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나누는 장애인가장
사랑나누는 장애인가장
  • 김철
  • 승인 2003.04.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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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속에 동료돕기 나서

장애인의 날이 가까워오는 가운데 같은 처지에 있는 동료장애인을 위해 적극적인 봉사활동에 앞장서 나서고 있는 주민이 있어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어려운 가정형편속에서도 부인과 4명의 자녀들과 단란한 가정생활을 꾸려가고 있는 시각장애인 이상묵(55·강진읍 남포리)씨가 그 주인공.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던 이씨는 지난 80년 망막변성이라는 병이 생겨나면서 갑자기 눈이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1년간 서울에 이름있는 종합병원을 다녀봤지만 의료진에게 현대의학으로는 고칠수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병원을 다니면서 시작한 이씨의 가세도 기울어 강진읍 평동리에 가지고 있던 주택도 남의 손에 넘어가게 됐다.

시각장애보다 이씨에게 나타난 증상은 자신이 아무것도 할수없게 된다는 인생의 자포자기가 힘들게 만들었다. 삶을 포기하고 죽음을 여러번 생각했던 이씨가 삶의 의지를 북돋아준 것은 부인 배향순(46)씨의 내조가 있었기 때문이다. 가족들의 생계에 책임을 지고 밤늦은 시간까지 식당일을 하는 부인을 보고 이씨는 마음을 가다듬을 수밖에 없었다.

시각장애로 마땅한 일을 찾지 못했던 이씨는 가장 먼저 4명의 딸들에게 정성을 쏟았다. 하교후 돌아오는 아이들에게 미흡하나마 공부에 도움을 주는 시간을 마련했다. 또한 학업공부와 함께 인성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아이들에게 지도했다. 이씨의 노력때문인지 가난속에서도 딸들은 훌륭히 성장해 큰딸 이효선씨와 작은딸 이효정씨는 장학금을 받으며 전남대와 순천대에 진학했다.

자식들을 통해 삶의 가치를 깨닫게된 이씨는 후천적으로 장애를 입은 중도장애인과 시각장애인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씨는 강진지역의 270여명의 시각장애인중 대부분이 60세이상에 홀로 살아가는 주민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됐다. 지난해부터 이씨는 시간을 내 홀로사는 장애노인들에게 말벗이 되기를 자청했고 새로 개소한 사무실에서 점자교실과 안마를 배울 수 있는 시간도 함께했다.

이씨가 노인들을 남다르게 대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해 4월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게 제대로 된 식사한번 대접하지못한 한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시각장애인 회장을 맡게된 이씨는 “같은 처지에서 힘든 생활을 하고 있는 주민들을 위해 작은 보탬이 되고 싶다”며 “장애인에 대한 배려보다는 일반인과 같이 대하는 따뜻한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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