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이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네
용이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네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0.01.29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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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기행-성전면 용운마을

▲ 운영기산을 배경으로 들판에 자리 잡고 있는 용운마을은 여러 성씨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면서 텃세가 없고 화합이 잘 되는 마을로 알려져 있다. 특히 출향인사들은 해마다 마을을 찾아 잔치를 벌이는 등 각별한 애정을 보이고 있다.
마을앞 금강천에는 맑은물...출향인사들 마을 애정도 각별

강진읍에서 국도2호선을 따라 8㎞ 정도를 달리다보면 남성전 삼거리에서 우측방면으로 성전면소재지로 이르는 진입로를 볼 수 있다. 진입로를 따라 작천방면으로 2㎞를 더 달리다 보면 우측으로 자리 잡고 있는 용운마을을 볼 수 있다. 용운마을은 다른 마을에 비해 비교적 평지에 위치해 있는 농촌마을이었다.

용운마을은 낭동마을에서 분리될 때인 1951년 이전에는 들 가운데 마을이 있다고 하여 들모실 또는 들마을이라 불렀다고 한다. 이러한 지명을 뒷받침하듯 길을 따라 마을로 향하는 길목에서도 쉽게 가옥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주민들을 만나기 위해 마을로 향하던 중 마을로 들어서는 부근에서 큰 들의 구보를 따라 마을 쪽으로 순욱보가 한눈에 들어왔다. 순욱보는 지난 1970년대 까지 징검다리를 놓아 상동마을로 내왕하는 길목역할을 했다고 한다. 순욱보를 따라 흐르고 있는 금강천은 성전면 수양리, 명산리, 작천면 교동을 거쳐 장흥으로 흘러간다. 

마을주민들에 따르면 예부터 금강천은 물이 맑아 은어, 가물치, 메기, 붕어 등 10여종의 어류가 서식했다고 한다. 현재는 메기만이 간혹 눈에 띄고 있지만 때 묻지 않는 자연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 마을 앞을 흐르고 있는 금강천은 해마다 청둥오리, 백로 등이 찾고 있어 오염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담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300여년전 경주이씨가 처음 입향한 것으로 알려진 용운마을은 이후 천안전씨 후손들이 영암 엄길리에서 이거해오면서 마을을 형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후 밀양박씨, 경주김씨 등 여러 성씨들이 이거해 오면서 현재 20여가구 40여명의 주민들이 오붓한 정을 나누며 살아가고 있다.  

하천둑을 따라 길게 이어진 가옥들 사이로 자리 잡은 마을회관으로 발길을 옮겼다. 마을 이곳저곳을 둘러봐도 찾을 수 없던 주민들이 66㎡(20여평) 규모의 마을회관에 가득 모여 있었다. 주민 대부분이 미맥농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요즘은 말 그대로 농한기다. 그래서 주민들은 마을회관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었다.

마을회관에는 전광렬(56)마을이장을 비롯해 주민 10여명이 모여앉아 음식을 나누고 있었다. 회관에 들어서자 노래방에서나 볼 수 있는 대형노래방기기가 가장 먼저 눈길을 끌었다.

마을에 대해 전 이장은 "여러 성씨가 함께 살다 보니 텃세가 없고 화합이 잘되는 마을로 출향인사들도 마을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며 "노래방기기는 마을 경사에 요긴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 지난 2008년 출향인사들이 조성한 쉼터는 마을주민들의 편안한 휴식처로 각광받고 있다.
용운마을은 예부터 위친계가 발달되면서 자연스레 주민들의 화합을 도모해왔다. 지난 1950년 이후 조직된 위친계는 주민 모두가 참여하여 60세 이상 된 주민들을 모시고 매년 음력 2월에 경로잔치를 베푸는 모임이다.

예부터 위친계가 열리는 날에는 각 집에서 자기의 능력에 맞추어 음식 한 가지씩을 장만하였고 어른들에게 큰절을 하고 음식을 대접했다. 

용운마을의 위친계는 30여년 가까이 이어져 오면서 인근 마을에서도 부러워하는 마을의 자랑이 되었다.
하지만 극심한 이농현상으로 인해 젊은층 인구가 점차 감소하면서 현재는 행하지 않고 있어 아쉬움을 자아냈다.   

마을을 둘러보던 중 주민 채순례(여·82)할머니를 만나 마을향우회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최 할머니는 "우리 마을은 어느 마을보다 단합이 잘되는 마을이다"며 "특히 마을에서 거주하다 서울, 광주, 부산 등으로 이사를 간 50여명의 주민들이 타지에서 향우회를 만들어 마을사랑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 회관에 모여 앉은 주민들이 이장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흥겨워하고 있다.
김재열 향우회장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용운마을 향우회는 정자제작, 천변환경조성 등을 통해 마을 발전을 이어가고 있다. 또 마을 입구에 자리 잡은 표지석 또한 향우회 회원들이 마을을 기리고자 하는 마음에 세운 것이라고 한다.

마을주민들에 따르면 현재까지 용운마을 향우회 회원들이 해마다 마을을 찾아 잔치를 여는 등 마을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고 살아가며 마을발전을 위해 큰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농촌마을이 그렇듯이 용운마을도 70대 이상 주민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수백년간 한 가족처럼 마을을 이뤄온 주민들이기에 인정은 더욱 각별할 수 밖에 없는 듯 보였다. 작은 음식 하나라도 서로 나눠 먹으며 오붓한 정을 쌓아가는 주민들의 모습은 어느 마을보다 풍족함으로 넘쳐나고 있다.

◆인터뷰 - 마을 주민 이병희 씨

"애경사 있으면 온마을이 시끌벅적"

자신의 집 마당에서 70㎝길이의 칡을 손질하고 있던 이병희(61)씨를 만났다. 이씨의 자택에는 강아지를 비롯해 고양이, 거위, 거북이 등 유독 많은 동물들이 함께 하고 있었다. 또한 마당 곳곳에는 이씨가 정성스레 쌓아놓은 돌탑들도 쉽게 눈에 띄었다.

마을 뒷산에서 칡을 캐오는 일을 10여년째 이어오고 있다는 이씨는 캐 온 칡을 정성스럽게 손질한 뒤 즙을 내어 서울, 경기도 등에 거주하는 지인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칡에 대해 묻자 이씨는 "처음에는 서울 등지에 거주하는 친척들에게 칡즙을 보내주었으나 이후 친척들을 통해 맛을 본 이웃주민들의 주문이 이어지게 되었다"며 "마을뒷산은 양지가 많고 적당한 습기를 유지하고 있어 질 좋은 칡을 쉽게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을에 대해 이씨는 "소규모의 농촌마을이지만 주민들의 참여의식이 높다보니 애경사가 있을 경우에는 마을이 온통 시끌벅적 거린다"며 "주민들이 음식을 함께 나누면서 정을 나누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인간미가 넘치는 곳이다"고 소개했다. 

지난 14년 동안 마을이장을 맡기도 했던 이씨는 "용운마을 역시 극심한 이농현상과 고령화 사회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어려움 속에서도 주민들이 꿋꿋이 버틸 수 있는 것은 믿음과 신뢰라는 고리를 통해 하나 되는 마을을 잃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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