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좋고 인심 좋기로 소문난 곳, 매생이 채취로 유명
물 좋고 인심 좋기로 소문난 곳, 매생이 채취로 유명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0.03.12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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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량면 하분마을 -

▲ 용마산과 주성산을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는 하분마을은 밭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경작지가 부족한 탓에 대부분이 반농반어 위주로 생활하고 있다.

각종 초목의 싹이 트고 겨울잠을 자던 동물이 나온다는 경칩이 지나면서 완연한 봄기운이 찾아들고 있다. 겨울 내 움츠려 있던 농촌 곳곳은 새로운 생명력이 꿈틀거리기 시작하면서 활력의 손길이 뻗어가고 있다.

따스한 햇살이 차창 안을 가득 메운 가운데 찾아간 곳은 마량면 하분마을. 마량방면에서 장흥 대덕방면으로 4㎞를 달리다 보면 좌측으로 마을회관과 함께 마을 입구를 알리는 표지석을 볼 수 있다.

표지석을 따라 마을로 들어서면 400여년 된 고목 한 그루가 마을을 찾는 이들을 반기고 있다. 정자나무 앞에 위치한 약수터 또한 마을을 찾는 이들의 목을 시원하게 적셔준다.

장흥 대덕과 군계지역에 위치해 있는 하분마을은 서쪽에 주산인 용마산이 있고 앞으로는 오성산이 자리 잡고 있다. 과거에는 마을 앞까지 개천을 따라 바닷물이 들어왔으나 지난 1970년대 간척지가 조성되면서 현재 마을 앞은 논으로 되어 있다.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마을의 정확한 형성 시기는 알 수 없었으나 400여년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는 정자나무가 마을의 역사를 짐작케 하고 있었다.

마을의 최초 성씨 또한 정확히 알 수 없었으나 여산송씨가 터를 잡고 살았다고 한다. 이러한 설은 마을 인근에 여산송씨 묘소가 많을 뿐 아니라 송씨골이라는 지명과 인근에 위치해 있는 장흥 대덕면 양하마을에 그 후손들이 대를 이어 살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후 밀양박씨 후손들이 이거해 와 자자일촌을 이루면서 점차 마을이 이루어지기 시작했고 현재 밀양박씨, 김해김씨, 해남윤씨, 한양조씨 등 48가구 90여명의 주민들이 미맥위주로 생활하고 있다.

▲ 하분마을 건강관리실 앞에 자리 잡고 있는 400여년 된 정자나무와 약수터는 하분마을의 최고 자랑거리이다. 특히 하분마을 약수터는 인근 마을 주민 이외에도 마량면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상인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가옥들이 즐비해 있는 골목길을 따라 마을로 들어서자 정자나무 뒤로 하분농업인 건강관리실이라고 적힌 건물이 눈에 띄었다. 건강관리실에 들어서자 주민 10여명이 모여 앉아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건물 내에는 전신안마기를 비롯해 옥 장판, 런닝머신 등 주민들의 복지향상과 체력증진을 위한 기구들이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어 주민들의 복지향상이 비교적 잘 이루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잠시 주민들과 자리를 함께 하고 마을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마을에 대해 묻자 박성수(77)노인회장이 가장 먼저 말문을 열었다. 4년째 노인회장을 맡고 있는 박 회장은 9대에 이르러 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마을 역사의 산 증인이었다.

박 회장은 "정자나무 아래 약수터가 있는 곳은 강진에서 우리 마을이 유일할 것이다"며 "주민 이외에도 인근마을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고 있고 심지어 마량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들도 우리 마을 물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태모형의 돌상으로 되어 있는 마을 약수터는 마치 고요한 사찰에 위치한 약수터를 찾은 느낌이 들 정도로 운치가 느껴지는 동시에 신기함을 뽐내고 있다.

