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마주보며 넉넉한 가슴을 여는 마을
바다를 마주보며 넉넉한 가슴을 여는 마을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0.03.05 16: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량면 연동마을

▲ 마량에서 장흥 대덕방면으로 이어지는 군도를 따라 가옥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연동마을은 주민들이 밭이 많은 지역특성을 살려 고추재배에 나서면서 관내에서도 고추 생산량이 가장 많은 마을로 손꼽히고 있다.
쌀쌀한 기온이 잠시 감돌 뿐 포근함이 느껴지는 한낮의 기온은 새봄이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케 한다. 한 차례 봄비가 내린 후 들녘의 푸른 새싹들은 어느새 제 색깔을 뽐내고 있는 모습이다. 따스한 햇살이 대지에 생기를 더하고 있는 가운데 찾은 곳은 마량면 연동마을.

마량면소재지에서 장흥 대덕방면으로 이어지는 국도 23호선을 따라 2㎞를 달리다 보면 도로를 사이에 두고 양 옆으로 가옥들이 자리 잡고 있는 연동마을을 볼 수 있다.

마을은 북쪽이 산으로 막혀 있고 남쪽으로는 바다와 근접해 있는 관계로 겨울에도 매우 따뜻한 기온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지형적인 요인은 동백과 유자 등의 식물들이 자랄 수 있는 최적의 기후조건을 만들어 내고 있다.

장흥 대덕 방면으로 이어지는 군도를 따라 산재되어 있는 연동마을은 마을회관을 중심으로 4개 반으로 나뉘어져 있다. 연동2반과 3반은 마을회관 인근에 위치한 곳으로 40여 가구가 모여 있다. 마을입구를 알리는 표석을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는 곳은 연동 1반으로 20여 가구가 속해 있고 마을회관에서 장흥 대덕방면으로 향하는 곳은 연동 4반으로 8가구가 위치해 있다. 현재 마을에는 62가구 180여명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 마을회관에 모인 주민들이 각 종 행사에서 우승한 트로피를 선보이며 주민들 간의 화합과 단합을 위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마을주민 대부분은 지난 1970년 이전까지 겨울 농한기에는 강진만에서 김발을 막아 소득을 올려왔다. 하지만 연동마을 역시 급격한 이농현상과 노령화로 인해 일손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현재는 그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었다.

현재 대부분의 주민들은 미맥위주로 생활하면서 축산, 고추 재배 등을 통한 복합영농으로 소득을 이어가고 있다.  

마량 두루봉과 봉대산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연동마을은 본래 기우제를 지내던 금산당이 위치해 있던 곳이었다. 이후 마량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농사의 편의성 때문에 금산당 주변의 논밭을 주로 이용하게 되면서 점차 마을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마을주민들에 따르면 마을의 최초 입향성씨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형성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100여년 전이라고 한다. 연동마을은 본래 원포에 소속된 마을로 원포(담개)로 가는 길목이라는 뜻에서 담개목이라 불렸다. 이후 1940년대에 들어서는 월치라는 지명으로 불리다가 마을 앞 저수지에 연꽃이 많아 연동이라는 지명이 탄생하게 되었다.  

가옥들 사이로 길게 펼쳐 있는 도로를 따라 마을회관으로 발길을 옮겼다. 마을회관에는 여느 농촌마을과 다름없이 주민들이 모여 앉아 평온한 일상을 즐기고 있었다.

마을주민들과 잠시 자리를 함께 한 채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 중 박형주(78)할아버지가 가장 먼저 말문을 열었다. 마을에 대해 박 할아버지는 "연동마을은 전 농가에서 고추를 재배하고 있어 관내에서도 고추 생산량이 많은 마을로 손꼽히고 있다"며 "영암, 장흥지역 이외에도 서울 등지로 직거래 판매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마을 전 농가에서는 밭이 많은 지역특성을 살려 고추를 재배하고 있다. 마을에서 한 해 수확되는 고추양만 2만근에 달한다고 한다.

특히 연동마을은 고추터널 재배 방식을 통한 품질 좋은 고추생산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추터널재배는 비교적 기온이 낮은 4월 상순에 바닥멀칭과 함께 이랑에 비닐을 씌운 후 고추를 심고 활대를 꽂은 뒤 다시 비닐을 씌우는 방식이다. 또 일반 방식으로 재배한 고추에 비해 정식기를 최소 2주 이상 앞당길 수 있고 착과가 고르지 못하고 병해충이 많은 장마기를 잘 견딜 수 있어 생산량이 높은 장점을 지니고 있었다.

주민들 또한 쌀을 찧고 남은 왕겨를 이용한 천연퇴비와 석회비료 등을 적절하게 섞어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고 철저한 관수를 통해 고추작물을 일궈내고 있다. 또 고독성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원칙도 연동마을 고추의 또 다른 장점으로 손꼽힌다.  

▲ 마을회관 앞에 위치해 있는 우산각은 마량면 원포리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어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경로효친을 지켜가는 전통 또한 연동마을의 자랑이다. 마을 청년회와 부녀회는 지난 1980여년부터 해마다 어버이날을 맞아 마을회관에서 마을 어른들을 모시고 음식을 대접하는 경로잔치를 열고 있다. 마을을 떠난 출향인들 또한 타지에서 향우회를 만들고 마을 어르신들을 위한 잔치를 격년제로 마련하면서 경로효친 사상을 이어가고 있었다.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오는 4월에는 마을주민들과 출향민이 마을회관에 모여 잔치를 열 계획이라고 한다. 연동마을은 지난 1995년 강진군 경로효친 마을로 지정되면서 주민들의 화합을 더욱 견고하게 다져나가고 있었다.    

주민들은 마을의 대·소사에 있어서 내 일처럼 나서 해결해 왔다. 10여년전 마을회관을 세울 당시에도 마을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거두고 출향인사들이 성금을 모아 수 천만원의 기금으로 현재의 마을회관을 지었다. 주민들의 정성이 하나로 모여 있었던 탓일까. 주민들이 힘을 모아 지은 회관에서 서로의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모습은 정겹기 그지 없었다. 

바다를 마주하고 있어 넉넉한 가슴을 가진 사람들. 깨끗한 자연환경과 서로 아끼며 살아가는 마을주민들의 삶이 세상을 살아가는 작은 지혜를 갖게 한다. 

 

인터뷰  I  연동마을 개발위원장 박종식씨

"고추 브랜드화 상품 개발"

마을을 둘러보던 중 박종식(69)개발위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박 위원장은 지난 8년 동안 마을이장을 맡아 오다 올해 개발위원장을 맡게 되면서 남다른 자신감과 포부를 갖고 있었다. 특히 박 위원장은 마량면에서는 처음으로 터널고추재배 방식을 시도한 인물이다.

고추재배에 대해 박 위원장은 "마을주민들은 질 좋은 고추를 재배하기 위해 토양관리 이외에도 농촌지도소와 꾸준한 지식공유를 통해 전문성을 갖춰가고 있다"며 "터널고추재배 방식도 점차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고 말했다.

이어 박 위원장은 "가족 또는 친지 등을 통해 서울, 경기도 등 외지로 직거래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판로에 대한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 또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며 "체계적인 생산성을 갖춘 브랜드화 상품 개발이 필요한 실정이다"고 덧붙였다. 

마을에 대해 박 위원장은 "여느 농촌마을과 마찬가지로 연동마을 역시 급격한 이농현상과 일손부족으로 침체되어 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며 "주민들이 마을발전을 위해 노력과 지혜를 모아 꾸준한 사업계발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농촌사회에 희망의 빛이 하루 빨리 찾아들길 바랄 뿐이다"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