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숲 사이로 맑은 냇물이 흐르네
소나무 숲 사이로 맑은 냇물이 흐르네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0.01.08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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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기행-강진읍 춘곡마을

▲ 만덕산과 강진만이 어우러진 가운데 자리 잡은 춘곡마을은 옹기종기 모여 있는 가옥들처럼 70여명의 주민들 또한 한 가족을 이루며 농촌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경인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에는 농촌마을에 희망과 발전이 가득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안고 강진 곳곳에 터를 잡아 마을을 이루며 살아가는 주민들의 진솔한 삶의 모습을 담고자 마을을 찾아 나서본다. 

길을 따라 만덕산과 해창이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고 있는 강진읍 춘곡마을을 찾았다.

강진읍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도암 방면으로 3㎞를 가다보면 춘곡삼거리 방면에서 우측으로 자리 잡고 있는 곳이 춘곡마을이다. 춘곡마을은 강진읍 마을 중에서는 만덕산 정상과 가장 가까이 있는 마을로 덕남리에 소재한 기룡, 덕동마을 등 3개 마을 중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는 산간마을이다.
 
▲ 만덕산기슭을 따라 마을 흘러내려오는 물은 마을주민들의 식수원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춘곡마을의 지명은 만덕산에서 발원한 계곡이 봄이 되면 소나무 숲 사이로  맑은 냇물이 흐른다고 하여 춘곡이라 일컫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 마을주민들과 인근 덕동마을 주민들은 이 곳 냇물에서 간이상수도 물을 수취하여 식수로 사용하고 있다.
 
춘곡마을은 지금으로부터 400여년전에 광산이씨가 최초로 터를 잡고 마을을 형성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최초 입향자로 알려지고 있는 광산이씨 14세손 상시의 외아들인 연치가 한줄기 무지개가 만덕산기슭으로 뻗어 내리는 꿈을 꾸고 난 뒤 다음날 당나귀를 타고 그 산세를 쫓으니 현재의 춘곡마을이었다고 한다. 이에 연치는 이곳을 명당자리로 여기고 터를 잡아 살았다고 한다.
 
현재 마을에는 광산이씨, 전주이씨, 김해김씨 등 40여가구 70여명의 주민들이 생활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에는 해창방면 인근의 강진만을 통해 굴, 바지락 등을 채취하여 반농반어를 하는 주민들이 많았으나 어획량과 채취량 감소로 현재는 미백위주로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춘곡마을은 만덕산이 마을을 포근히 감싸고 있어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더운 바람을 막아주기 때문에 시원한 편이라고 한다.
 
토양은 사질점토로 되어 있어 배수가 양호해 벼농사 외에도 보리농사에도 알맞은 조건을 갖추고 있어 대부분의 주민들이 이모작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주민들은 지난 2006년도부터 3㏊면적에 양파를 재배로 특수작물 재배에 나서면서 여름에는 벼농사를 재배하고 겨울에는 보리농사와 양파 재배를 통한 복합영농으로 다양한 소득창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밖에도 춘곡마을은 마을 뒷산에 해송과 야생 녹차, 취나물, 도라지 등 수십 종의 야생산나물이 서식하고 있어 전국의 신마니들이 자주 찾아드는 곳이라고 한다. 
 
마을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발길을 돌려 마을회관으로 향했다. 회관에는 주민 20여명이 오붓하게 모여앉아 떡과 과일 등을 나누며 담소를 즐기고 있었다.
 
마을에 대해 묻자 주민 이병성(82)할아버지는 "우리 마을은 산세 좋고 물이 좋은 탓에 장수하는 노인들이 많아 장수마을로 소문이 자자하다"며 "경로효친 사상을 바탕으로 주민들이 웃어른을 공경하며 살고 있는 것에 대해 많은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 경인년 새해를 맞아 마을주민들이 힘찬 구호를 외치며 희망찬 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장수한 마을로 알려져 있는 춘곡마을은 지난 1997년에 마을인구 110명 중 70세 이상이 37명으로 장수하는 노인들의 인구비율이 상당히 높았다.

이를 연령별로 확인해 보면 70~79세 23명, 80~89세 6명, 90세 이상이 8명으로 지난 2001년 12월에는 KBS의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장수노인들의 실태와 비결을 밝히기 위해 마을을 방문해 취재를 했던 곳이다.
 
당시 방송에서는 춘곡마을 주민들의 장수 비결에 대해 만덕산에서 발원된 약수물에 다량의 철분성분이 함유되어 있는 것과 오염되지 않은 자연환경 등을 주민들의 장수비결로 여기고 방영했다.
 
현재 마을주민들의 연령별을 확인해 보면 80~89세 15명, 90세~99세 2명, 100세이상 2명으로 장수마을의 명성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었다.
 
춘곡마을은 중산간에 위치해 있는 반면 방앗간, 구판장, 이발소, 상회 등 주민들의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던 마을이다.
 
마을회관 뒤편 집터에는 주민 이방운씨가 1960년부터 발동기방앗간을 20여년 넘게 운영하고 있고 지난 1965년에는 마을주민들이 기금을 마련해 옛 방앗간 자리에 구판장을 열어 과자류, 주류, 생필품 등을 판매했었다.

구판장을 통해 얻어진 수익금은 지난 1970년대 마을회관을 설립하고 회관 내 가게 1칸을 마련하여 구판사업을 계속 이어왔으나 1980년대 중반 사업이 종료되어 현재는 그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이밖에도 1980년대까지 마을진입로 군부대와 춘곡삼거리 부근에 위치한 한봉리에서 1980년대까지 이발소가 운영되었고 군부대 바로 밑에 위치한 호남상회는 지난 1970년대 개점하여 주류, 과자, 백반, 컵라면 등을 판매하면서 주민들의 실생활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호남상회는 현재 주민 김순애(70)씨가 운영을 해오면서 40여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마을에 대해 김외순(65)부녀회장은"노령인구가 많은 탓에 주민들 대부분이 한 가족처럼 단합된 마음으로 어려운 일이 있으면 일심동체가 되어 서로 돕고 살아가고 있다"며 "간척지에  농로개설이 이루어져 고령의 노인들도 편리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인터뷰 - 춘곡마을 최고령자 한아지 할머니


"주민들 따뜻한 마음 항상 복받는 마을될것"
마을 부녀자 중에서 최고령자인 한아지(100)할머니를 만났다. 백발이 되어버린 한 할머니는 한 세기라는 긴 세월을 보내면서 고령으로 인해 눈과 귀의 기능이 많이 쇠약해졌으나 의사소통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신 할머니는 18살에 강진읍 목리에서 춘곡마을로 시집오면서 80여년을 이곳에서 살았다고 한다.
 
건강관리에 대해 묻자 신 할머니는 "소식을 즐겨하면서 하루 세끼를 거르지 않고 규칙적인 식사를 해오고 있다"며 "물을 자주 마시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할머니는 물이 절반 정도 담긴 1.5ℓ의 물병을 보여주며 "매일 하루에 물 한통은 기본적으로 마시는 편이다"고 덧붙였다. 

육류와 생선을 즐겨 먹는다는 한 할머니는 "자식들이 장흥과 목리에 거주하고 있어 일주일에 한 두번씩 집에 들러 고기와 생선, 채소, 과일 등을 준비해주고 있다"며 "자식들이 지극정성으로 보살펴 준 덕분에 살고 있는 것 아니냐"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한 할머니는"마을주민들이 자주 찾아와 안부를 묻고 먹을거리도 챙겨주고 있어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며 "마을주민들의 따뜻한 마음을 하늘과 땅도 알기에 항상 복 받는 마을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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