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음 한뜻 마침내 이겼다"
"한마음 한뜻 마침내 이겼다"
  • 김철
  • 승인 2003.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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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 오산마을주민들 농성한달...익산청 주민요구 전격수용

성전면 오산마을에서는 지난달 30일 마을잔치가 열렸다. 금강천개수 공사현장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하던 주민들이 현장을 철거하고 마을 회관에 모여 모여 맥주잔을 기울였다.

주민들은 전날 하천공사의 바닥을 낮추어 달라는 자신들의 요구를 익산청이 전격 수용키로 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서로 부등켜안고 함성을 질렀다. 농성 한달만의 일이였다.

오산마을 주민 150여명은 익산국토관리청이 마을앞에 위치한 금강천 개수공사를 하면서 하상을 낮춰달라고 수차례 요구해도 수용하지 않자 지난 3월 26일부터 농성에 돌입했다. 

주민들은 공사현장에 천막을 치고 비와 추위에 대비해 10여평의 비닐하우스를 설치해 농성에 들어갔다. 하루 이틀은 그런데로 버티었으나 대부분이 노인들인 마을주민들이 농성현장을 지키는 일은 이만저만 어려운 일이 아니였다.

처음 마을주민들이 모두 나와서 농성장을 지키던 것이 장기화되면서 마을주민들은 서로 조를 나누어 번갈아가면서 공사현장을 지켰다.

정일성(여·64)씨는 “새벽 5시에 일어나 집안일을 해놓고 다른일을 제치고 9시반까지 농성장에 도착했다”며 “나이들고 늙은 사람들도 마을주민의 한사람으로 똑같이 참여했다”고 말했다.

농성이 시작되면서 어려움이 가중됐다. 2~3일 간격으로 내리는 비로 나이가 많은 주민들은 추위에 떨어야했다. 또 영농철이 다가오면서 농사일을 제쳐둘수 없어 부득히 농성에 참여하기 힘든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농성이 길어지면서 주민들의 갈등도 표출되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공사관계자들의 정확한 답변이 없이 검토해보겠다는 말만 믿고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었다.

지난달 10일 마을회관에서 열린 마을회의에서 일부 주민들은 군청을 항의 방문해 실력행사를 하자는 의견도 내놓았지만 마을주민들은 평화적인 농성을 선택했다.

마을이장 박재도(46)씨는 “농성에 들어가도 이렇다할 답변이 없자 일부주민들이 농성진행방향을 바꾸자는 말들이 있었다”며 “여러의견중에서 대부분의 주민들이 평화농성에 의견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지난달 20일 감리회사로부터 설계에 하자가 없고 민원사항이 반려됐다는 소리에도 주민들은 포기하지 않고 굳굳이 공사현장을 지켰다. 주민들의 생명줄인 금강천공사가 제대로 되기를 바라면서 영농철이 다가오면서 바빠진 일손을 뒤로하고 농성장을 찾은 것이다.

한편 이번 민원해결은 군직원과 윤동환군수가 익산국토관리청을 5회에 걸쳐 서면과 방문건의를 했고 천용택의원도 지난달 25일 익산청에 민원사항 해결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극적으로 타결된 오산마을 주민들의 농성의 의미는 크다. 공공사업을 실시하는 익산청을 상대로 주민들의 민원사항이 해결됐고 비폭력 평화농성을 한달여간 펼친 것이다.

주민 박주옥(71))씨는 “자신의 논에 해당이 되지 않는 주민들도 농성에 참여했다”며 “이번 결과는 모든 주민들이 하나가 되어 서로 돕는 것을 하늘이 알아준 것”라고 의미를 부여했다./김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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