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상인 학계에 보고된다
병영상인 학계에 보고된다
  • 주희춘 기자
  • 승인 2010.03.05 16: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남대 박성수 교수 병영상인 연구시작
"병영상인은 숨어 있는 보석"

▲ 한국경영학회 회장인 전남대 박성수 교수(제일 우측)가 지난 3일 대학원생들과 병영을 찾아 한골목을 둘러보며 병영상인에 대한 자료를 찾고 있다. 제일 좌측은 병영출신 김홍연 사장.
한국경영학회 회장인 전남대 박성수 교수는 최근 일본 교토에서 학자들과 대화를 하면서 말문이 막힌적이 있다.

일본의 경영학자들은 일본에 5대 상인이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이야기 했다. 일본의 5대 상인은 교토 상인, 오사카 상인, 오미 상인, 도쿄 상인, 나고야 상인을 말하는 것이었는데, 요즘 일본의 CEO들 사이에서는 역사속에서 내려오는 이 전통 상인들로부터 경영기법을 배우자는 열풍이 불고 있었다.

박교수는 그럼 우리나라에는 어떤 상인이 있는가를 생각했다. 개성상인 정도가 생각났다. 5대 1. 이것이 두 나라의 경제력의 차이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언젠가 지인으로부터 스쳐 들었던 병영상인이란 말이 언뜻 생각났다.

'북에는 개성상인, 남에는 병영상인'

개성상인에 필적한 상인이 남도땅에 있었다니 얼마나 유명세를 누렸던 상인일까. 박교수는 일본의 학자들 앞에서 병영상인을 꼭 발굴해야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북에는 개성상인, 남에는 병영상인이 있었다'는 말은 우리나라 대표적 시인을 말할 때 사용하는 '북에는 소월, 남에는 영랑이 있다'는 말과 일맥상통한 느낌도 가졌다. 병영상인과 영랑은 강진에 뿌리를 두고 있다.

박교수는 귀국하자마자 병영상인에 대한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병영상인이란 단어는 역사자료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조선시대 각종 실록은 물론이고 그 흔한 지지류(地誌類)에도 병영상인의 존재는 전무했다.

박교수는 자신에게 병영상인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려주었던 병영 출신 김홍연 사장(광주시 서구 화정동)을 다시 만났다. 강진신문 독자인 김사장은 강진신문에서 '전설의 보부상 병영상인'이란 기사를 연재하고 있다며 참고해 볼 것을 권유했다. 김교수는 그렇게 해서 '전설의 보부상 병영상인'을 만났다.

곡성군 출신의 박교수는 지난 3일 경영학과 대학원생 3명과 함께 병영을 찾았다. 병영상인의 활동공간을 직접 보고 느끼기 위해서였다. 김홍연 사장도 동행했다.

마침 이날은 병영오일장이라 병영의 상업문화를 가까이서 접할 수 있었다.
박교수는 "현재로서는 강진신문의 연재기사가 병영상인을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는 유일한 자료"라고 했다.

박교수는 우선 오는 5월 14일 열리는 한국경영사학회에서 '전라 병영상인 고찰'이란 개괄적인 글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글은 병영상인을 학계에 공식적으로 보고하는 최초의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음단계로 병영상인의 특성과 개성상인과의 차이점, 병영과 병영인근 출신 기업가들의 활동상황을 학문적으로 분석한 논문을 준비할 예정이다. 이 과정을 전후해 학계에서 병영상인에 대한 다양한 조명작업이 벌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박교수는 "우리나라 상업역사에서 병영상인은 숨어 있는 보석 같은 존재일 수 있다"며 "병영상인 연구를 통해 강진의 위치가 다양하게 조명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