마을주민들에 따르면 약수터에서 나오는 물은 마을에서 2㎞ 정도 떨어진 상분마을 뒤편에 위치한 대나무 숲에서 내려오고 있다고 했다. 17년째 마을 식수로 사용되고 있는 약수물은 물맛이 좋기로 소문나면서 인근 마을 주민들의 식수로도 사용되고 있다. 주민들 또한 마을 물을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는 모습에서 넉넉한 인심을 보여 주고 있다.

물 좋고 인심 좋기로 소문난 곳에는 우수한 인재도 많다는 설 때문일까. 예부터 마을에 경찰, 소방 공무원 등 국가공무원이 많이 배출한 것도 마을의 자랑거리 중 하나였다. 

하분마을은 반농반어가 이루어지면서 매생이 채취로도 유명한 곳이다. 한해 농사일을 마감하게 되면 마을 주민들은 매생이 농사를 위한 준비에 들어간다. 우선 대나무로 엮은 발을 물살이 잔잔한 연안 바다로 옮긴 후 긴 장대로 바다에 말뚝을 박아 대나무 발을 고정시킨다.

이러한 방법으로 수온이 차갑고 거센 파도가 없는 바닷물 속에서 충분한 영양분을 섭취한 매생이는 본격적인 성장을 시작해 2~3개월의 성장기간을 거쳐 2월경에 수확이 시작된다. 인공적인 방식으로 재배하는 김과는 달리 매생이는 자연산 포자를 채취해 키우는 순수한 자연산이라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현재 마을 10여가구에서는 농한기 매생이채취로 평균 100~200여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예부터 하분마을은 용마형국으로 불려왔다. 이는 옛 중국의 천기도사가 마을을 지나면서 마을 서쪽으로 자리 잡고 있는 천마산을 용마산으로 불린데 유래하고 있다. 용마란 달리기를 잘하는 좋은 말을 뜻한다. 이러한 설 때문에 예부터 하분마을 주민들은 달리기를 잘하는 주민이라는 칭호가 붙게 되었다.

실제로 마을주민들은 지난 1986년 마량면 체육대회 종합우승을 시작으로 1990년 체육대회 우승, 97년 마량면 육상대회 우승 등 해마다 열리는 마량면민 체육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현재에 이르러 급격한 이농현상과 고령화로 인해 힘찬 발걸음을 내달리던 하분마을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는 점에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하분마을 출신으로는 소방공무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주익씨, 2,3대 대구면의회 의원을 역임한 박종만씨, 경찰대학 졸업 후 경찰공무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주행식, 박두일씨, 인도 불교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수여받은 박경숙씨 등이 있다.

 

▲ 마을회관에 모인 주민들이 점심식사 후 과일을 나누며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인터뷰  I  하분마을 부녀회장 황수덕 씨

"마을주민들 서로  의지하는 것 큰 희망"

건강관리실에서 주민들의 간식을 준비하기 위해 분주한 손길을 움직이고 있는 황수덕(56)부녀회장을 만났다. 완도군 고금면에서 하분마을로 시집 와 33년째 거주하고 있다는 황 회장은 올해로 4년째 부녀회장을 맡아오면서 마을의  대·소사를 담당하고 있다.

마을에 대해 황 회장은 "밭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경작지가 부족하다보니 특수작물 재배 등 밭작물을 통한 소득향상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타 마을처럼 부녀회원들이 앞장서 유기농 농산물 재배를 통한 마을소득 향상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아이템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다"고 말했다.

이어 황 회장은 "농한기에는 마을주민들이 매생이를 이용해 소득을 올리고 있으나 마을 공동어장이 없다보니 큰 소득을 올리기는 힘든 실정이다"며 "힘든 여건 속에서도 마을주민들이 서로 의지하고 믿고 살아가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바람에 대해 황 회장은 "농촌자체에 인구가 없다보니 마을발전과 주민들의소득향상에 대해 뚜렷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요즘 각 마을에 귀농인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우리 마을에도 많은 귀농인이 찾아 들어 마을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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