것이다"며 "자신의 이익보다는 남을 위해 먼저 생각하는 모습이야 말로 사람 사는 마을의 진정한 모습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앞으로 바람에 대해 윤씨는 "마을에서는 마을 내 빈 가옥들을 인터넷에 소개하며 귀농인 영입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귀라마을에는 귀농인들이 마을에 정착해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준비를 갖춰놓은 만큼 많은 귀농인들이 마을로 찾아들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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