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밥 먹기가 이렇게 힘듭니까"
"혼자서 밥 먹기가 이렇게 힘듭니까"
  • 주희춘 기자
  • 승인 2010.03.19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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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식도, 짬뽕도 1인분은 '퇴짜'
'강진의 감동거리' 개발해야"

서울 정모씨의 밥사먹기 '고행길'

서울 강서구에 사는 정모(43. 정부산하기관 근무)씨는 지난 5일 강진에 일을 보러 내려 오면서 큰 기대를 하고 왔다. 강진에 가면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기사를 이런저런 매체에서 보았기 때문이다.

오전 11시 30분께 도착한 정씨가 읍내 주민들에게 "한식을 먹으려면 어디로 가면 좋느냐"고 물었더니 한 식당을 추천해 주었다. 해당 식당을 찾아간 정씨는 방에 앉아 보지도 못하고 나와야 했다. 1인분에 2만원~3만원한 한정식을 1인분은 팔지 않았던 것이다.

이 정도는 지역사람들은 물론 관광객들에게도 많이 알려진 이야기. 정씨는 다시 저렴한 식당을 찾아 여기저기를 헤메다 한 곳의 식당에 들어갔다. 그곳의 한정식은 6천원. 그러나 이곳 역시 1인분은 팔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었다. 주인은 밝고 친절하게 "죄송하지만 1인분은 팔지 않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정씨는 "6천원짜리도 1인분은 팔지 않는다는 주인의 말을 듣고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하나하는 황망한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정씨는 결국 중국음식을 먹기로 하고 읍내 한 중국집을 찾아 들었다. 이미 배가 너무 고픈 상태였다. 그냥 간짜장이나 한 그릇 가볍게 먹겠다는 심정이었다.

그런데 중국집에서도 황망한 이야기를 들었다. 간짜장도 1인분은 팔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럴수가. 생전 경험해 보지도 듣지도 못한 말이었다. 정씨는 쫓겨나오듯 중국집에서 나와야 했다. 그럼 짬뽕이나...? 정씨는 조금 헤매다가 또 다른 중국집으로 들어갔다.

"아저씨 짬뽕 한그릇 주세요" 그렇게 짬뽕을 주문했는데 다음과 같은 답변이 왔다.
"짬뽕 한 그릇은 안파는데요"

정씨는 그날 있었던 경험을 <강진신문>에 설명하며 '강진가면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기사는 '강진에는 네명은 가야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로 고쳐야 하는 것 아니냐고 허탈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정씨는 "강진에도 저렴한 한식을 1인분만 파는 곳이 틀림없이 있을 것이다. 유명한 한정식만 홍보할게 아니라 그런 곳도 홍보해서 관광객들이 혼자와도 맛있는 음식을 먹게 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나중에 대전에서 내려와 합석한 한모(여. 53)씨는 "이제는 한정식이 전국적으로 거의 평준화 됐다"고 했다. 음식이 맛없기로 유명한 충북 청주나 대전광역시도 한정식이 전라도 맛과 거의 다름없이 발전했다고 했다는 것이다.

한씨는 "강진에 내려오는 관광객들은 '강진까지 왔더니 싸게 잘 먹었네'하는 감동을 얻게되길 기대 할 것"이라며 "관광객 한사람에게도 감동을 주는 '강진만의 무엇'을 끊임없이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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